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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예술적 표현과 향유에 관심이 많았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시각을 모든 감각 가운데서 으뜸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그는 실물이 아닌 환상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에도 상상을 유발하는 영혼의 작동 이상으로 시각을 강조한다. 그는 환상을 감각, 주관적 견해, 객관적 사고 등과 비교하면서 그리스어 '판타지아'가빛을 뜻하는 '파오스'에서 유래함을 주목한다. 이것은, 인간에게 빛과 연관된 감각은 시각이고 시각은 감각중의 감각 즉 '으뜸 감각'이며 판타지아는 '보는 것'과 연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사람이 상상한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뭔가 본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결과 예술 창작에 디지털 기술까지 가세한 오늘날 인간은 바야흐로 '시각 활동의 과잉화'를 경험하고 있다. P 23
겨룸은 곧 어울림이다. 겨룸의 과정에서 살아나는 어울림이야말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어울림이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변증법의 원칙으로 설파한 '폴레모스'를 거쳐 창발하는 '하르모니아' 이다. 곧 '싸움'을 거쳐 이루어내는 '조화'이다. 모든 조화는 완벽한 제어의 표상이다. 바로 이 과정의 고삐를 쥐고 그 완벽한 표상의 안정감을 제공하는 자가 마술사이다. 그러므로 마술 공연장에서 공연의 주체로서 마술사는 거의 절대적이다.
이것 도한 생명력의 발현 그 자체이다. 비보이의 움직임이 공감을 주는 것은 바로 '살아 있다'는 것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싱싱한 생명체가 여기 있다. 그것이 지금 여기에서 자기 존재를 만끽하고 있다. 이것이 비보이 공연이 본질이며, 관객의 입장에서는 생명의 표현을 접하게 해 주는 예술이 된다. 철학자 화이트헤드가 일찍이 간파하지 않았던가. "생명은 절대적이고 개체적인 자기향유를 내포한다"고 생명체로서 비보이의 춤사위가 보여주는 것은 화이트헤드의 통찰과 그리 멀지 않다. 비보이들의 공연에서 비보이 각자의 춤사위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독특한 개별적 자기향유이며 그 자체로 생명의 절대적 충만함을 보여준다.
비보이의 몸짓은 나를 향한 '생명의 힘'이다 그럼으로써 비보이 문화는 전형적인 ' 나' 문화가 된다. 비보이 공연은 '나'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이 우리를 위해 표현하는 게 아니라, 나의 자기 향유를 공개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그를 바라보는 우리 안의 '나'를 불러일으키는 감성적 효과를 낸다. 이런 생명력의 전파 앞에서 비보이 공연을 바라보는 관객치고 나 역시 비보이가 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 않기란 불가능할지 모른다. 여기에 나를 향한 구심력적 생명원리의 힘과 그 역설적 피급 효과가 있다. P 37
'자유'는 비보이의 몸동작을 보며 얻는 흥미로운 철학적 화두이다. 전통적 의미의 자유는 밖으로 향하는 자기 표출인데 반해, 비보이의 춤은 사지의 말초 신경에서부터 모든 에너지가 몸통의 그 어느 핵심을 향해 핵융합하듯 응축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자유의 또 다른 차원을 엿보게 한다.
그래서 공동체 구성원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최대한으로 보장한다는 유토피아의 상상에서도 규율과 조정의 방식은 필요하며 구체적으로 정해진다. 토머스 모어가 상상한 나라에서도 이런 통제를 위해서 아마우로툼의 원로들이 있고, 캄파넬라의 < 태양의 타라>에서도 형이상학자 그룹이 이런 일을 맡으며, 프랜시스 베이컨의 < 새로운 아틀란티스>에도 솔로몬 전당의 회원들이 과학적 규율을 담당한다. P 44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예술장르 구분없이 , 이 작품의 매력이자 마력은 가면의 비밀에 있다. 가면의 앞과 뒤에 '모든'것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에릭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가 뛰어난 재능으로 만든 비밀의 방, 신비로운 거울, 지하 통로 등이 가면의 의미 못지 않게 긴박한 스토리와 함께 독자를 끌고 가지만, 르루의 작품이 이미지화 되면서 가면의 의미는 더욱 작품의 중심에서 자리 잡는다. 바로 눈에 보이는 미(美)와 추(醜)를 드러내고 감추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P 51
에코는 고백한다. " 우리 각자는 그런 것들이 도덕적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물리적 감각으로도 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추가 절대적으로 부정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미적 가치의 상대성에 대한 어떤 의식도, 그런 경우에도 우리가 주저없이 추를 인정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즐거움의 대상으로 전환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없애지 못한다." 이제 에코는 그래도 예술이 역사속에서 끈질기게 추를 표현하려고 했던 이유는 " 이 세상에는 냉엄하고 슬프게도 악한 어떤 것이 있음을 상기시키려고 했던 것" 임을 깨닫는다. P 53
콰지모도와 달리 에릭의 경우 우리는 연약한 인간 조건의 또 다른 면을 본다. 특히 뮤지컬과 영화같이 이미지화된 작품에서 에릭은 얼굴의 일부분이 흉측할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아주 작은 '손상'에도 자기 존재자체가 모두 부정될 수 있다. 추하게 되어버린 작은 손상! 그것이 에릭이 태어날때부터 갖고 나온 비극의 조건이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부정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의 의지와 고귀한 영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동서고금의 현자들이 그것을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치려 했지만, 현실이 이를 부정한다. 매우 단단해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결정적 흠집이 나면 깨져버리는 유리잔 같은 것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P55
이제 가면의 앞을 보자. 어찌 보면 에릭의 가면은 '노골적으로 위장된 아킬레스 힘줄이다. 아킬레스의 급소는 발뒤꿈치에 있다. 일상적 삶에서 잘 노출되지 않는 부분이다. 아킬레스는 그것을 굳이 감추지 않아도 된다. 아니 감추려 하지 않아야만 오히려 비밀이 노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에릭의 치명적 급소는 어떤 시선도 와 닿을 수 있는 얼굴에 있다. ...............< 중략>...........에릭은 자신의 급소를 가면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낸 치명적 힘줄이다. 에릭은 크리스틴과의 처음 만남에서 자신의 가면을 만지지 않는 이상 그녀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안심시킨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의 급소를 지키기 위해 경고를 한 것이다. 이런 이중성이 에릭을 항상 불안하게 만든다. 그가 추하다는 조건이 그를 악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상존한다. 가면 쓰지 않은 에릭을 환대하는 세상이 아닌한 에릭에게 무조건 선함의 의지를 강요할 수 없다. 또한 에릭은 가면이 약점을 '드러내고' 가면 그 자체가 '드러나고' 돋보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면을 치장하지 않을 수 없다. 가면마저도 추하게 만들어 쓸 수는 없기때문이다. P 57
< 캣츠>는 전도된 의인화의 예술이다. 이는 특히 무대 배경과 안무에서 그 기예적 극치에 이르고 있다. 도시골목의 쓰레기 더미 위에서 사람들이 모두 고양이가 되어 있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고전적 안무에도 일가견이 있는 질리안 린이 < 캣츠>를 위해서 "새롭게 움직이는 방식들"을 창조해야 했다고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린의 말대로 그것은 "새롭고 이상한 움직임"들이다.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작품 전체가 새롭고 이상한 의미를 담기 시작한것이다. P 61
의묘화는 '脫인간화'의 한 방식이다. < 캣츠>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를 붙들고 사유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면 '사람은 사람과 다르다'라는 명제에 이른다. 어쩌면 우리는 탈인간화의 극단에서 이렇게 외쳐야 할지 모른다. "인간은 죽었다"그리고 인간의 근원적 변신을 선언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해야 할 때가 왔는지 모른다.
이 괴상한 변신의 사색과 그 실천은 공상의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차원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지금의 우리와 다르게 존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캣츠>의 '고양이 인물'들처럼 각자 자신이 만나는 모든 타자를 고귀하게 이름으로 불러주며 작은 존중을 표시해야 한다. 우리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변신의 씨앗은 존중받는 개별자로부터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P 64
*** 태양의 서커스 < 퀴담>
소외된 소녀 조에는 우연히 목없는 남자 퀴담을 만난다. 그가 놓고 간 모자는 그것을 쓸때마다 새로운 환상을 펼쳐보여준다. 퀴담이란 정처없이 떠도는 이름없는 나그네라는 뜻의 라틴어이며 길모퉁이를 서성대다 후닥닥 사라지는 외로운 존재를 가리킨다. 흔히 익명의 세상 속에서 존재하는 개인의 독립성과 고독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다. 태양의 서커스가 시작된 곳은 캐나다 퀘벡이다. P 65
실로 허영을 삶에서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배제하려고 진력하면 할수록 우리 삶은 불균형하게 무거워지낟. 통풍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윤리는 사람을 긴장 시킨다. 그러므로 이완의 고안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오히려 윤리적 실천에 보조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완의 공간과 시간으로서 패션쇼는 흥미롭다 패션쇼는 '허영을 예술화'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74
플로베르는 우리가 '양심'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름 아닌 '내적 허영'이라고까지 했다. 여기서도 자신의 도덕성을 남에게 내보이기 위해 지나치게 양심을 내세우는 '도덕적 겉치레'를 꼬집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적당한 외적 치장'으로서 패션의 역할은 흥미로워진다. 그것은 내적 허영이 강화하고 경직되는 것을 풀어주는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유행에도 소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행에서 존재함과 사라짐을 갈등하지 않는다. 소멸이 있음으로 존재의 의미가 더욱 소중한 것은 만물의 이치이다. 그러나 유행만큼 소멸의 필연성이 현존의 의미를 감각적으로 즐겁게 부각시키는 영역은 없으리라. 유행의 차원에서 있음과 없음은 상호배제적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매우 긴밀하게 공생적이다.
유행과 죽음을 다룬 레오파르디의 대화편에서도 '모다(유행)'는 '모르떼(죽음)'의 자매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랑스러워한다. 모다는 자신을 못알아보고 서둘러 갈 길을 재촉하는 모르떼를 불러 세워놓고는 "우리 둘 모두 몇 없음의 자식 " 임을 상기시킨다. P 80
남사당놀이 가운데 하나로서 목덜미를 잡고 인형을 조정한다는 뜻에서 '덜미'라고도 하는 꼭두각시놀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첨단 디지털 문화의 시대에도 전통적인 방식의 인형극이 여전히 인기다. 이는 인형극의 기예적 특성 때문이다. 우리는 인형극에서 인간과 똑같은 움직임이 아니라 어눌하지만 진솔한 모습을 기대한다. 곧 ' 사람을 느끼기'를 기대한다.
티비와 인터넷을 비롯해 미디어가 다양해진 오늘날 라디오는 이런 고유의 특성을 자신안에 잠재함과 동시에 시대 상황에 따른 성격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라디오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특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개인과 집단, 노출과 은폐, 현실과 상상, 자유와 속박이라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다. 오늘의 라디오는 이 모순적 이중성에 양다리를 걸치며 존재한다. P92
... 다른 모든 매체와 달리 우리는 라디오를 '듣고 만다', 그것도 '혼자 듣고 마는 '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지식과 정보의 과잉 소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각 개인의 정서적 차원을 보존해주는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이른바 '전자 유목민 시대'에 미디어 활용이 이중성은 라디오를 다시 주목하게 한다. P95
우리는 흔히 디제이DJ라는 약칭으로 부르는 디스크자키는 레코드판을 가리키는 디스크와 원래 겸아의 기수를 뜻하는 자키Jockey의 합성어로 된 말이다. 이는 음반을 타고 달린다는 은유를 품고 있다.
뉴스는 패션과 유사하다. 그 '하루살이 성격'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경쟁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패션에서는 누구나 다 가는 길에 동참하는 것과 그로부터 차별화하려는 욕구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반면 뉴스에서는 '누구나 다 가는 길'을 놓치면 큰일 난다. 뉴스는 균형감 없는 극단의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P105
게오르그 짐멜이 간파했듯이 지속되는 변화와 새로움의 등장은 '인간에게 엄청난 억압이 될 수" 있다.
새로움의 관점에서도 자연적 조건에 머무는 동물과 문화적 활동을 하는 인간의 차이는 관찰된다. 동물에게는 습관이 생존에 거의 절대적이다. 어떤 상황앞에서 항상 해오던 대로 대처하고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는 그런 상황을 피한다.
동물은 새로운것을 두려워하며 그것을 거부한다. 인간은 물론 새로움을 거부하고 습관에 절대적으로 기대는 동물과 많이 다르다. 인간은 호기심이 있고 모험심도 있다. 하지만 인간도 새로움과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피로를 느끼며 고통스러워한다. 새로움을 빚는 일과 변화를 몸소 겪는 일은 누구에게든 힘겨운 법이다. 인간도 새로움을 몸으로 겪는 일을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현대의 미디어는 새로움을 몸을 겪지 않고 바라봄으로써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바로 여기에 새로움과 변화의 전달자인 뉴스의 영향력이 있다. 현대인은 시각적 미디어를 통해 점점 더 새로움의 고통을 몸소 겪지 않고 정신으로 즐길 수 있는 가능성에 쉽게 끌려들어갈수 있음을 의미한다. ......< 중략>..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인간 영혼은 새로움을 향해 기운다"라고 했다. 새로움의 전달을 본질로 하는 뉴스는 인간영혼을 기울게 할 수 있다. 반듯한 차림의 앵커들처럼 가장 건전해보이는 프로그램인 뉴스가 이른바 '천박한' 프로그램들보다 더욱 부정적영향을 끼칠 수 있다. P107
리얼티비는 이런 권력적 향유를 극대화 하는 방식이다. 이는 나의 시선이 가는 곳에 '타인의 삶'을 놓으려는 욕구이고 그것의 권력적 표현이다. 자신은 이동의 노고를 겪지 않은 채, 편안한 자세로 타인의 삶을 자신의 방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착각으 문제를 넘어서 실현의 효과를 지닌다. '시선의 권력'은 이런상황을 향유하기 때문이다. 권력가는 지배적이거나 억압적일 때보다 상황을 일방적으로 즐길 수 있을 때 구너력의 실제 효과를 만끽한다. 일방적 권력 향유자는 타자에 대한 관심은 늘어도 타자성은 상실하게 된다.
하겐베크 식 '사람 쇼'의 쇠퇴와 동시에 인류학적 기록영화가 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리얼티브이 역시 어던 의미에서 일정한 의도로 제작된 현대인의 인류학적 기록영화이거나 그것을 가장하는 것이 아닌가? ) 이제 시선은 일방적이 되었고 사람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그 일방성의 편안함을 즐기게 되었다. 시선의 권력은 도전 받을 일이 없게 된 것이다. 도전 받지 않는 권력에 타자성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는 리얼티비이 제작에서 타자에 대한 관심은 과다하게 늘어나도 타자를 위한 배려는 거의 소멸 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P112
영혼은 과거 즉 역사를 지닌다. 윤회설에 따르면 영혼이 여러가지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은 매일 저녁 산책을 하면서 하루일과를 조목조목 기억해내 반성했는데, 이런 기억력 훈련을 하는 사람은 이어서 더 깊고 중요한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영혼이 걸어온 길과 그 과정을 상기하는 일이다.
이는 삶의 저 깊은 심연을 찾아가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 즉 그들에게 기억은 단순히 삶에서 배운 것을 외우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 그들은, 이런 의미의 기억력 덕택으로 지혜로울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 기억의 행위를 므네모시네와 무사이 여신들을 위한 의례에 반영했다. 이러한 전통은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도서관을 짓는 일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들은 모두 '기억의 행위를 조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 116
"많은 것들을 알려하지말라. 그러면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 네모크리토스-
인간사회의 약육강식은 은유법이지만 동물의 왕국에서는 직설법이다.
영화와 드라마는 유사한 장르이면서도 매우 다른 점이있다. 영화에서는 '절제의 미학'이 중요하다면, 방송드라마에서는'확장의 미학'이 중요하지만 잘 늘려가며 다듬는 것도 중요하다.
'자유의 한계'라는 말은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 바로 한계가 현실에서 자유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집은 타인의 시선과 간섭을 배제하는 경계이자 , 그 안에서 나만의 (또는 우리만의 ) 삶을 보장해주는 한계이다. 내 집에서는 적어도 '내 맘대로'라는 자유의 일차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53
***휴대전화기 광고의 비밀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매일 호숫가를 찾던 나르키소스는 그 아름다움에 매혹돼 결국 호수에 빠져 죽었다. 나르키소스가 죽었을때 요정들이 찾아와 나르키소를 애도하고 있는 호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나르키소스의 아름다움을 매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호수에게 그의 죽음이 얼마나 슬프겠냐고.
그러자 호수는 오히려 요정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르키소스가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이 의외의 말에 요정들은 되물었다. " 그대만큼 잘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나르키소는 날마다 그대의 수면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잖아요!" 호수는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는 지금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수면위로 얼굴을 구부릴때마다 그의 눈 속깊은 곳에 나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아,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무한히 확장된 인간'이라는 사이보그 그 개념은, 기계를 창조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보철적 확장에이용하는 인간의 제2본성에 주목한 므루스 매즐리시의 공진화(co -evolution)이론과 일맥 상통한다.
다이어트diet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 '디아이타'에서 유래했는데 ,본디 '삶의 방식'이라는 뜻이었으며, 이와 연관해서 음식을 활용한 '일상적 섭생'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지금은 몸을 관리 하기 위해 먹고 마시는 것을 제한 한다는 뜻으로 주로 쓰이고, 더 나아가 속된 말로 '살빼기'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살빼기는 '몸 만들기'의 좀 더 구체적인 표현이다.P 172
근대 철학에서 변증법의 체계를 세운 사람은 헤겔이지만 , 후대 학자들은 그 파생적 의미들을 적극 활용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소외'의 개념이다. 헤겔에서 역사란 가이스트GIst 즉 정신이 일단 스스로를 '객체화' 한뒤 (스스로에 대해 낯설게 한 뒤)다시 찾는 과정이며, 이 과정을 반복지속함을써 정신은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포이어바흐는 헤겔의 객체화 개념을 부정적 의미로 바꾸어버린다. 인간은 자신에게 고유한 본질을 하늘에 투사한다. 그 투사된 것이 신이다. 신은 인간 스스로에게 낯설게 되어버린 인간 자신의 본질일 뿐이다.
마르크스에 이르러 객체화는 사회, 경제적 차원에서 '다시 찾음'이없는 박탈, 즉 완전히 부정적 의미의 소외가 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버림으로써 자신의 노동에 대해 이방인처럼 낯설어진다. 노동자는 노동의 결과로 생산된 것에 대해서도 아무 소유권과 처분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으로부터 소외된다. 노동자의 소외는 심리적 박탈과 경제적 박탈 모두를 포함한다. P 176
헤겔의 변증법을 실존주의 철학에 접목한 샤르트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두영역으로 구분한다. 구분의 기준은 의식이 있고 없음이다. 의식이 없는 사물은 자기충족적인 '즉자卽自'적 존재이다. 반면 의식을 가진 인간은 '대자對自'적이자 '대타對他'적 존재이다. 곧 나 뿐만 아니라 나 아닌 다른 것을 대상으로 의식한다. P175
회사와 공장이라는 작업장에서 소외된 노동자는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에서 자기 노동의 결과가 자기 것이 되는 , 즉 소외 없는 '나의 일감'을 찾고 '나의 노동'을 경험하고자 한다.(다이어트와 다양한 다이어트 광고사이에서 근, 현대 사회철학 논쟁의 각종 이데올로기는 재탄생한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이 자본주의적 '육체 신화화 산업'의 메트리스안에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할 때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위한 노동'과 그 정당화는 씀씀한 '변증법의 개그'로 남아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P 176
"인간이 얻을 수 있는 모든 행복은 / 기쁨이 아니라 , 통증에서 잠시 풀려남에 있다네."
- 작자 미상-
인류가 몸의 통증을 비롯한 삶의 고통을 참고 감추어왔다는 것은 언어사용에서도 알 수 있는데, 중국 작가 샤오춘레이는 "인류가 언어를 사용한 이래로 수없이 많은 말들이 창조되었지만, 육신의 고통을 표현하는 단어가 생각보다 빈약하다'는 것을 관찰한다.
중국어도 마찬가지인데, 그는 "종종 의사에게 두통의 증상을 설명하다가 뭔가 딱 떨어지는 표현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가?"라고 묻는다. P178
통증없는 육체, 이는 온전하게 건강하지 못한 몸 때문에 아프고 괴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인간이 바라는 유토피아이다. 아니 이 지점에서는 할 수없이 말을 만들어야겠다. 끊임없이 바라지만 이 세상에 '없는 ou장소topos'가 유토피아라면 , 우리가 간절히 바라지만 아직 이세상에 '없는 ou 몸soma'인 '유소미아Usoma'가 적절할 것 같다. 살아 있으면서도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는 건강한 몸은 아직까지 이 세상에서 발견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현대 의학과 약학은 정말 유소미아를 이룰 수 있을까? P180
다윈은 여러 다른 종족에서도 "신체 부위중에서 기이하게 변형죄지 않은 부위는 거의 없다"는 것을 관찰한다. 신체 부위가 변형되어 받는 고통이 엄청 클 것임에도 그들은 이런 장식을 한다 이로부터 다윈은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 "신체의 손상은 그 최초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곧 특유의 표지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집단 내에 자리 잡게된다. 그러나 자기 장식, 허영심, 타인에 대한 동경이 가장 보편적인 동기가 되는 것 같다"그리고 이것이 어떤 일정지역의 전통 때문에 생겨났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본다.
이것은 오히려 "거의 전 세계적인 풍습인 춤, 가장무도회, 거친그림 그리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이 인종에 상관없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라고 판단한다.
이제 다윈은 "인간은 자연이 그에게 부여한 형질이 무엇인든 그 것을 찬양하고 과장하려는 경향을 종종 나타낸다는 것을 또한 다른 동물들을 관찰한 결과와 비교하면서 설명한다. "인간은 하등동물의 감각은 조화롭고 소리뿐만 아니라 화려한 색깔과 특정한 모양으로 즐거움을 얻고 그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특정한 취향이 긴세월을 거치며 유전될 수 있다"는 가설에 이른다...P187
철학자 베이컨이 < 아름다움에 관하여>라는 에세이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조화 안에 뭔가 기이함이 없는 절세의 미는 없다." P189
인간은 돌아올수 있다는 가능성때문에 여행이라는 모험을 시도하는지 모른다. '무사히'돌아와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반추하려고 떠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행광고는 이 두가지 삶의 가치, 곧 안전과 보람이라는 삶의 가치도 떠남의 설렘뒤편에 감추고 있다. P 194
여행은 사실 공간을 즐기며 이동하는 행위....
우리는 여행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아니라 공간을 본다. ..우리는 여행 중에 무엇보다도 새로이 만나는 공간의 의미를 향유한다. 이는 여행사들이 광고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사진등 아이캐쳐 eye - catcher 를 주로 활용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이캐처로 공간의 황홀함과 환상 그리고 낭만적 분위기까지도 표현해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철저히 규정된 여행 일정을 강조한 문구를 함께 넣는 것이 현대 여행 광고의 모순이다.
진진한 여행객은 여로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간을 즐기낟. 공간의 새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그러면서 시간을 써버린다. 시간을 써서 공간을 향유한다고 할 수 있다. 공간 속에서 시간조차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면 공간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 순간에는 시간조차 공간화 한다고 할수 있다.
인간이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시간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잘 쉬ㅜ기 위해서 이른바 '휴休테크'를 할 때도 그 안에 '시 詩테크'가 내포된다. 휴가계획에는 시간과 일정이 빠지지 않는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휴가를 잘(?) 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진정한 휴식은 '시간을 낭비하는'데에 있다. 쉽게 말해, 시간을 써버리는 것을 개의치 않는데에 휴식을 만끽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된 여행 광고를 하지 못하는 문화적 환경에 있는지도 모른다. 흘러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면, 떠나고 돌아오는 것은 인간의 '문화적 연출'이다. 시간의 흐름에 지배받는 것이 자연법칙이라면, 시간을 잊을 수 있는 공간 속에 있는 것도 문화적 연출이다. 보람있는 귀환과 공간 향유의 여로, 그것은 여행 광고가 감추고 있는 여행의 비밀이지만 여행자가 찾아내어야 할 인생의 보물이다. P 196
근근이 살아남은 자드은 "스스로를 위안받는 자기 치유를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는 것이다. 다분히 비관적인 전망이다.
책을 읽을 때 속도를 조절하는 주체는 독자다. 어떤 문장을 음미하기 위해 천천히 읽을 수 있고, 어떤 쪽들은 빨리 넘어갈 수ㅜ 있으며, 한 줄의 문장에 감동해서 그곳에 한참 머무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의미 형성을 위해 자연스레 속도를 제어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와 텔레비젼 등 감각종합형 문화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속도 조절의 주체는 수용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매체는 의미를 위해 속도를 희생 시키지 않는다. 정해진 속도에 따라 진행하기 위해서 사유 주체의 의미 형성 과정에 무심하여 ,
오히려 자신의 시간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서사 구조속으로 수용자가 몰입하기를 원한다. P 208
의미를 위해 속도 제어를 허용하지 않는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책은 쇠퇴와 소멸에 대한 예측도 이에 줄곧 동반되어 왔다. 그렇다면 정말 "책을 읽는 일이 무슨 소용이 된단 말인가?" 하고 물을 수 있다. 이에는 내가 오래전에 제안한 '책의 말기 암 환자론'으로 답할 수 있다. 책은 호나경이 바뀌고 영양이 부족해서 (책의 영양분은 독자의 관심과 독서다) 얻은 병 때문에 사망 선고를 받고 '몇 년' 안 남은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환자와 같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책의 장점을 이용하고 책의 혜택을 받을 '마지막'기회 이다. 지금이야말로 책이 남기고 갈 보석 같은 말들을 들을 기회이다. 말기 암환자가 들어둘 만한 소리는 많이 하는 법니다. 물론 책의 장구한 역사로 볼때, 책의 ' 몇 년'은 인간의 년 수로 '수백 년'에 해당 될 수 있다. 책은 중병을 앓고 있지만 책은 아직 살아 있고 책을 읽을 기회도 우리가 원하는 한 아직 남아 있다. P 210
" 이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 파올로 코엘료 < 연금술사 > 중에서 -
*** 훈계와 실용성
자기 계발서에 대한 이런 관찰들은 우리에게 얼른 두가지 생각 거리를 제공한다. 하나는 '문자문화의 활용'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계발적 교훈의 실용적 효과'에 관한 것이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소통 매체로서 문자문화는 '훈訓'과 '계戒'의 내용을 담는 일에서 그 활용도를 극대화 했다고 할 수 있다. 훈인든 계이든 글을 '새겨' 전달하고 , 마음에 '새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하지말라'는 계명들이 많았다. 석판에 문자로 새겨진 십계명은 그 전형적 예이다. 여러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있어왔던 부정적 계명들을, 현대의 자기계발서는 긍정적 훈시로 바꾼다.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될 것처럼 믿고, 된 것처럼 미리 행동하라는 가르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P 214
뇌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개리 마커스가 주장하듯이,
인단의 마음은 일종의 클루지Kluge'일 가능성이 높다. 즉 불완전한 요소들이 서툴게 짜맞추어 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선인들이 직감 했듯이 마음은 확고하기 보다는 변덕스럽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한 투쟁의 과정을 거친 진화의 관성 때문에 어떤 사태에 대해 '숙고체계'보다는 '반사체계'를 더 잘 가동한다. 그러므로 자기계발적 인지로 지속적으로 확고해지기 어렵다. 확고한 마음 다짐은 자기기만이 되기 쉽다. 그래서 또한 강압적 구호가 필요한지 모르지만 말이다. 물론 많은 자기 계발 교훈은 코엘료의 말처럼 은유이지 직설법이 아니다. .....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 '마음 먹게 하는 책'보다 '생각하게 하는 ' 책이 위기 극복과 미래 성공에 훨씬 효과적이다. P 215
*****고전의 이득및 한계
1. 고전을 '지혜의 보고'로 삼는 경향은 오래된 것이다. 지혜의 보고이기 때문에 곧바로 윤리적 근거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여기게된다.... 문자 권위주의에 기대게 됨..
2. 옛것이지만 고전을 현재와 미래를 비추어 보는 거울로 삼는데에 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랄는 명제가 깔려 있다. 나아가 '세상은 늘 똑같이 되풀이 되며,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는 인식적 근본주의도 엿볼 수 있다. 이런 입장은 인간의 본성을 '상수'로 보는 것이다. 이 입장에는 인간 본성은 '주어진 것'으로 변하지 않으며 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진화해왔다고 해도 '진화의 종점'에 있다는 인식이 자기도 모르게 깔려 있다. 그러나 인간 본성은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다.
3.문화연구적 관점에서볼때 ' 고전에로의 귀의'는 일종의 안도감을 준다. 그래서 전문학자들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곧잘 고전으로 돌아가고 잠언으로 돌아가며 덜 문명화된 공동체의 지혜로 돌아간다. 때론 최근에 출간된 중요한 책들을 읽어야 하는데도 고전 삼매경에서 위안을 얻으며 오늘의 지식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고전의 위안'은 이중적이다. 고전이 변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기도 하지만 ,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4. 인문적 지식인들은 고전의 가치를 때론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 문헌을 다루는 작업은 일상의 일이다. ...그러나 너무 과하면 '인문 권위주의'를 내세우게 된다.
***암호와 해독
'읽기'와 '쓰기'가 문자문화를 구성하는 기본 유전자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문자는 쓰기와 읽기 사이에 존재한다. 곧 쓰여진 것과 읽는 행위사이에 존재한다. 즉각적으로 보여지는게 아니다. 말소리처럼 즉각적으로 들리는 것도 인다. 어찌 보면 이런 비유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쓴 사람은 문자 뒤에 있고 읽는 사람은 문자앞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문자는 항상 '사이 존재'이다. 사이와 틈새에 존재하는 것은 항상 은폐의 암호를 지니고 있다. 잡힐듯 말 듯 숨어잇는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해독의 문제를 동반한다. 곧 ' 풀어내야'한다. 한눈에 보는 것이 아니다. 문자문화에서 읽기는 추리적 사고의 발달과 밀접하다. P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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