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에는 오락과 섹스물만 있을 것 같지만 , 냉전시대에 핵전쟁의 위험을 고발한 영화들도 만들어졌고, [블랙호크 다운], [ 블러디 다이아몬드]와 [시리아나]를 거쳐 [아바타]에 이르기 까지 , 냉전적 보수주의자들이 맘 편히 보기는 쉽지 않은 영화들이 수두룩하게 많다. 상업방송이거나 상업영화라고 해서 아무 메시지도 없는 '무개념' 방송이나 영화로 막 가는 것은 아니다. P49
나는 문화에서 정말 재미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때, 거기에 문제가 있더라도 일방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다른 분야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 선택의 다양성을 높이는 쪽이 좋다고 생각한다. " 재미는 더 큰 재미로 극복되어야 한다." 설령 불온하거나 과격하거나 시대와 맞지 않는 면이 있다 하더라도 함부로 금지해선 안되고 새로운 분야에 지원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89
한참 '프렌치 쉬크'라는 이름의 패션이 유행할 때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패션 아이콘이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때 세르주 갱스부르에게 저런 멋진 딸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 한국의 방송에 나오는 기인으로는 소설가 이외수가 꼽힐 정도지만, 그도 가수였던 세르주갱스부르의 기이함에는 따라가지 못할것이다. 작곡가이자 가수였던 그는 섹스를 노래에 가장 과감하게 도입했던 사람이고, 당대 최고의 패션모델등 미녀들과 결혼과 이혼을 거듭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편집자에 대한 영화는 생각보다 많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줄리엔 무어가 비정규직 아동지 편집자로 나왔던 [포가톤?(2004)이다. 자식을 잃었다는 사실을 남편을 비롯해 거의모든 사람이 잊어버렸는데 오로지 엄마만이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그녀의 직업은 비정규직 편집자인데 이 엄마 덕에 외계인의 음모로 부터 지구를 지켜낸다. '엄마 + 편집자' 이 설정은 기억을 상징한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는 지바고가 인텔리라는 것을 보여주기 의사와 시인이라는 두 가지 상징을 제시한다. 책, 이거야 말로 가장 오래된 기억 아닌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저장 장치들은 전기가 사라지거나 컴퓨터 체계가 바뀌면 후대에 다시 볼 수 없지만, 책은 보존만 된다면, 언제든 당대를 증언하는 기억으로 전해질 것이다. 편집자들은 사회의 기억장치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고, 동시에 많은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P 162
이 와중에 르포문학이 아직도 죽지 않은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부서진 미래 ](2006)로 비정규직 문제를 부각시킨 김순천은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2009) [인간의 꿈](20`11)을 내놓았는데, 개인 작업과 팀 작업을 병행하면서 계속 주요 작품을 발간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본 20대 중에는 르포문학이나 기록문학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P 176
장하준을 생각해보자. 첫 책인 [사다리 걷어차기]는 2004년에 나왔고, 대작이지만 마니아층을 제외한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읽으라고 해서 좀 반응이 있었지만 , 오래가지는 못했다. 2007년에 나온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장하준은 얼마간 사회과학 시장구조에서 벗아났고, 여기에 국방부 불온도서 지정 건의 변수로 작용했다. 천하의 장하준이 여기까지 오는데 7년이 걸렸다. 그동안 한국의 사회과학이 침체를 겪기도 했지만, 이 정도로 꾸준히 문제작을 내면서 길게 버터야 승산이 있다. 처음에 데뷔해서 성과를 내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시장이다. 장하준만큼 세계적 태제를 내기가 힘들다면, 아마 10년 정도는 버터야 할 것이다. 사회과학 분야의 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가늘고 길게 '를 삶의 모토를 삼아야 할 것이다. P182
워낙 이데올로기 대립이 강한 영역이라서 우파 정부는 절대로 보조금을 주거나 다른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권은 할 수만 있다면 금서 목록이라도 다시 만들고 싶겠지만 , 금서가 될수록 더욱 힘을 받는 이상한 상품이 바로 사회과학 서적이다. "금지된 것이 더 아름답다!" 누가 그 금지된 땅을 밟을 것인가. P187
*이명박의 '하이서울'에서 노무현 시절의 '로드맵'을 거쳐 이제는 행정용어까지 영어를 남발하느라 우리말이 누더기가 되었다. 한때 국한문혼용체가 있었듯이 영어를 늘어놓고 우리말은 조사와 동사만 쓰는 문체를 '보그체'라고 불렀다. 국내신문사에서 발간하는 여성지들도 독특한 스타일로 자리 잡았지만 , 라이선스패선 잡지들은 이들과는 다른 시장에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보그>, <하퍼스 바자>, <엘르> , 이 세잡지가 패션계의 '빅 쓰리'다. P191
오드리 헵번이 천사처럼 나왔던 영화 [화니 페이스]는 굵은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고서점 여직원이 갑자기 패션지 모델로 발탁되어 파리에서 화보를 찍으면서 사진작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마요 . 나도 잘해요 " 라는 박해일의 대사 하나로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고 결국은 '연상녀 시대'의 서막을 연 박찬욱 감독의 영화 [질투는 나의 힘 ]역시 잡지사 편집국에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이다. [미스터 초밥왕]에서 실제로 쇼타를 단련시켜 일본 초밥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주자로 만들어주는 쓰루에 씨는 잡지에 요리 관련 기고를 하는 칼럼니스트이다. 잡지의 사회적, 문화적 힘은 사실 신매체가 가질 수없는 아날로그 감성에서 나오는 독특한 매력에서 생긴다. 디지털에는 아날로그 매체의 촉감과 사실감 그리고 판타지를 담기 어렵다. 왜 손해 보는 줄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잡지 발행인이되거나 잡지에 몸을 담았을까? 20세기는 이렇게 보면 출판 매체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단순히 산업논리로만 담아내기 어려운 사회적 열정 혹은 문화적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돈이 열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 열정이 돈을 만든다. 바로 이것이 문화의 경제적 특징이라면 , 잡지는 대표적인 열정산업이다. 그로부터 특정산업 혹은 분야에서의 담론과 논의구조 그리고 유행의 패턴을 이끄는 효과를 불러온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진화해왔다.P 197
우리는 지금까지 청소년 대상으로 별의별 프로그램을 다 써왔다. 논술시험을 보면 책을 좀 읽을까 싶었는데, 사교육 시장에서 논술공부를 패턴 암기로 바꾸는 바람에 완전히 망했다. 게다가 책을 음미하면서 사고하기는 커녕 기계식 요점정리로 때우면서 오히려 책에서 더욱 멀어져버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들어 '어린 쥐, ''국제중 도입, '초등학교 영어교육 강화같은 일로 논란이 일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책과는 아예 멀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 P 201
한국에는, 처음에는 국가가 집단 거주지역에 꼭 필요한 도시 기반시설들을 만들어주자는 의미에서 '공영개발'이라 불렀고, 나중에 이명박 시장의 토건주의와 만나 뉴타운으로 이름을 바꾼개발방식이 있다. 기본취지는 학교와 병원 등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시만 덜렁 만들어놓으면 초기 입주민들이 너무 골탕을 먹게 되고, 나중에 상업적인 이유로 기반시설을 만들려 할 때에도
필요한 입지가 없어서 곤란을 겪을 테니 그런 사태를 방지하는 것이다. 용인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난개발'이라는 비난이 많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원래 뉴타운이라는 공영개발방식의 취지였다. 이것을 동네 책방이라는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P 206
원고를 통으로 넘겨준 다음에는 저자들도 아이디어 도용이나 모티프 표절을 우려하며 불안해 한다. 정리하면, 약간의 샘플 원고를 쓴 상태에서 출판사와 계약을 하는 게 현실적이다.
인문사회과학분야에서 마케팅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 정신건강에 좋고 그 보다는 꾸준히 일정 수순을 유지하면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혼자 뛰는 조용한 장기 레이스와 비슷하다. 마케팅보다 중요한 모토는 바로 이것이다. 지치지 않기, 그리고 '가늘고 길게 '
노골적인 시대 비판과 정부비판을 담은 [ 공각기동대]를 과연 우리 텔레비젼에서 볼수 있을까?
2010년에는 '연극열전 '의 성공에 힘입어 시리즈 연극이 활발하게 기획됐다. 영화감독들의 연극 연출 도전으로 이목을 끈 '감독, 무대로 오다 ' 시리즈가 기획되어 허진호 감독의 [낮잠], 장항준 감독의 [사나이 와타나베]....
젊은 시절의 기억을 카세트테이프에 담아둔 사람들이 굳이 CD 바꾸겠느냐는 것이다. 딴은 그렇다. 첫사랑에게 받은 테이프, 그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고 어떤이에게는 삶의 전부일 수도 있다. 나도 중인 학교 때 처음 샀던 LP [러브스토리] OST와 [ 사운드 오브 뮤직 ] ost 앨범을 아직도 가지고 있고, 우울해 질때면 아무 생각없이 살던 청소년 시절을 생각하면서 그 음악을 들는다. 다들 그런 음악,
혹은 음반이 있지 않는가?
주식시장에서는 개별종목에 대한 개별 수익성이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에 대한 수익성을 계산하지만 아이돌 그룹은 개별 그룹별로 별도의 손익계산서를 요구한다. 사람은 유가증권이 아니고 각자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획사가 수익을 올리는 것과 개별 팀의 경제적 성공이 반드시 연동하진 않는다. 이런 기획사가 관행을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시장 논리 에만 맡겨 놓으면 '노약 계약서'니 착취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올수 밖에 없다. P302
소외되었던 아이들이 힙합을 통해 음악의 힘을 알게되고, 그렇게 해서 주류 사회에서 적응하고 자기 길을 만들어간 예는 수없이 많다.
사회적인 의미만 따져볼 때, 힙합이 반항이 음악이라면 아이돌 그룹음악은 파토스의 방향자체가 다르다.
|
같은책 다른리뷰 | 이 책에 대한 다른 리뷰도 읽어보세요.
문화로 먹고 살기
이전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