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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마틴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에서 소크라테스의 사형을 두고 "펠레폰네소스 전쟁이후 발생한 그리스 역사상 가장 불명예스러운 사건"이라고 평한다. 오늘날 그를 고발했던 인물들은 악인의 대명사가 되었고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육체의 죽음을 택했지만, 그 명성은 영원히 살게 되었다. P 20
플라톤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솔선수범이란 말 그대로 언행일치를 이룬 사람이었고, 서양 철학사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족적을 남겼다. 물론 그의 철학적 업적이 그의 뜻과 무관하게 훗날 전체주의 체제의 이론적 토대에도 활용되었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가 노년기에 쓴 작품들은 [티마이오스] [크리티아스][소피스테스][정치가][필레보스][법률]등이다. P 25
한때 소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에게 "소피스트란 영혼의양식이 되는것을 상품화 하여 도매, 또는 소매로 파는 자 인듯 하다"라고 불만을 토로한적이 있다.
플라톤은 아테네의 영광으로부터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거치면서 아테네가 이류 국가로 전락하는 혼란기를 살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기에 목격한 참혹한 전쟁과 무자비한 전염병으로 인한 죽음, 아테네 사회의 혼란상은 플라톤으로 하여금 이상 국가에 대한 염원과 해결책을 생각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계층간에 이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플라톤은 계층들이 저마다의 일에 집중하고 사회 전체로는 안정과 조화를 이루는 것에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구상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역사학자 존 R. 헤일은 플라톤이야말로 '아테네 황금기의 부활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모든 도시를 통틀어 가장 걸출한 지성'이라고 표한다. P 31
"나는 그보다는 지혜롭다고,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스스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지도 못하고 또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 소크라테스 -
"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 라고 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P 37
소크라테스의 충실한 벗이자 제자인 카이레폰이 '델포이(델피) 여제관(무녀)'을 찾아가서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자가 있는가'에 대한 신탁을 얻어왔다.
그런데 왜 카이레폰이 아네테에서 무려 17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델포이를 찾았을까? 아테네 시내로부터 델포이까지 지금도 버스로 3시간 이상 걸리는 곳임을 고려하면 지식에 대한 열망이 없는 사람이라면 방문할 만한 거리가 아니다. 카이레폰은 무슨 일이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신탁으로 자신이 숭배하는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진정한 현자인지를 확인하고 싶었고, 세상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싶었다. 때문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델포이를 찾아갔던 것이다.
신탁의 내용은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없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신탁과 달리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스스로 진실을 알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신탁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생각 끝에 소크라테스는 자신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내기로 한다. 만약 그런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 증거를 갖고 신을 찾아가서 신탁의 의미를 새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소크라테스는 정치가, 시인, 장인 등 세상에서 현자(賢者)라 불리는 사람들을 찾아나선다. 그런데 그들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소크라테스는 그들이 현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깨다는다. 이를 테면 아뉘토스(Anytos)와 같은 정치인은 많은 사람들이 그를 현자라고 믿을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또한 시인들의 경우엔 자신들의 작품조차 잘 알지 못하면서 위험하게도 시를 넘어선 영역에까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장인들도 자신들의 일에선 어느 정도 지혜로운 자라고 불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분야를 벗어나는 곳에서는 무지함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들도 역시 스스로 현자로 착가하고 있었다.
이 점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이들(시인과 장인) 각자는 제 기술을 훌륭히 발휘 할 수 있다고 해서 가장 중대한 다른 일들에 있어서도 자신이 가장 현명한 것으로 여기더군요"라고 지적한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현자라 불리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정치가와 시인, 그리고 장인들의 문제점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는 오히려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교만함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현자라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현자가 아닌 이유를 설명해준다. 문제는 이것이 또 하나의 화근이 되었다는 점이다. P 43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 의 고뇌와 당혹을 시인들은 자주 토로한다. 출발점에선 백 사람이 함께 달리던 길, 결승전 언저리에선 한두 사람이 힘겹게 뛰고 있다. 대부분이 시에 패하고 말았다. 그토록 시는 비정하며 다반사처럼 참패의 쓴잔을 따라 먹인다. 시는 결정(結晶)의 작업이다. 처음엔 들에 불과했으나 천만 년의 암울을 견디어 이윽고 보석이 되는 원리를 묵상할 일이다. 좋은 술을 얻으려면 술항아리조차 흔들거나 옮겨선 안된다고 한다. 우리의시도 우리의 가슴안에서 충분히 엉기케하고 전 발효를 도모해야 한다. 한데 우리는 그와 같이 하였던가? 더하여 시는 시인을 점유(占有)하려 한다. 다시 말하면 시는 시인의 영혼을 통째로 원한다. 전령의 몰입과 그 순열한 연소를 원한다. 시인의 한낱 속령이 되기에 시란 너무나도 핍진하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인의 일상은 이 원리에 아득히 미달한다. 세상사 틈틈이 시를 쓴다. 흙먼지 바닥에서 시의 낙수(落穗)를 주우려 한다. 호주머니 맨 밑바닥에 시의 구겨진 초고를 둔다. 용무를 위해선 여행을 하지만 시를 위해선 그런 결단까지 내리지 않는다. 실연(失戀)이나 뼈아픈 손실에 대해서는 우는 일이 허다하면서 막상 시의 불성취를 슬퍼하여 눈물짓는 일은 적다. 그래서 시는 반란을 일으키곤 했음을 겨우 알게 된다.
시를 위해 번민하고, 시를 위해 불면의 밤들과 만나며, 시 그것만을 위해 말 벗 없는 여행기에도 올라야 한다. 객창의 몇 날 몇 밤을 시하고만 만나고 시와 대화하면서 그 수척한 몸매, 외로운 눈길 앞에 흡족한 애경을 바춰 줘야 한다. 연애할 때 한 사람만을 생각하듯이 시도 전적인 열중을 요구한다. 이를 채워주지 못할 때 시인의 원고지는 황량한 백지인 채 이 날의 삶과 함께 닫혀 버리는 것을. ....................< 중략>.......
전념(專念)이란 두글자는 무섭다. 글과 가정과 직장이 저마다 사나운 위력으로 이 '전념'을 나에게 요구했고, 나의 역부족으로 이를 감당해 내지 못해 갖가지 반란을 초래하고 말았다. 별수 없이 나는 막무가내의 비참에 심신이 짓눌린다.
시인에겐 시가 종교요, 신앙이어야 하며 힘의 한량까진 이를 충실히 섬겨야 한다. 만약 거스를 땐 용서없이 내던져지고 사는 바람에 실려 먼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 몰입과 전념만이 시를 건지는 순금의 어망이요, 시의 계명이며 삶 전반의 준열한 경고임을 언제나 자각해야 한다. 절대이신 신을 섬기듯이 삶 그것도 전력추구로써 받들고 감당해야 한다는, 꾸지람의 한 음성이 나의 귓전을 울려주고 있다.
****기도와 참회, 은빛 아름다운 허무
그가 말했지, "우리의 모습과 사람됨은 무엇을 사랑하느냐에 따라 달라 진다"고. 또한 "사람은 그가 신을 믿고 있는 한, 그의 형상을 간직할 수 있다"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도 나는 무한히 공감하고 있다. 말하자면 두 사람의 사고(思考)의 핵심사이에 시인 김남조가 존재하는 것이리라.
신성을 수반하는 이 그리움 앞에서 우리는 전율하고 만다. 얼핏, 김남조 그녀에게서 허무의 옆얼굴, 설핏..., 고웁다. 저 굳게 닫힌 붉은 입술에서 새나올지도 모를 허무의 실비단 같은 실체. 문득 한 마리 거미인 당신은 말없이 허무를 캔다. 거미처럼 자구 '니힐 (nohil)'이라는 이름의 은회색 실을 잣는다. 아름다운 은빛 허무, 이 낱말이 어울리는 시인.
오래전 어느 부모님과의 상담, 한소녀가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를 읽고 자살 미수를 한 일이 있었다. 김 시인은 또 다른 의미에서양서의 오독으로 인한 피해를 깨달았다. 하느님 안에서 내가 쉬고 내 안에서 하느님을 쉬게 하는 지혜로운 기도가 필요하다며 시인은 각별히 안식(휴식)과 평온,진솔한 의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건 첫째가 생명성, 두 번째가 생명존중의 종교심. " 생명자체가 사랑스럽고 귀엽고 애처롭지 않은가요? " 중심 철학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김 시인은 감수성에 이어 생명성을 역설한다. 기억에도 아련한 지난 시절, 어린 남조가 일본 여학교에서 폐결핵으로 퇴학을 강요받을 때 우연히 만난 타고르 시집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선(善)은 문을 두드리나, 사랑은 문이 열려 있음을 안다" 는 등의 구절에서 생명의 양분을 받고 감격하여 스스로 세계를 받았다고 .
** '당신이 최고 작품'을 묻는 말에 르네상스 고전 양식을 확보한 화가 라파엘(1480~ 1520) 은 이렇게 답한다. "나의 다음 작품입니다." 어쩌면 미래를 바라보는 그의 명언 처럼 김시인의 작품도 끝이 없을지 모른다. ...
*** 이처럼 김시인은 문학이 봉헌이 돼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또, 어느 대상이든 사랑 흔적이 묻은 이의 마음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느냐... 그러다가 제대로 된 사랑 하나 받지 못한 채 젊어 요절한 작가 김유정의 애틋한 이야기가 새롭게 들린다. 하모니카를 잘 불었다는 유정의 연애편지는 한 자 한 자를 무려 5분 걸려 썼다고. 한 통을 쓰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는, 실로 믿기 어려운 지독한 순정파의 연인은 녹주라는 소리꾼이었단다. 시인의 진솔한 사랑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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