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詩作)의 흐름과 그 속에서 공감을 느낄수 있어야 할 무언가가 있어야 함을 깨닫는다

어느 시인이 말했다. 시를 다 발표해버리고 나면 허하기에 하나정도는 꼭 발표하지 않고 갖고 있고 싶다고...

그 말은 무엇일까...시를 쓰고 퇴고와 퇴고를 거치면서 살을 발라내며 다시 생을 불어넣는 일...힘듬을 느껴야 한다..물론 글 쓰는 자체가 치유일 수 있음에 힘들다고 하기엔 공포라고 하기엔 엄살이라 할지도 모르지만...아무튼 시를 쉽게 쓴다는 말...쉽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담아내어야 할..의미와 의미사이..그리고 그 시어 하나 하나사이 받쳐주는 그 단어들 사이의 간격과 거리에서 얼마나 독자에게 가까이 따스함과 감동으로 다가갈수 있느냐가 문제이다...오랫동안 묵혀두었다..꺼내들어도..여전히 내가 나를 낯설어하며..내가 나마져 감동시킬 수 있을 때 시는 살아서 팔닥거린다고 보아야 할것 같다...

세상에 풀어놓은 글들이 돌아다닐때...최소한 부끄러워하진 말아야 하니까...

그래서 글을 끼적인다는것 ..지극히 사적이면서도..공적인 것일수 밖에 없는 것 같다....

 

 

< 목차 >

 

강변 -감태준 /      노래-天上天下 강문석 /      베틀 소리 -강세화 /

비창 소나타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8번 - 강영은 /        모파네 - 강은교 / 

빈 손의 기억 - 강인환 /  종이학-강진규/   비릿한 밥상 -강현국/ 

표충사 도착 - 강희근 /  황야의 건달 - 고영 /  능소화 - 고영섭

실로 우연히 - 고영조 / 압해도 사공 -고운석   / 풀꽃들의 나라 - 고정애

폐물장廢物場 - 고창수 / 섬에 잠들러 간다 - 곽명숙

내 안에 누군가 살고 있다 - 곽문연  / 바다의 황금률 - 곽현숙

쓸쓸함에 관해서 - 구석본   / 장미 사랑 - 구순자

재회 -구순희 / 나무는 생채기로 자란다 - 구재기

연꽃 -권경애  / 거미1 - 권순자  / 모래알 속에는 - 권영목

가을 한 때 - 권옥희 /  낙엽 - 권이영  / 오후, 미장원 풍경 - 권정남

봄빛이 마주르카를 추는 날 - 권정순 / 봄 소리 - 권중정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 권천학 / 향어 요리법 - 권현수

오솔길 -시는 어디서 오나, 권혜창 /  한로 부근 - 김경삼

비가 오네요- 김경수 / 언어의 고독 - 김경수 /

청간정에 가면 - 김경실 /  퇴장退場이라고? - 김경자

그 날의 이야기 - 김계영 / 고양이의 푸른 눈빛처럼 - 김광기

지팡이- 김광림 / 경복궁에서 , 세종의 시간을 밟으며 - 김광옥

그 하늘 아래. 4-雨中日記 - 김광자 / 꽃의 별명 - 김규성

투명한 껍질 - 김규은 / 소나무 -김근당 / 로데오 거리에서 - 김기영

마음의 여백 -김기완 / 양지꽃 -김길자 / 보리건빵 - 김난주

사막.5 - 김남조  /  겨울 비파강 - 김남환  / 모란꽃이 사는 집 -김두녀

山中問答 -허튼소리  , 김명배  / 겨울 금강 - 신동엽 생가에서, 김명수

불암산의 새 길 - 김명섭 / 현묘의 문 - 김미지 / 아버지의 뜰 - 김민자

관심 - 김백겸  / 外陽의 신두리 - 김병중 / 가을 들녘에서 - 김보림

土偶23 -김삼환  / 전율 - 김상미 / 새가 사는 집 - 김상숙

까치집 - 김상현 / 봄, 서정 - 김생수 / 우물이 있는 풍경 - 김 석

청빈한 나무 - 김석규 / 꽃상여 가는 길 - 김선배

마음 -김선영 / 집 -김선희 / 황홀한 버림 - 김성옥

무인도3 -영흥도 ,김성조 /

 

 

	< 빈손의 기억 / 강인한 >   내가 가만히 손에 집어든 이 돌을 낳은 것은 강물이었으리 둥글고 납작한  이 돌에서 어떤 마음이 읽힌다 견고한 어둠 속에서 파닥거리는 알 수 없는 비상의 힘을 나는 느낀다 내 손 안에서 숨쉬는 알 둥우리에서 막 꺼낸 피 묻은 달걀처럼 이 속에서 눈뜨는 보석같은 빛과 팽팽한 힘이  내 혈관을 타고 심장에 전해온다 왼팔을 창처럼 길게 뻗어 건너면 언덕을 향하고 오른손을 잠시 굽혔다가 힘껏 내쏘면 수면은 가볍게 돌을 튕기고 튕기고 또 튕긴다 보라, 흐르는 물 위에 번개 치듯 꽃이 핀다, 핀다, 핀다 돌에 입술을 대는 강무이여 차갑고 짧은 입맞춤 수정으로 피는 허무의 꽃송이여 내 손에서 날아간 돌의 의지가 피워내는 저 아름다운 물의 언어를 나는 알지 못한다 빈 손아귀에 잠시 머물렀던 돌을 기억할 뿐.     < 황야의 건달 / 고영 > 어쩌다가, 어쩌다가 몇 달을 한 번꼴로 들어가는 집, 대문이 높다.   용케 잊지 않고 찾아온 것이 대견스럽다는 듯 쇠줄에 묶인 진돗개조차 꼬리를 흔들며 아는 체를 한다. 짜식, 아직 살아 있었냐?   장모는 반야심경과 놀고 장인은 티브이랑 놀고 아내는 성경 속의 사내랑 놀고 아들 놈은 리니지와 놀고 딸내미는 딸내미는,   처음 몸에 핀 꽃잎이 부끄러운지 코빼기 한 번 삐죽 보이곤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그나마 아빠를 사내로 봐주는 건 너뿐이로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황송하구나. 예쁜 나의 아가야.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식탁에 앉아 소주잔이나 기울이다가 혼자 적막하다가     < 국수를 삶는  / 윤관영 >   국수를 삶는 밤이다 일어나는 거품을 주저앉히며 창밖을 본다 滿開한 벚나무 아래 평상에서 소리가 들린다 웃음 소리가 들린다 젓다가 찬물에 헹군다 누가 아들과 아내 떼어놓고 살라 안했는데 이러고 있듯 벚꽃은 피었다 기러기아빠라는 말에는 국수처럼 느린 슬픔이 있다 비빈 국수 냄비의 귀때기를 들고 저 벚꽃나무에 뛰어내리고 싶은 밤이다 저 별에게 국수를 권해 볼까 국수가 풀어지듯 소주가 몸 속에서 풀리듯 국수를 삶는 내가 벚꽃에 풀리고 있다   국수가 에부수수 벚꽃처럼 끓는 밤이다.   < 독필禿筆  / 이근배>   끝이 무지러진 몽당붓을 일컫는 독필禿筆이라는 낱말은 스스로 글솜씨를 낮출 때도 쓴다. 나는 어려서 몽당연필에 깍지를 끼워 써보긴 했어도 한 자루의 붓도 닳도록 쓰지 못했다. 그런데 추사秋史가 친구 권돈인權敦仁에게 보낸 편지에서 '열 개의 벼루를 갈아 바닥을 내고 천 개의 붓을 닳도록 썼다"는 글귀를 읽고는 그만 머릿 속이 텅 비워옴을 느꼈다. 추사는 그 편지에서 일흔 해를 그토록 써왔어요 "편지 글씨하나도 못 익혔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고희古稀라는 나이, 나하고는 천만리나 멀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나도 지척에 다다랐다. 저 추사는 천 개의 붓을 다 쓰고도 글씨가 안된다고 했는데 한 자루의 붓도 대머리 禿를 만들지 못한 나는 이제 어떻게 붓을 잡으랴 새로 용산에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세한도]나 한恨없이 훔쳐볼 작정이다. 어느덧 날은 차져서 옷벗는 나무들 속에서 저 혼자 푸른 소나무 잣나무를 그리던 그 천개의 독필이 들어있는 .     < 꽃피는 날은 떠나지 마라 / 이기철 > 삼의 핏줄로 살구꽃 피어나고 흙의  흰 피인 물 흘러간다 뿌리들이 흙을 끌어안는 힘으로 오늘을 살아야지 빈부에 젖은 하루를 꽃잎처럼 내려놓으면 걸어가 닿는 저녁은 아늑하리라 생각은 가늘고 그리움은 튼튼하다 잎 하나 흔들릴 때 우주가 잠 깬다 누군들 한 송이 기다림 없는 사람이 있으랴 오늘도 빛나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반짝인다 꽃잎 흩날리는 곳에서 반가운 사람 만나면 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말로 인사하리라 사람들이 손수건처럼 펄럭이는 곳에서 꽃의 향기 비어 안부 전하리라 그대, 꽃 피는 날은 떠나지 마라 꽃 다 져 어두운 날 나는 혼자 지상에서 쓸쓸하리라       < 서로 있다는 거 / 이생진 >   산과 산사이 찔레꽃이 만발해서 벌들이 떠들썩한 곳에 가던 길 멈추고 서 있다는 거   깊은 산 속에서 그렇게 고독을 달랠 수 있다는 거 행복해 죽겠네     < 밤 지하철 긴 의자  / 이숙희>   밤 지하철을 타 보셨나요 먼저 탄 사람은 분명 의자의 왼쪽 끝에 앉습니다 그 다음 사람은 오른쪽 끝에 앉습니다 그그 다음 사람은 한 컨 건너 또는 두 칸 건너 동그마니 앉습니다 낯선 사람들은 사람보다 물체에 익숙합니다 두려움이 외로움보다 더 겁나는 시간   잘 살펴보면 바깥쪽에 앉은 사람의 몸이 약간 비스듬합니다 비스듬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입니다 그러므로 밤 지하철 긴 의자에는 어김없이 비스듬한 공허가 흐릅니다   나는 요즘 서울로 이사와 아주 많이 지하철을 애용합니다 사람인人자의 한 축인 쇠골의 기운 공허가 너무 쓸쓸한 사람 서넛을 무심히 얹어주는 밤 지하철 외로운 사람은 특히 밤 지하철 긴 의자에 앉아보세요 무념無念의 시간이 어깨를 감싸는     <도서관 간다 / 이인원 >   질기고 긴 문장 붕대로 꿈틀대는 그리움을 꽁꽁 殮해 두러 간다   과월호 잡지 신세 같은 쓸쓸함을 훌훌 거풍 시키러 간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도 깨서 보채는 외로움을 고문서 보다 깊은 잠 재우러 간다   머릿속에 빼곡한 '너'라는 낱말을 모조리 삭제하러 간다   고전이 되지 못할 내 비밀을 고전 속에 암호처럼 밑줄 그어두러간다   끝내 못다 읽은 어떤 사랑이야기를 아쉽지만 기일반납 하러 간다   온갖 잡다한 사연 다 끌어안고도 의연한 도서관을 눈꼽 만큼이라도 닮으러 간다     < 이사 移舍 / 이영춘>   침대를 옮겨 놓으면서 생각한다 생가보다 먼저 희색단어가 휙- 지나간다 이 침대에서 한 사람이 떠나갈 것이고 그 뒤를 따라 또 한 사람이 떠나갈 것이다 그리고 침대도 떠나가고   떠나갈 침대를 바르게 놓으려 낑낑대며 떠나갈 그릇들을 정리하고 떠나갈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떠나갈 몸뚱이들을 정리한다 10년 혹은 20년 후, 침대 누었던 자리에 누군가가 무덤을 만들고 봉분을 만들고 지붕은 날아갈 것이다   날아갈 집을 위하여 날아갈 몸을 위하여   오늘 다시 나는 집을 짓는다 몸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