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환 제 3시집 ...

비가 나리는 이야기

                                      

< 方法論 2>

있는 것 모두 다 줘 버리기

주고도 남는 것 있음

강물에 던져 버리기

있는 것 하나도 없음

두손 탁탁 털기

두손 탁탁털고 어슬렁 거리기

어슬렁 거리다 지치면 낮잠자기 낮잠

 

사랑하던 모든 것

이제부터 미워하기

미워하되 철저하게 증오하고

철두철미 혐오하기 혐오

 

 

 

< 어둠의 소리 >

 

나의 손

그 끝에서 튕겨지며

한개의 성냥 개비가

어둠의 벼랑을 질주한다

일순

불붙는 어둠 자락

어둠의 한 자락에 피어난

瞳孔은

그대로 나의 死眼을

중심으로

모이는 어둠

어둠은

서로 어깨를 으깨며

하얗게 죽어간다

 

나의 손

끝에서부터 연타되는

천개의 만개의

환호성들이

어둠을 죽이고 있다

깔깔 거리며

어둠의 벼랑을 깎아 내리고 있다

 

 

 

< 달빛 속에서 >

 

야밤에 은근 슬쩍 창문 두드리는 者 누구

그래서 잠을 빼앗고

허공에 시퍼렇게 얼어붙은

달 보게 하는 者 누구

얼어죽은 바람 뜯어먹는 바람소리

그대 숨소리로 파먹고

나중엔 그 소리로 그 소리까지 갉아먹는 소리

한 밤중 승냥이처럼 달보고 울어볼꺼나

아 비겁하게도 비겁하게도

다 어디로 숨고

어쩌자고 달빛에 가슴 찢기며

녹슨 칼날같은 소리로 우는가

 

아무도 없는가

아무도

아무도 없는가

 

 

< 가을비>

빗방울은

빗방울끼리 어깨를 부딛치며

싱그런 과일의 꼭지를 두드린다

 

빗 방울은

있는 者의

없는 者의 눈이 되어

무엇을 볼까

 

누군가 떠나는 사람의 배웅을

위해 外出해야하는 가을 아침과

그 만큼의 그리운 사람을

追億해야 하는 가을 밤

 

빗방울은

가을을 흩뿌리는 빗방울은

빗방울끼리

어깨를 껴안으며 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