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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 카프카-
언어는 흔히 칼에 비유하지 않고 화살에 비유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번 나가면 어딘가에 깊이 박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가 들고 들어오는 노랑장미는 그러니까 내가 쏘아 놓은 언어의 화살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노랑장미 정도를 기억하기 망정이지, 혹시 뜻하지 않은 다른 종류의 것을 기억하고 그것에 좌우되어 큰 여파를 일으킨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 14
***
< 무명인 / 에밀리 디킨슨>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쫒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유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 한편으로 우리는 순간에 가까워져버리고 말았다.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정말 덧없고 피곤한 일이다.
" 당신은 왜 여기에 왔지요? 나는 클래그에게 물었다. 그는"할아있는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 "라고 대답했다. 나는 "비 오기전에, 늦기전에" 라고 대답했다. " < 비 포 더 레인Before the Rain > 을 기억하지요?" 그는 웃었다. P 20
*** 이스마일 카다레 [꿈의 궁전], [ H 서류], [부서진 사월]
* 대지는 꽃을 통하여 웃는다고 한다.
****< 머리 감는 여자 / 문정희>
가을이 오기 전
뽀뽈라*로 갈까
돌마다 태양의 얼굴을 새겨놓고
햇살에도 피가 도는 마야의 여자가 되어
검은 머리 길게 땋아 내리고
생긴 대로 끝없이 아이를 낳아 볼까
풍성한 다산의 여자들이
초록의 밀림 속에서 죄 없이 천년의 대지가 되는
뽀뽈라로 가서
야자잎에 돌을 얹어 둥지 하나 틀고
나도 밤마다 쑥쑥 아이를 배고
해마다 쑥쑥 아이를 낳아서
검은 하수구를 타고
콘돔과 감별 당한 태아들과
들어내버린 자궁들이 떼지어 떠내려 가는
뒤숭숭한 도시
저마다 불길한 무기를 숨기고 흔들리는
이 거대한 노예선을 떠나
가을이 오기 전
뽀뽈라로 갈까
맨 먼저 말구유에 빗물을 받아
오래오래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 그대로
천년 푸르른 자연이 될까
* 멕시코 메리다 밀림 속의 작은 마을 이름
* 프랑수와즈 사강 의[슬픔이여 안녕]
* [꽃숨]이라는 시집 제목도 아름다운 첫 숨결이라는 뜻으로 미당이 지어준 것이었다
* 오늘보다 더 젊은 나는 없다
늦더위가 꺾이고 가을 바람이 불면 곧 세상의 나뭇잎들은 불게 물들게 마련이다. " 모든 시간은 다 새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지난 여름의 뜨거운 시간과 서늘한 가을의 시간이 확실히 다르다.
이처럼 모든 시간은 새것이면서도 모든 나이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꼭 뜨거운 여름의 시간이 서늘한 가을보다 혹은 춥고 하얀 겨울의 시간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P 34
"사랑은 말과 피부( 여기에서는 특별히 '살' 대신에 '피부'를 쓴다) 그리고 없을것만 같은 '마음'을 재료로 엮은 건축술이기에, 균열하거나 훼파되기 쉬운 연하디연한 놀이다."
최근에 읽은 [사랑, 그 환상의 물매]라는 책에서 철학자 김영민 교수는 위와 같이 말했다. 그리하여 그는 "이 놀이에 무슨 무거운 본질을 부여하거나 호출하지도 않거니와 , 이 연하고 섬세한 짐승 위에 내 무겁고 둔탁한 몸을 의탁하지도 않으려는 편이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P 38
****<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파블로 네루다>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제일 슬픈 구절들을,
예컨대 이렇게 쓴다 "밤은 별들 총총하고
별들은 푸르고 멀리서 덜고 있다"
밤바람은 공중에서 선회하며 노래한다.
오늘밤 나는 제일 슬픈 구절들을 쓸 수 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때로는 나를 사랑했다.
" 스물다섯의 나이로 죽어간 그녀에 대해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녀는 아름답고 영리했으며 모차르트와 바흐와 비틀즈를 그리고 나를 사랑했다."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은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처녀와 부잣집아들, 그 둘 사이를 백혈병이라는 장치로 갈라놓음으로써 사랑의 유한성을 더욱 가열시키고 운명으로 만들어버리는 전형적인 산파구조의 소설이다
< 겨울 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밤(栗) 이야기 / 문정희>
내 어머니는 분명 한쪽 눈이 먼 분이셨다
어릴적 운동회날, 실에 매단 밤 따먹기에 나가
알밤은 키 큰 아이들이 모두 따가고
쭉정이 밤 한 톨 겨우 주워온 나를
이것 봐라, 알밤 주워왔다! 고 외치던 어머니는
분명 한쪽 눈이 깊숙이 먼 분이셨다
어머니의 노래는 그 이후에도
30년도 더 넘게 계속되었다
마지막 숨 거두시는 그 순간까지도
예나 지금이나 쭉쩡이 밤 한 톨
남의 발밑에서 겨우 주워오는
내 손목 치켜세우며
이것 봐라, 내 새끼 알밤 주워왔다!고
사방에 대고 자랑하셨다
< 사람의 가을 /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새 별 꽃 잎 산 옷 밥 집 땅 피 몸 물 불 꿈 섬
그리고 너 나
이미 한 편의 시입니다
비로소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 가을날
< 내가 찾은 골목 / 문정희>
나는 일찍이 이 땅에 남자로 태어나지 못했네
PK도 아니었고 TK도 아니었고 물론 MK도 아니었지
KS도 못 되었네
3김과도 만남 적이 없지
8.15 후에 태어나
6.25와 4.19와 5.16을 거쳐
10.26과 5.18에 6.29까지 목격했지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거품과 안개가 혼미했지만
글로벌 시대, IMF라는 잇아한 이름 속에
또한 서 있을 줄은 정말 몰랐네
일찍부터 홀로 시인이 되었지만
문협에도 민족작가에도 내 이름이 없었지
나는 오늘 신문을 보고 알았네
내가 그토록 오래 떠돌던 그 골목이
바로 왕따라는 신기한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을
골목대장과 어깨들과 패거리를 피해
그냥 홀로 서서 독야청청하고 싶은
그 용기와 축복의 이름이
바로 왕따라는 것을
* PK, TK, MK, KS 특정지역과 기득권 및 특혜를 가진 집단을 가리키는 말
< 고독 / 문정희>
그대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 통행세/ 문정희>
내가 만난 모든 장미에는
가시가 있었다
먹이를 물고 보면 거기에도 또 어김없이 낚시 바늘이 들어 있었다
안락하고 즐거운 나의 집 속에
무덤이 또한 들어 있었다
가족들과 나눠먹은 음식속에도
하루 하루가 조용히 사라지는
두려운 사약이 섞여 있었다
사랑도 깊이 들어가 보면
짐승이 날뛰고 있었다
가시에 찔리며 낚시 바늘 입에 물고 온몸 파득거리며
내가 가는 길
그래도 나는 시 몇 편을
통행세로 바치고 싶다.
이 시는 나의 아홉번이 시집 [오라, 거짓사랑아]에 나오는 시이다. 그때 나는 시간의 생생함과 덧없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외줄타기도 계속되고 있다. 끝없이 새롭고 두려운 허공 위의 외줄타기를 타는 사랑한다.
곡비哭婢를 자처한 적도 있다. 이 세상 가장 슬픈 사람들의 울음을 천지가 진동하게 대신 울어주는 일종의 무녀巫女가 곡비이다. 그녀의 울음에 꺼져버린 땅 밑으로 떨어지는 무수한 별똥을 주워먹고 사는 허기진 울음 전문가가 시인 아닌가.
"그네의 울음은 언제 그칠 것인가/ 엉겅퀴 같은 옥례야, 우리 시인의 딸아 / 너도 어서 전문적으로 우는 법 깨쳐야 하리"라고 나는 나에게 말했었다. P 69
< 소리 / 문정희>
끓는 쇳물 속에 어린 딸을 바치고도
해와 달이 예순 번을 바뀐 후에야
비로소 완성을 보았나는 에밀레종도
처음엔 소리가 없었다네
종신 속에 기포가 많아
헛구멍들이 소리를 다 잡아먹은 거지
그래서 허공에 매달리기
십 년 이십 년 백 년...... 그렇게 바래지기
또 오백년 ...... 헛것들이 다 사라지고
자연히 구멍이 메워져서 , 어느날
지잉, 징
하늘 땅을 울렸다네
오, 허공에 매달리기 올해 겨우 마흔 해
내 몸 속을 흐르는 바람길 수천 리
** 시인들은 언어의 장인이지만 또한 감각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어떤 형태로든 시인들은 자기만의 취향과 개성을 내뿜는다.
옷을 가지고 계급을 만드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기도 하다. 옷의 문제를 논하면서 타고난 인간의 옷인 피부의 색깔 문제까지 끌어가면 끝도 없는 얘기가 펼쳐지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서로 가까워지는 데는 설명 못 할 감각과 호흡이 복잡하게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P 80
**** " 소녀여, 시인이란 왜 그대들이 고독한지
그것을 말할수 있기 위해 그대들한테 배우는 사람들이요."
터키의 시골마을 카달카에서였다. 내가 그곳에 도착한 그날밤, 네쉐양은 혼례를 치르고 있었다. 터키의 신부는 결혼식 날밤, 손톱에 크나라는 꽃물을 들이면서 면사포 속에서 맑게 운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보러 간 것이다.
' 많이 울어야 행복해진다' 는 풍속에 따라 신부는 그날 밤 손톱에 꽃물을 들이며 면사포 속에서 진저리를 치듯 눈물을 흘렀다.
많이 울어야 행복해지다니....어느 착한 시인의 시구를 연상 시키는 이 풍속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징적이고 아름다웠다. P 98
양파 껍질과 달걀과 올리브유를 섞어 만든다는 크나라는 식물의 꽃즙이 신부의 손톱을 빨갛게 물들여놓고, 얼마후면 그 손톱에 반달이 떠오르고, 신부의 배도 반달처럼 조금씩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 < 먼길 / 문정희>
나의 신속에 신이 있다
이 먼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 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 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멋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 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 를 발음해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속에 신이 살고 있다
**** " 사랑은 이다지도 짧고, 망각은 그렇게도 길다 ." - 파블로 네루다-
****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 파블로 네루다. [시] 중-
*******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 네루다 풍으로 / 문정희]
사랑,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구절을
이 나이에 무슨 사랑?
이 나이에 아직도 사랑?
하지만 사랑이 나이를 못 알아 보는 구나
사랑이 아무것도 못 보는구나
겁도 없이 나를 물어뜯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열 손가락에 불 붙여
사랑의 눈과 코를 더듬는다
사랑을 갈비처럼 뜯어먹는다
모든 사랑에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숨막히고
그래서 아름답고 슬픈
사랑,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
몇 낱의 돈이나 허명에 대한 집착 따위, 어설픈 경쟁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뉴욕은 또한 가르쳐주었다.
세속화와 속물근성, 인간의 눈을 조금씩 마비시키는 관습마저도 ....어느 것도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뉴욕에서 깨우쳐갔다.
그런것은 결코 내 문학의 적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냥 쓰고 또 써라, 그것이 전부이다."
나는 날마다 나를 깊이 들여다보며 입술을 깨밀었다.
나의 무력과 한계에 진실로 절망한 것도 그때였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굴레를 뒤집어쓴 한 마리 어설픈 관념이 새였던 것이다. P 137
*** " 나(박정만시인) 또 시가 써져버렸어" 하며 새벽이건 심야이건 나에게 저 전화기에 대고 시를 읽었겠지...이런 생각을 하니 그의 음성과 외로움이 칼로 에이는듯 전해져왔다.
***정찬승 화가..
음악 감상실 '세시봉'에서 파격적인 헤프닝을 벌인 데이어 한강 모래 위에서 한 여성 화가와 함께 나체에 페인트칠하며 그야말로 아방가르드한 퍼포먼스를 벌임으로써 격렬한 화제를 불러모았던 화가였다.
설도는 ...두마리의 사자를 지나가면 그녀가 종이로 떠서 썼다는 기록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우물가에 서 있는 아르다운 설도 입상의 만날 수 있었다. 다소 통통해보이는 매력적인 모습과 함께 이지적이요. 아름다운 시인의 얼굴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을 맺지 못하고
한갓되어 풀잎만 맺으려는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가곡< 동심초>는 그녀의시 [ 춘망사]네수 중에 셋째 수를 번역한 가사이다. 물론 원문이 한자로되어 있지만 김소월의 스승이기도 한 시인 김안서의 명번역으로 인해 더욱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절창이다. P 154
**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 실비아의 자살 원인이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그 여배우 역시 최근에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미모와 재능과 젊음을 지닌 사람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그 깊은 우울증 속에 도사리는 트라우마(trauma, 마음의 상처)를 생각해보며 흠칫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
.....거미줄 처럼 얽힌 생의 아름과 상처로 외로울 때, 아니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절망으로 무릎이 꺾일 때 "정말 칵, 죽어버리고 싶은 " 순간을 우리는 남모르게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P 157
**** 시인 실비아 플라스가 그녀의일기 ([실비아플라스의 일기], 문예출판사, 김선형옮김)에다 적어놓았다는 루니 맥니스의 [새벽연가]처럼 그 청년은 내 청춘의 '새벽연가'같은 얼굴이다.
날카로운 사과처럼 삶을 한입베어 물고
물고기인 양 삶을 타며 행복했다면,
하늘의 푸르름을 손끝으로 느껴보았다면,
더는 그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가랴?
신들의 황혼은커녕 누런 회색의 벽돌들로 찾아오는
삭막한 새벽, 그리고 전쟁을 외치는 신문팔이 소녀들뿐. ]
** 죽음을 대하는 시각과 태도야 말로 한 사회의 성숙도가 될것이다. 나중에 역시 시인이 된 실비아의 딸이 어머니 실비아플라스의 죽음을 영화로 만든 BBC를 향해 분노하며 쓴 시를 음미해볼만하다.
** 렙매 나흐만의 [빈의자]
"깨달으십시오! 사람은 한평생 좁은 다리 위를 걸어간다는 것을...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워 할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코 절망하지 마십시오. 결코! 희망을 포기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일은 최악에서 최선으로 갈수 있다는 것을....그것도 눈 깜박할 순간에...."
*** " 선생니임, 세수하세요"
시를 쓰는 한 남학생의 목소리였다. 반사적으로 방문을 연 나는 그만 아! 하고 감탄사를 터뜨리고 말았다. 맑은 물을 가득 채운 세숫대야에 방금 숲에서 딴 은방울꽃 세 송이가 동동 띄워져 있는 것이었다. P 179
**** 누가 승리를 말할 수 있으랴 - 극복이 전부인 것을 !"
- 릴케-
*****"그녀(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폭탄위에 매단 리본 같다 ."
*** "메멘토 토리! 죽음을 기억하라 !"
*** 침대에서 붉은 피를 쏟는 프리다가 그녀의 가슴에 박힌 철심과 얼굴에 박힌 못을 빼달라고 절규하고 있었다.
"나는 초현실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꿈을 그린적이 없다. 나는 나 자신의 현실을 그렸을 뿐이다. ...그것이 가장 절박한 것이었으며 내가 아는 전부였으므로 그 어떤 다른 의식보다도 절박하게 나를 뚫고 지나갔으므로."
** 그녀의 어머니가 '코끼리와 비둘기의 결합'이라며 극구 반대했던 결혼, 힘과 당대 문화권력의 상징이던 호색한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끝을 모르는 무자비한 색욕앞에서 그녀는 고통에 덜며 때로 땅을 치고 통곡할 수 밖에 없었다. 여동생 크리스티나와 관계를 여동생의 고백을 통해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광란에 가까운 비탄과 함께 드디어 그와 결별한다. P 190
******< 지금 장미를 따라- 프리다 칼로*의 집에서 / 문정희 >
유명한 여자의 집은
으깨어진 골반위에 세워진다
초겨울을 난타하는 카리브 바람속에
음지식물처럼 소리없이 절규하는
한 여자의 집
머리핀과 레이스 속옷
입술자국 아직 선명한 찻잔사이
가슴터진 석류가 왈칵 슬픔을 쏟고 있다
이마에 박힌 호색한 남편은 신이요 악마
결혼은 푸른 꽃 만발한 고통의 신전
피흐르는 자궁을 코르셋으로 묶어놓고
침대에 누워
그림만 그림만 그리다가
강철같이 찬란한 그림이 된
한 여자의 집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도 광기도 혁명도
무엇으로 쓸어야 이리 없는 것인지
빈 뜰인지
시간이 있을 때 장미를 따라
지금을 즐겨라 **
해골들만 몸 비틀며 웃고 있었다
* 멕시코의 여성화가 ( 1907-1954)
** 카르페 디엠
*****용도가 다 끝나면..녹아버리는.....
*****홀로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순간이 있따는 것은 자기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닌가
*****에디슨이 전기 배터리를 발명하기 위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을 때 한 기자가 찾아와 이런 질문을 했따고 한다
"이렇게 2만 5000번이나 실패를 하셨는데...기분이 어떠신지요? 그래도 실험을 계속할 것인지 참 궁금합니다."
그러자 에디슨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실패라니요. 나는 실패하지 않았답니다. 오늘 나는 배터리를 만들지 못하는 2만 5000가지 방법을 알아냈답니다."
" "입시에 실패했다"며 당사자와 그의 아버지 어머니는 애석해하다 못해 심하게 풀이 죽어있었다. "실패라니요, 그것은 '시패가 아니라 기회의 보류정도인 것입니다. "
***엎어져도 돌멩이 하나를 집고 일어서는 것이 일본이라더니...
***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망명시절을 그린 영화< 일 포스티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체부 청년이 자기도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자 시인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다.
"시인보다 때로 우체부가 좋다네. 많이 걸을 숫 있기 때문이지. 재수가 좋으면 바닷가도 걸을 수 있다네. 시인은 너무 앉아만 있기때문에 조금 뚱뚱해지기 쉽지."
****기회의 신은 대머리다
'시간의 신'은 이름이 크로노스Chronos로서 벌거벗은 젊은이가 마구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젊은이는 앞에만 머리카락이 있을 뿐 뒤쪽에는 머리가 없는 대머리라고 한다. 시간은 곧 기회로서 앞으로 다가올 때 얼른 잡지 않으면 다시 잡을수 없다는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머리가 은화銀貨처럼 맑다"고 한 것은 이상李箱이었지만, 나의 머릿속은 음화淫畵처럼 설익은 언어들로 거미줄을 치는 것 같았다. P 228
" 부패가 딘행되는 곳에서 찾는 아름다움이란 점에서 시적詩的이다"라고 말하며, "나는 시의 역할에 대해 치유라는 말보다 위로라는 말을 쓰고 싶다"고도 했다.
*** < 자화상 / 서정주 >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기퍼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밑에
손톱이 깜한 애미의 아들.
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外할아버지의 숯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하드라
어떤이는 내눈에서 죄인을 읽고가고
어떤이는 내입에서 天病을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않을란다.
찰란히 타워오는 어느아침에도
이마우에 언친詩의 이슬에는
멫방울의 피가 언제나 서꺼있어
볓이거나 그늘이거나 헛바닥 느러트린
병든 수개만양 헐덕어리며 나는 왔다.
** 노르웨이의 한 고독한 시인을 모델로 썼다는 [말테의 수기]는 일관된 주제없이 71편의 단편적인 수기형태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밖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사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독한 시혼詩魂이 응시한 풍경들을 내면으로 깊이 끌고 가서 쓴 뻐근한 통찰의 기록인것이다. P 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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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외우고 싶어지는 시간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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