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풍 타기 시작하는 날엔

                                  풀빛내음/박석순 

초록잎파리

가을 아궁이에 집어 넣으면

그 잎들에선 단풍타는 냄새가 난다

이런 날에는

때 낀 나의 이성도 가을로 헹구어져

부끄러움도 그리움도 탈 줄 아나 보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말의 알갱이들을 세며

내가 먼저 아파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바른길을 걸어 가다가도

한 번쯤은 아무도 가지 않은 그 길에서

가을을 꺾고 싶어지기도 하고

꽃값을 묻기전에 꽃말을 묻고

이메일 대신 코스모스라도 붙여

손 편지를 부치고 싶고

길가 오가는 낯선 이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보고 싶어지고

통장을 보는 횟수보단

하늘을 바라보는 횟수가 많아지고

떨어져 가는 낙엽에서

어딘가에 어디쯤에선가 내려놓아야 할

내 삶을 되돌아 보는 횟수가 많아진다

가을은

머리의 빗장을 풀어

가슴으로 드나듬이 많은 계절이자

많이 여려진 머리도 가슴에

국화차 한 잔 내미는

계절이라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