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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복사꽃도 개량하는 탓에 종류가 여러 가지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 자리 잡은 복사꽃은 분홍색이다. 사랑의 색깔은 복사나무의 색인 도색이다. 그러나 복사나무는 이상 세계를 이끄는 길잡이고, 이상세계는 다시 사랑을 낳는다.
도색은 '도색잡지' 등의 단어에서 보듯 선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다. 여기서 '선정'은 정을 부추기는 행위이다.그러나 '선정적'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산수화의 담묵처럼 배어 있다. 사람들은 복사꽃을 이상 세계로 묘사하면서도 꽤 같은 꽃을 부정적으로 볼까? 대체 복사꽃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본 사람은 누굴까? 아마 욕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일 게다.
거대 담론인 욕망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 많은 사람이 욕망을 억제 혹은 제거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일상에서 "욕심을 버려야지." "마음을 비워야지" 하는 말을 자주듣는다. 뭔가 큰일을 할때 마다 사람들은 "마음을 비운다"고 말한다. 정말 마음을 비울 수 있다면, 마음을 밖으로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복사꽃이 욕망을 선동한다면, 꽃을 꺾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비우려히도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복사꽃을 꺾어도 꽃은 다시 핀다. 과연 우리에게 비울 마음이 있는가? 우리가 꺾을 복사꽃은 있는가?
비운다고 비워진다면 그건 마음이 아닐테고, 꺾는다고 사라지면 그건 꽃이 아닐것이다. 욕망은 제거한다고 제거 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욕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면 복사꽃이 더 이상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복사꽃을 억지로 꺾지 않으면 마음은 비울 필요조차 없다. 나는 욕망을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단지 위치를 바꾸는 '전위'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욕망을 걷어내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인간자체가 욕망으로 가득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식물의 꽃은 생존행위다. 꽃을 선정적으로 바라보면 생명을 부정적하는 것이다. P20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하필 사람들은 다른 나무도 아닌 복사나무과 관련해서 꿈을 꿀까.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고 원대한 꿈을 꾼것도 만발한 복사나무아래였다. 이처럼 과거 사람들이 복사나무 아래서 원대한 꿈을 꾸는 것은 이 시절이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가장 힘들때 혁명을 꿈 꾸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비 등이 복사꽃 만발할 때 만난것도 이때가 흔히 '보릿고개'로 불리는 춘궁기였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이팝나무 꽃을 '하얀 쌀밥'으로 생각했듯이 춘궁기에 복사꽃을 보노라면, 단순히 꽃이 아니라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 여기게 된다. 특히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친 동방삭이 삼천 년을 살았다는 이야기와 복사나무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힘'을 가진 나무임을 떠올리면 복사나무는 언제나 꿈꾸는 자와 함께 등장하는 나무다. P 23
합한때를 기다리는 '時中'이야말로 하나의 '격'을 만드는 법이다.
공자가 언급한 '時中之道'는 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변화무쌍한 세상살이에서 도달해야 할 목표다. 한 송이 복사꽃도 마음껏 피어나야만 고귀한 또 다른 생명체를 잉태할 수 있고, 또 다른 생명체를 잉태해야만 다른 생명체들도 선순환으로 살아갈 수 있다. P24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고 많은 나무 중에서 소나무를 으뜸으로 치는 이유는 단순히 다른 나무에 비해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오래 사는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오래 사는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나무라면 은행나무나 느티나무 등 다른 나무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소나무의 덕성을 본받고 싶은 것은 이 나무의 주도면밀한 태도 때문이다. 늘 푸른 나무라 불리지만, 소나무도 잎을 간다. 소나무는 아무도 눈치 채지못할 만큼 음밀 陰密하게 잎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나무가 잎을 떨어뜨리는 것조차 모른다. P45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기후에 적응해야 한다. 중국에서 만든 기후는 '기'와 '후'의 합성어다. 기는 24절기를 말한다. 하나의 절기는 15일 간격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15일마다 이름을 달리할 만큼 변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후는 24절기를 다시 각 절기마다 삼등분한 것이다. 그러니 후는 72후다. 이처럼 후를 설정한 것은 절기와 절기 사이에도 변화가 있음을 말한다. 중국인의 이러한 인식은 이들이 기후에 매우 민감하다는 방증이다. 중국인이 예민할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의 기질이 아니라 삶 때문이다. 농업사회에 살았기 때문에 기후에 예민했던 것이다. 그러니 농업사회에 살았던 사람들도 모두 기후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그래야만 농사를 제대로 짓고 살아갈 수 있다.
기후변화때문에 이제 겨울에 봄꽃을 보는 것도 낯설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식물의 이런 모습을 보고 '미쳤다'고 말한다. 그러나 식물이 미친게 아니다. 식물은 정직하다. 식물은 단지 기후의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만약 식물이 기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식물을 보고 있노라면 무척마음이 아프다. 일 년에 두 번씩 꽃을 피우려면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해야 할까, 두 번 꽃을 피운다고 해서 자식을 두 번 만들 수 있을까, 자식을 두 번 만들지 못하면서도 꽃을 피우는 심정은 어떨까, 식물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두 번 꽃을 피운 식물을 미쳤다고 말하지는 못 할 것이다. P63
대나무 이름은 한자 '죽'이 북방으로 옮겨질때 명칭도 중국 남방음이 따라 들어와 생긴것이다. '죽'의 남방 고음이 '덱 tek' 인데 끝소리 'ㄱ'음이 약해져 우리나라에서는 '대'로 변했다.
늘 푸른 대나무는 다른 나무와 다른 점을 갖고 있다. 나무는 자라면서 몸집을 불리지만 대나무는 그렇지 않다. 대나무에는 몸집을 불리는 리그닌lignin이 없다. 대나무는 죽순의 굵기가 곧 이 나무의 굵기를 결정한다. 그러니 대나무는 자라면서 몸집은 그대로 인 채 위로만 자랄 뿐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대나무를 풀로 보는 학자도 있다. 대나무의 이른바 정체성 문제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고산 윤선도(1587~1871)가 가장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 오우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가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P73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면 바람은 또 얼마나 무안할까. 소나무는 바람을 맞이하여 수정하고, 단풍나무는 바람을 이용하여 씨앗을 멀리 보내 후손을 남긴다. 그래서 부는 바람을 기꺼이 맞이하는 게 도리다. 이를 거부하면 바람은 더 이상 나무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나무가 바람을 등질 때, 나무가 바람 불 때 고개를 숙이지 않을 때, 세상은 암흑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결국 품는 자가 위대하다. 품지 않고 내치는 자는 졸장부다. 그래서 바람을 품는 대나무가 군자다.
자신의 조상을 문헌으로 확인 할수 없었던 이족은 이 소리에서 자신의 조상이 태어났다고 상상했던 것이다. 대나무 마디가 탈 때 나는 소리는 이죽만이 아니라 서양인도 대나무를 '뱀부 bamboo'로 표기하도록 했으며, 중국인이 대나무를 나타내는 한자 '竹'을 만들게 했다. 중국인은 대나무가 타는 소리를 듣고 폭죽 爆竹을 만들었다. 폭죽은 바로 대나무가 타면서 나는 소리에 대한 한자다. 현재 중국인이 즐기는 폭죽놀이도 대나무의 특성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나라 남도 사람들도 대나무 없이는 살 수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대나무로 만든 제품, 즉 죽제품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 대나무는 우후죽순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장이 아주 빨라서 다른 나무에 비해 활용 가치가 아주 높았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대나무를 '살아있는 금' , 즉 '생금 生金' 이라 불렀다.
대나무의 속성은 삶의 나침반이다. 대나무는 마디의 막힘과 진공의 빔을 동시에 만든다. 즉 대나무는 한옥의 방과 마루처럼 실과 혀를 동시에 갖춘 나무다. 따라서 대나무의 모습은 채움과 비움의 변증법을 보여준다. 비우기만 하고 채우지 않는다면, 채우기만 하고 비우지 않는다면 대나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비움과 채움은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것이다. 대나무는 마디에서 가지를 만든다. 그리고 가지가 줄기를 만든다. 마디에서 생긴 가지는 줄기를 보호한다. 균형 잡힌 가지는 하늘을 향한다. 그러나 땅속의 뿌리는 하늘로 향하는 몸체를 위해 사방으로 뻗는다. 대나무의 뿌리도 몸처럼 마디가 있다. 뿌리와 몸이 어찌 닮지 않을까? 늘 푸르면서도 뿌리와 몸이 같은 모습인 대나무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한 폭의 비단에, 한 장의 종이에 붓을 들고 한 그루의 대나무를 단 숨에 그리는 순간, 대나무의 기운이 그리는 자의 몸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 한 그루의 대나무가 몸속에서 영원히 자란다. P79
버드 나무에 이기는 법을 배우다
봄은 버드나무다. 능수버들이든 어떤 버들이든 버드나무는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중국 이시진(1518~ 1593)의 < 본초강목>을 보면 거꾸로 심어도 산다고 할 정도로 버드나무는 강인하다. 그래서 버드나무는 이별할 때 꺾어주는 '생명의 나무' 였다. 조선 중기 상촌 신흠(1566~1628)이 시도 버드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드러냈다.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항상 제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평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네.
달은 천 번 이지려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번 잘려도 새 가지가 나온다네.
이별의 시에 버드나무 가지가 등장하는 것도 이 나무가 지닌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물론 모든 생명체는 버드나무처럼 강인하다 그러나 유독 버드나무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나무로 생각한 이유는 부드러움 때문이기도 하다. 강한 것은 결국 부드러운 법이다. 그래서 부드러운 게 강한 것을 이긴다는 '유승강 柔勝强' 이라는 말이 생겼다.
버드나무가 부드러운 것은 부드러운 물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P 88
물끄러미 비질을 하는 시동을 바라보는 선비의 마음은 편할까. 혹시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는 것일까. 시동과 함께 더위를 피하는 그림은 없을까. 산수화는 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지만 , 선비는 자연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은 독점의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즐기면서 존경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자연은 '여민동락 與民同樂'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P94
포도나무는 늦가을에 잎이 떨어진다. 간혹 떨어지는 잎이 하수구를 막아 비난받지만 , 손바닥처럼 생긴 잎이 없다면 맛있는 포도를 먹을수 없다. 포도는 작은 잎이 큰잎으로 성장하면서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포도나무 잎을 생각할 때마다 잎에서 장난치던 앙증맞은 무당벌레를 떠올린다. 한여름 포도나무 잎에서 놀고 있는 무당벌레를 바라보면서 우물물에 국수를 씻어 한입 먹던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도 칠레산 포도주보다 맛있다. P102
명품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포도나무의 수령이 적어도 30년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 나무가 노쇠해져 수확량이 떨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수확량을 많이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 오래된 나무를 캐내고 다시 묘목을 심는다. 사실 한 농가에서 30년 넘게 포도나무가 아니라면 구태여 그렇게 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포도나무가 30년을 자랄때 까지 기다리지 않고 서는 명품와인을 만들 수 없다. .................
고난과 역경을 딛고 30년 동안 살아낸 포도나무도 문화다. 나무의 치열한 삶과 인간의 열정과 기술이 만나야만 명품은 탄생한다. 그래서 진정한 명품은 사치가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P 105
해당화를 매일보면서도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중국 당나라의 시성 詩聖두보다. 그는 해당화로 유명한 촉나라에 머물면서도 관련 시를 한 편도 남길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어머니 이름이 '해당부인'이기 때문이다.
............... 얼마나 양귀비 사랑스러웠으면 많은 사람들이 탐했던 해당화에 비유했을까. 인간을 꽃에 비유하면서 조심해야 할것은 '꽃보다 아름답다' 는 식의 표현이다. 정말 식물의 꽃을 사랑한다면 '꽃처럼 아름답다'고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 제대로 대접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P111
내가 나무를 스승으로 삼는 이유는 노력한 만큼 얻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곳에서 옮겨와 누구든 예외없이 직접 가야 만 한다. 물론 다른 곳에서 옮겨와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몇 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를 만나려면 어른이든 어린이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가야만 한다. 나무는 직접 오지 않는자에게는 기쁨과 행복을 주지 않는다. P 113
중국 송나라 노종귀이 < 길상다지도吉祥多子圖>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전형적인 다산 그림이다.
석류 열매는 길조 혹은 길상을 상징한다. 알맹이가 많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이런 그리을 집안에 두면 자손이 번성한다고 믿었다. P117
모란은 꽃 중의 꽃 '화중지왕化中之王' 이다. 그러나 이런 칭찬은 다른 나무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인간의 편집증이 이런 모독을 낳는다. 생명에 대한 상대평가는 슬픈 기억의 역사를 잉태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런 평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생명에 대한 상대적 평가를 반성하지 않는 한, 모란에 대한 과찬은 계속될 것이다.
과찬 탓에 모란은 다른 이름도 아주 많다. 그중 '곡우화穀雨花'는 모란이 곡우 즈음에 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모란의 별칭 중 '낙양화'는 이 나무가 얼마나 도도한 지를 알려준다. 중국 최초의 여성황제 측천무후는 자신의 무한 권력을 시험하기 위해 정원에 있는 나무들에게 자신이 찾을 새벽에 꽃을 피웠다. 그러나 유독 모란만이 황제의 명령대로 새벽에 꽃을 피우지 않앗다 화가 난 측천무후는 모란을 장안에서 낙양으로 쫓아내버렸다. 그래서 모란을 '낙양화'라 부른다.
중국 당나라 태종은 신라 선덕여왕에게 모란 씨를 보냈다. 태종이 선덕여왕에게 다른 것도 아닌 모란씨를 보낸 이유는 향기없는 모란꽃으로 결혼하지 않은 여왕을 놀리기 위해서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측천과 당 태종처럼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자다. 권력으로 생명도 좌지 우지 할수 있다 여긴다.
살구꽃은 많은 사람의 춘정春情을 자극하지만 , 개를 죽인다는 이름 '살구殺拘'는 조금 무시무시하다. 열매에 독성이 있어서 붙은 이름 '살구외에 또 다른 이름 행杏을 사용하면 이미지가 확 달라진다. 살구꽃은 행화杏花요, 살구씨는 杏仁이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친 곳이 행단杏壇이고, 공자가 평생 강조한 사상이 仁이었다. '행'은 은행나무가 아니다. 그러나 서원과 향교 등 우리나라 유교를 상징하는 공간에는 어김없이 은행나무가 살고 있다. 유교의 시조 공자와 관련한 살구나무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은행나무로 바뀐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러한 현상을 나는 나무의 격의格義라 생각한다. 그런데 은행나무가 우리나라 유교를 상징하는 나무이면서도 회화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까지 은행나무가 등장하는 우리 옛 그리을 보지 못했다. 사대부들이 직접 그림을 그렸으면서도 정작 은행나무는 왜 한그루도 그리지 않았을까.참 이상한 일이 아닐수 없다.
청명淸明과 한식寒食 철에 부는 봄바람은 사람들을 술집으로 내몬다. 그리고 술집에는 어김없이 살구꽃이 피어있다. 그래서 살구꽃이 피어있는 마을, 즉 '행화촌'은 술집을 의미한다. 이 말은 두목杜牧(803~852)의 < 청명> 이라는 시에서 유래했다.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내리는데
길가는 행인 너무 힘들어
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
손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P 128
기온이 떨어지면 나뭇잎의 당糖 용액이 끈적끈적해져서 뿌리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잎에 남아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과 황색계통이 카로틴 혹은 크산토필로 변한다. 비가 적당히 오고 일교차가 클수록 아름다운 색이 난다. 특히 단풍나무 잎은 비단처럼 아름답다. 그래서 단풍나무의 물든 모습을 '풍금風錦' , 즉 '단풍잎이 비단'이라 불느다. 그래서 가을철 한반도는 금수강산이다. P137
단풍이라는 이름은 잎보다 열매 때문에 붙인 것이다. 단풍나무이 열매는 마치 프로렐러처럼 생겼다. 바람에 잘 날아가게 해 후손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단풍나무의 전략이다. 그래서 잎과 함께 열매도 함께 떨어진다. 잎과 함께 떨어진 단풍 열매는 추운 겨울에 땅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게 바로 단풍잎과 열매가 떨어지는 이유고, 곧 해탈이다.그래서 해탈은 죽음이 아니라 치열한 삶이다. P 139
옛날에는 중국의 왕들이 단풍나무를 아주 좋아했다. 특히 한나라때는 왕이 거처하는 곳, 즉 신宸에 단풍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왕이 사는 곳을 '풍신風宸'이라 했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의 궁궐에서도 단풍을 즐길수 있다. 지배층만 즐겼던 궁궐의 단풍을 이제 시민모두가 즐길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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