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 사람은 물론 이 세상에 있는 온갖 만물들은 모두가 스스로 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은 물론이고 산과들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아주 작은 들꽃 하나까지도. 그래서 세상을 많이 안다는 것은 사물의 이름을 많이 안다는 것과도 뜻이 통하는 가 보다. 사실 우리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사물에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공기나 바람에게까지 우리는 온갖 이름을 붙여주고 있으니까.   < 잘못 채운 단추 >                            - 천양자 -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그래, 그래 산다는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가난이 괴롭다면 톨스토이가 제시한 가난을 면하는 방법 두가지 중 당신이 쉽게 할수 있는 한가지를 택하라 첫 번째는 말할 것도 없이 자기의 재산을 늘리는것. 두번째는 자신의 욕망을 줄이는 것.     < 내가 나의 감옥이다>                                 한눈 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았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말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 유안진, < 내가 나의 감옥이다> 중에서 -   *** 정말 웃기는 이야기지만 사실이 그랬다. 내가 무슨 대단한 시인이라고 ? 내게 무슨 대단한 소명의식이 있다고?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내가 그러고 싶었으니까. 여태 되지도 않은 시를 쓴다고 껍적거린 이유는 쓰고 싶었으니까 쓴것이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짓거리였기에 지금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다. 잘 쓰고 못쓰고는 그 다음의 일이다. 내가 좋아서 한 짓인데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시를 왜 쓰는가? 왜 시를 쓰고자 하는가? 시를 잘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대목부터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 ' 시는 마음이 흘러가는 바를 적은 것이다. 마음속에 있으면 지(志)라 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면 시가 된다. ' 공자의 말이다. 다시 말해  시는 내면의 고백이다. ' 창조란 존재의 총계에 무엇인가를 새롭게 보태는 일인데, 새로 보태지는 것이 시이며, 이 일을 행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다,' <문학형태론> 을 쓴 R.G. 몰튼의 말이다. 다시말해 외부에 대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시며, 시인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시는, 내면의 고백과 외부에 대한 성찰의 기록인 셈이다. 시를 쓰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때문이다. 또한 내가 아는 사람이나 내가 보고 관찰한 세상의 모습들을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결국 그것들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시적완성도는 결정되게 마련이다. 그 시를 읽었을때 , 독자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아 이런 세계도 있었구나 하는 탄성이 새어나올 때 시적 가치는 그만큼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독자의 눈을 뜨이게 하고 독자의 코를 틔게 하고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시가 좋은 시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 그러면 그런 시를 어떻게 쓸까?     *****< 쉬인 >                         - 장정일 -   계획에는 없었지만 나는 최후로 만들어지고 공들여 만들어졌습니다요, 그렇습니다요 드디어 나는 만들어졌습니다요, 그러자 세계는 곧바로 슈라장이 되었습니다요, 제멋대로 펜대를 운전하는 거지같은 자식들이 지랄떨기 쉬작했을 때!   그런데 내 내가 누 누구냐구요 아아 무 묻지 마십시오. 으은 유와 푸 풍자를 내뱉으며 처 처 천 년을 장수한 나 나 나는 쉬 쉬 쉬 쉬인입니다요.   장정일 시인의 풍자시< 쉬인>의 일부분이 떠오른다. 조물주가 마지막으로 창조한 것이 시인이며, 그 시인들이 펜대를 놀리자 세계는 곧 아수라장이 되었다냐. 왜냐? 시인들이 조물주를 대신해 마음대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댔으니까. 이 시에 따르면 시인은 정말 위대한 사람이며 또한 극히 위험한 사람이다.     *** 지금 ..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쓴 < 세가지 질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이 일생 중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거기에 대한 대답은 이렇다.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샤퍼란 시인은 < 나무. 시계 .인생> 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인생의 시계는 단 한 번 멈추는데 언제 어느 시간에 멈출지 모른다. 지금이 오직 내 시간이므로 살며 사랑하며 의지로 수고하고....' 그렇다. 내일을 믿지 마라. 그때는 시계가 멈출지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