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게가 나의 꿈을 훔치고 나의 불편한 맘을 베고 있다....

밤새 흘렸던 꿈길에서 그 길에 머리카락만 흩어져있다......

소리한번 질렸을 뿐인데..배게에서 떨어진다.........

나의 꿈이 산산 조각 나는 순간이다.......

오른쪽 다시 베게위에나의 머리를 뉘어보지만 꿈은 또 다른 상황을 설정하고

주인공을 다른 이로 바꾸어 버렸다. 꿈속에서 울었던 나는...진짜울었다..베게가 헝건한 새벽이다............

 

이런날에는 시로써 맘을 달래준다....

감정의 치료사..시를 끼적이다 시를 먹고 시를 둘둘말아...맘깊숙이 넣어둔다.

내가 아플때 펼쳐 누울수 있게.....

베개에 그리는 것들.. 베개위에 놓여진 나의 머리는 나의 맘을 밤새읽어내고 있었던 거다...

잘 자내지 못한 잠은 배게위에서 요람을 타고..꿈속으로 빠져들고 옆자리엔 읽다만 시들이 밤새 꿈속에서 배개위에서 흩어져 있다...

 

 

	<< 새벽>>   마루에 떨어진 채 금화 金貨 는 빛나고 가법게 고요가 음반 위에 쉴 때,   우랄 알타이 모음이 잠든 베갯머리에서 담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을 그리다가 꽃이여.   찰랑거리는 시간의 델타 위에 너는 묻히고, 만가 輓歌 를 부르는 새벽, 모이를 줍고 있던 밤새들의 낮고 깊은 목소리.   문을 밀치면 투명한 방으로 걸어오던 초상화. 고요의 좁은 출구를 지나서 꽃피듯 옷을 벗는다.   실내에서 나래치는 나비 떼 선반에 얹어둔 햇빛을 털고, 무겁게 누운 저 평원을 깔고 앉아, 빛을 길어 올리는 동아줄을 붙잡고, 새벽은,   잿더미 위의 앙상한 하늘을 밀어젖힌다.           << 모순 矛盾 의    흙 >>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그릇 언제인가 접시는 깨진다.   생애의 영광을 잔치하는 순간에 바싹 깨지는 그릇, 인간은 한번 죽는다.   물로 반죽되고 불에 그슬려서 비로소 살아 있는 흙, 누구나 인간은 한번쯤 물에 젖고 불에 탄다.   하나의 접시가 되리라. 깨어져서 완성되는 저 절대의 파멸이 있다면,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모순의 그릇.       << 눈물 1>>   며칠째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슴에 내리는 눈물 아니라 우산에 스미는 빗물같이, 부끄러운 뺨을 때리며 봄을 재촉하는 바람은 인구 가득히 황사를 날린다. 안질 때문이라고 주치의는 설명했지만, 나는 안다. 사랑이 모이고 모여서 춘향의 눈물이 되듯, 미움이 모이고 모이면 안질이 되는 것을 흐려지는 사물에 젖은 소금기만 남기며 며칠째 흘리는 나의 눈물, 나의 진실, 그리고 나의 허무.       << 모래>>   결국은  한 알의 모래가 된다.   파멸이 저 존재의 중심에서 깨어진 접시가 이루는 완성.   결국은 한 알의 결정이 된다.   깨어지고 깨어져서 이겨내는 외로움. 그는 시방 바닷가에 서 있다.   들려오는 건 허무의 바람소리와 애증의 기슭에서 부서지는 파도소리.   가장 밝은 지상에서 뒹구는 결국은 한 알의 모래가 된다.   해조음이 된다.       <<  후회 >> 능금이 그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지는 가을은 황홀하다. 매달리지 않고 왜 미련없이 떠나가는가. 태양이 그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지는 황혼은 아름답다. 식지 않고 왜 바다 속으로 잠기는가. 지상에 떨어져 꺼지지 않고 잠드는 불꽃이여, 우리도 능금처럼 태양처럼 스스로 떠날 수는 없는 것인가. 가장 찬란하게 잠드는 별빛처럼 잊을 수는 없는 것인가. 버릴 수는 없는 것인가.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티켓을 사들고 고향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렸다. 출구엔 역부가 하나. 잃어버린 시간을 체크하고 답사를 떠나는 늙은 고고학 교수와 학생들과 성인들이 서성거렸다. 창밖 고층빌딩에 정치가들이 기른 비둘기가 날고 개가 한 마리 주유소 뒤뜰에 매어 있다. 차창에 기대어 비에 젖은 이 시대를 바라보면서 술잔에 잠긴 도시의 황혼과 쓰디쓴 감정을 들이마셨다. 비는 내려도 도시의 수목은 시들어가고 낡은 화물열차에 실려 떠난 여름은 한번 가서 와주지 않는다. 모든 것은 떠나기 위하여 고립을 두려워한다. 한때 가슴 떨리게 했던 말씀이 눈빛도 행복처럼 쓸쓸하게 떠날 것이다. 구겨진 지폐를 쥐고 고향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려도 백합의 뜰에 잠든 시간은 오지 않는다.     << 꿈길>> 얼마나 애태우던 만남이더나, 순아, 너는 자꾸만 자꾸만 어디론지 달아나고 술래처럼 어디론지 도망가고 내 가슴에 남은 건 해맑은 네 눈 빛 뿐이다. 얼마나 짧은 입맞춤이더냐. 퍼뜩 눈을 뜨면 너는 없고 잡힐 듯, 잡힐 듯 머리카락 하나 허공에 숨고 내 가슴에 남은 건 가녀린 네 숨결 뿐이다. 이리, 승냥이도 잠이 든 이승의 강변은 바람뿐인데 강 건너 하얗게 나부끼는 옷자락 너의 것이냐,   이 아침 봄비에 촉촉이 젖은 베개 맡엔 백목련이 피었다. 그눈짓과 숨결로 피어오른 빛과 향 .     << 불현듯 누군가>> 불현듯 누군가 부르는 듯싶어 장지문 열고 내다보니 신발에 달빛만 고여 있어요. 불현듯 누군가 부르는 듯싶어 대문 열고 나가보니 문패만 별빛에 젖어 있어요. 그대 가심에 잠 못 드는 밤, 갈한 입술, 깨어진 피리를 찾거니 음률이여 다시 한번 울려주어요. 불현듯 누군가 부르는 듯싶어 살포시 토방을 내려섰더니 빈 뜰엔 갈바람만 가득 찼어요.         << 내 바다에서 뜨던 별>>    - ㅅ 에게   내 바다에서 뜨던 별은 이제 다시 뜨지 않습니다. 임의 고운 손가락의 반지에서 뜨기 때문이지요.   내 꽃밭에서 피던 꽃들은 이젠 다시 피지 않습니다. 임의 고운 이마의 칠보화관에서 피기 때문이지요.   세상은 가을이라 하는데 임은 잠들고 이 밤새면 겨울이라 하는데 임은 꿈꾸고 나는 이별이 서러운 임의 연인이랍니다.   내 영혼의 촛불은 이젠 다시 타지 않는답니다.   이별을 긋는 밤, 마지막 그를 위해 밝혀기 때문이지요.       <<  편지 1>> 누구의 편지일까. 발신인 없는 편지 한통 비에 젖어 버려 있다. 찢어진 하늘에서 투서로 내리는 비. 언어는 촉촉히 젖어 있다. 비는 내려도 이 도시의 녹음은 씻겨만 가고 신뢰할 그 아무것도 벌써 내겐 없는데 대담하게 쓴 한통의 편지 혹은 밀고 혹은 진실. 그러나 염려하지 마라 하나의 진실이 비에 씻기고 하나의 아픔이 잠자더라도 빗장을 걸고, 전깃불을 끄는 일에 우리들은 너무나 익숙해 있으니까.     << 들길을 가며>> 들길을 간다. 노을에 타는 지평을 찾아서 잃어버린 청춘을 찾아서 푸른 바람 설레는 들길을 간다.   장미를 만나면 심장을 찔리고, 뱀을 만나면 발굽을 물리고, 기러기 만나면 이마를 찢기고,   강을 건너서 숲을 지나서 백합의 뜰에 잠든 시간을 찾아 푸른 바람 설레는 들길을 간다.     << 영원 1>> 식은 그렇게 끝났다. 가녀린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볼에 입을 맞추고, 사진을 찍고 그리고 '영원히'라고 말했다. 나의 신부여, 너의 영원은 어디 있는가. 불타는 입술에 있는가. 반짝이는 눈동자에 있는가. 너의 하늘이 찰칵, 사진 속에 갇힐 때 부터 꿈꾸는 배신, 보석은 갇힌 하늘에서만 뜨는 별이다. 반지여, 더 이상 영원을 일컫지 마라. 변치 않는 영원이란 이 세상에 없다. 나의 신부여.     << 폭포 1>> 허공에 대고 껄껄 웃는 기쁨보다 나는 지상으로 어리는 슬픔을 택하겠다. 땅을 두드리는 통곡이나 발등에 떨어지는 눈물이나 슬픔은 항상 바닥으로 투신하는 것, 옷 벗고 허리띠 풀고 맨몸으로 안은 것은 이 세계다. 웃지 마라 고개를 쳐든 자의 덧없음보다 고개를 숙인 자의 아픔이 아름답다. 내 영혼이 끝내 애증의 돌다리를 건너지 못할지면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처럼 끝 모를 바닥으로 추락해 볼 일이다.     << 한 줄의 시>> 시가 되지 않은 것은 구겨서 휴지통에 버린다. 그를 선택하기 위해서 너를 버리는 배신의 아름다움,   인생이란 한 줄의 시, 버리는 것이 많아야 오히려 충만해지고 완전한 슬픔에 이르기 위해선 그 슬픔 괄호 안에 묶어야 한다.   행간을 건너뛰는 두 개의 콤마, 사랑과 이별의 줄넘기, 그러나 아직은 마침표를 찍을 때가 아니다.   오늘도 이별의 길목에서 돌아온 나는 원고지를 구겨 휴지통에 버린다.   이루어지지 않은 한 줄의 시.     << 축문  >> 향을 깎듯 정성스레 연필을 깎아 백지 위에 시 쓰는 일은 꼭 제삿날 축문을 쓰는 것 같다.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 시인 오세영은 , 하늘께 고하나니......   제주로 진한 커피를 들고 파지를 불태우면 나의 책상은 경건한 젯상 오늘도 오욕의 거리에서 돌아온 나는 손을 씻고 책상앞에 앉는다. 원고지엔 알몸으로 떨고 있는 연필이 하나,   어두운 밤, 촛불 밝혀 시 쓰는 것은 꼭 신명께 축문을 고하는 일이다.       << 죽은 자와 함께 산다 >> 그가 아직 살아 있었던가, 문득 그의 생존을 일깨워 주는 부고 한 통. 그는 이 부고에 의해 죽은 자로 공인되었다. 그러나 실은 이미 내게 죽어 있었던 그, 인간은 누구나 죽은 자와 함께 산다. 살아도 죽어 있음은 망각 때문이었다. 망각은 이별에서 뫘다. 이별은 무의미에서 왔다. 무관심은 사랑의 부재에서 왔다. 사랑의 부재는 언어의 부재에서 왔다. 말, 말을 잊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오늘도 라일락 그늘에 앉아 보낼 곳도 없이 편질 쓰는데 불쑥 날아온 부고 한 통. 인간은 누구나 죽은 자와 함께 산다.     <<  정답 >> 정답을 찾아 펜을 굴리는 나이 여윈 손.   확신도 없이 그를 선택하기 위하여 너를 버린다. 답지엔 서투른 표시 하나.   인생에는 정답은 없다는데 지금 얻은 답은 진실일까, 항상 틀리기만 하는 내 생애의 답. 답은 하나여야 하므로 고독하다.   날카롭고 곧은 연필심처럼 살아왔다. 살을 깎는 칼날처럼 살아왔다. 당락의 순간 앞에서 악무는 입술,   그러나 내 생애 앞에 놓여진 백지는 온통 여백이다.   허무의 공간에 쓰러지는 연필 하나,   부러진 칼 하나.   시간이 없다.     << 이별 2>> 면도를 하다가 문득 거울에 비쳐보는 나의 모습. 거울 속의 얼굴은 대머리다. 분명히 그는 내가 아닌데, '아빠'하고 부르는 딸의 음성, 내다보는 창밖은 온통 부신 라일락이다. 지혜야 나의 어린 딸아, 인생이란 이별의 길이란다. 머리카락 하나씩 떨어질때마다 하나씩 갖는 나의 이별. 이제 더 이상 빠질 머리카락이 없는 나는 마지막 '나'와의 이별을 기다리는데 '아빠'하고 부르는 어린 딸의 철없는 음성 .       << 그리움에 지치거든 >>          -  ㅈ 에게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 茶 들자. 들끓고 격정은 지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찻잔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 별 하나>> 너로 인해 알았다. 그것이 내게 주는 눈짓인 것을, 수많은 별 중에서 작은 별 하나 어둠 속에서 반짝 불 밝힘은. 너로 인해 알았다. 그것이 내게 주는 손짓인 것을 빈가지에 매달린 가을 잎 하나, 허공에 파르르 떨고 있음은. 너로 인해 나는 항상 밤이 그리운 사람, 수 없이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너를 바라보는 희미한 별, 너로 인해 알았다. 그서이 시방 내게 슬픔인 것을, 먼 하늘에 반짝이는 별 하나, 닿을 수 없는 별 하나 .     << 송별사 >> 이쯤에서 막을 내리자. 불 꺼진 무대 뒤에서 분장을 지우고 악수를 나누고 이제는 대사가 아닌 말로 '안녕' 이라고 말하자. 극중에도 이별이 있었던가. 이별의 슬픈 눈으로 웃는 피에로. 인생이란 결말없는 희극인 것을, 이쯤 섭섭한 마음으로 막을 내리자. 대사가 아닌 말로 이것이 모두라고 웃으며 말하자. 이별이란 항상 결말이 아닌 결말, 1막의 끝이며 2막의 시작, 이제 탈을 벗고 분장을 지우고 '안녕' 이라고 말하자. 이별이라고 말하자.     << 강물 1>> 강물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까. 강물도 만나는 이에게는 말을 합니다. 자갈밭을 만나면 간지럽다 깔깔. 웅덩이를 만나면 심심하다 웅얼 웅얼, 벼랑을 만나면 무섭다고 와와, 세상의 모든 것은 만나야만 말을 합니다. 부딪치는 돌멩이나, 스치는 바람이나, 떨어지는 꽃잎에게 강물은 말을 합니다. 늦봄 어느날 내가 꽃잎으로 떠내려가던 저녁이었습니다. 갈대 우거진 기슭에서 나느 ㄴ들었지요. 풍덩 별 하나 떨어지는 소리를, 별을 안고 뒤척이는 강물의 소리를 ,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것만은 모릅니다. 그때 그 강물이 무엇이라 말했는지를, 임이여, 귀먹어 듣지 못하는 나의 사랑도 이와 같습니다. 눈멀어 보지 못하는 나의 시도 이와 같습니다.       << 겨울나무 >> 겨울에 나무가 스스로 옷을 벗고 알몸으로 서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사랑도 미움도 이제는 더 가릴것 없는 결별의 순간, 겨울에 나무가 빈 가지를 들어 영하의 창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밤이 되어 고단하고 철새들 깃을 찾아 방황하는데 돌이키면 문득 눈썹에 내리는 서리 , 삶도 그러하거니 물러 설수 없는 절정에서 겨울에 나무가 스스로 과일을 떨어뜨리고 천명 天命 앞에 서는 고독 , 그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 부딪쳐라 술잔 >>   - 그릇   행운을 빌려 안녕을 빌며 부딪치는 술잔,   잔은 타인의 충족을 위해 스스로를 비우다.   비우기 위하여 채우는 모순의 공간, 잔은 결코 외롭지 않다. 비어 있는 그것이 충족이므로.   이밤에도 외로워서 술을 드는 인간이여, 부딪쳐라 술잔.   잔은 빈 것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 빈 공간은 심심하다>>   -그릇 44   슬픔은 참을 수 있다. 아픔도 참을수 있다. 그러나 권태는 참을수 없는 것, 텅 빈 하늘이 해를 걸어놓듯 바다는 항상 물결을 이루고 바람은 가지를 자재우지 않는다. 빈 공간은 심심하다. 백지에 낙서하듯 꽃눈이 하나씩 트는 봄날 오후, 꿩처럼 한낮을 울수 없거든 우리가 할 일은 이제 사랑 뿐이다.     << 원시  遠視 >>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살아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 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 9월>>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느 ㄴ길이라면 들길은 하늘 가는 길, 코스모스가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살아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는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 오늘 하루 또 그렇게 >> 오늘도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나 보다. 마음이 여러지니 하는 일이 다 여리다.   불현듯 들려오는 네 발자국 소리에 경황없이 사립을 뛰쳐나가면 후두둑 소낙비 한 줄기 마당귀에 긋고,   홀연히 창문에 어리는 그림자에 버선발로 방문을 뛰쳐나가면 언뜻 흰 구름 한 자락 처마 끝에 스치고,   앞뜰의 백작약 꽃잎 지는데 뒤란의 봉수앙 꽃물 드는데 한여름 긴긴 해 시름도 많아 오늘 하루 또 그렇게 지나나 보다.     << 외로움 >> 보석이든, 누물이든 이슬이든 외로운 것들은 항상 투명할지니 내 이가을에 홀로 한 잔의 차를 드는 것도 그 외로움 때문이다. . 더불어 전에 술잔을 가까이 했음은 네 체취에 취하고자 함이었으나 지금 한 잔의 차를 드는 것은 잔에 어린 그대 논빛 보려 함이다. 보석이든, 눈물이든, 이슬이든 심지어 잔잔한 호수까지도 외로운 것들은 항상 맑고 푸른 눈을 지니고 있나니.....     <<  귀가 >> 네 모습 지우려 나는 호로 술에 취ㅏㅎ고 이 세상 지우려 하늘은 하루종일 눈발을 퍼부었다. 겨울밤의 때늦은 귀가. 눈밭에는 뚜렷하게 내 어지러운 발자국들이 찍히는데 별빛은 싸늘히 발자국에 고이는데 지우려 해도 흐린 내 눈동자에 얼굴 하나 선연히 떠오른다. 풀 수 없는 줄 하나 그 얼굴에 얽힌다. 아파트 창엔 이미 불들이 꺼졌는데 텅 빈 가로의 전화부스엔 대롱대롱 수화기가 하나 허공중에 매달려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