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마을 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 우리네 마을이 있고 우리네 삶이 있다.  하루의 일상이 삶의 일상으로 자연스레 눌러앉은곳 그 곳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글 고랑고랑마다 어린 시골시절의 고향.. 추억의 열매가 열린다.  
그리운 이들이 아직도 그 땅에 묻히고 흙이 되었다.  그 진한 흙빛 기운만큼이나 어린시절 그 그리운이에 대한 사랑이 짙어간다. ...........힘겨움에 벗어남에  그리움에 보고픔에 몇번이나 뒤적거리게 되는 나의 어린시절은 또 이렇게 이책을 통해 고향에 대한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    

1부 꾀꼬리 울음소리 듣고  함께 난다
 
 강가에서,/ 꽃바라!, 저꽃 봐라!/ 폐계 / 어머니와의 농담 / 쑥떡/ 어느날 아침 / 꾀꼬리 울음소리 듣고 참깨 난다. / 탱자나무 울타리집 / 소와 아버지 / 호미/ 낯선 풍경 / 아내 / 두할머니/ 사람의 얼굴이 그립습니다. / 강연/ 오! 수지 큐!/ 마침내 그렇게된  나의 인생 

2부 봄날은 간다
 한수 형님의 손 /  절정을 아끼다 /  지렁이 울음소리 /  왼손과 오른손 /  오동꽃을 처음 알았네/  팽이야 빙빙 돌아라 /  시골쥐/  국수 /  일상을 존중하다. /  아내와 그 여자 /  개념 /  칡넝쿨이 지붕을 넘어와요 /  산이 눈을 뜨다. / 꽃만 피면 뭐 한다냐 /  봄날은 간다/  배는 돌아오리라 !

	까마귀는 집이 없고 까치는 집을 짓고 살아요. 그런데 까마귀가 자꾸 까치집을 넘본대요. 그러면 까치가 까마귀를 보며 제발집이나 짓고 사라고 운답니다. 그러면 까마귀가 " 야야. 나는 초상난 데 문상가랴, 아이 낳는데 축하하러 가랴, 집 지을새가 없단다. "  P 51 그집 탱자나무 울타리에 탱자꽃이 하얗게 피어났을때 나는 탱자꽃을 처음 자세히 보았습니다. 탱자꽃은 송이로 되어 있습니다. 봄에 피는 꽃잎들이 대개 낱장입니다. 벚꽃도 낱장으로 다섯장이고, 매화꽃도 낱장이고 살구꽃도 낱장입니다. 땅에 핀 작은 꽃잎들도 거의다 낱장으로 꽃 이파리가 다섯장이나 네장이지요. 낱장으로 된 꽃잎들이 한장 한장 떨어져 봄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아름답지요. 떨어지는 꽃잎을 날리지 않는 봄바람이 어찌 봄바람이겠습니까?  P61 시골에 일주일만 있다가 전주시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내눈에 띄는 것은 여자들의 흰다리입니다. 그럴때마다 나는 김수영 시인의 ’자본주의 거리에서 여자들이 없다면 ’ 운운하는 글이 생각난곤 합니다. P75  도시 근교 농촌 마을을 지나다 보면 가난하고 누추한 마을 복판이나 마을부위에 눈에 확 띄는 커다란 서양식 집들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들을 볼수 있습니다......허물어지는 빈집들과 누추한 집들을 무시한 불손함이 극에 달해 보이지요. .... 왜 우리나라 속담에 ’꾀 벗고 돈 닷 돈 찬다’는 말이 있지요...P142 좌니우니 하는 말들이 ’좌우지간’ 에 싫습니다. 정말 식상해도 낡았어요. .. 좌우지간 성가셔요. 좌우를 가를것만 있고 온뭄을 생각할 정상적인 생각이 우리에겐 왜 없습니까. 감도 해를 갈아가며 열고, 나뭇잎들도 해갈이를 합니다. 한달이 크면 한달이 작고, 올라갈때 가 있으면 내려올때가 있지요. 세상에는 늘 그 ’때’가 있음을 알아야 할 ’때’ 입니다. P158  그래요 논과 밭과 모를 몰라도 되지요 시골아이들도 이제 일하고는 아주 남이 되어 살지요. 아이들이 논밭에 들어갈 일이 없습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를 모른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주위의 사물들을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니, 보기는 보지요. 보기는 보지만 자세히 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이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자세히 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자세히 보아야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그것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싹트지요. 그리고 제대로 된 말을 할수 있지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고 영혼을 팔아서라도 출세만을 위해 살아온 우리들의 눈이, 참새 집을 보고, 그때 나뭇잎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오른쪽으로 날아가는것을 보며 재미있었다고 하는 그 ’재미’를 알리가 없지요 .  P206   방학이 되면 전주로 가서 헌책들을 샀지요.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전주로 간 나는 헌책방들을 뒤져 오래된 문학잡지들을 샀습니다. 커다란 가방 가득 책을 사서 차에 싣고 시골 정류소 에 내려 미리 가져다 놓은 지게에다가 책을 짊어지고 집으로 가서 방에 쏟았습니다. 가방속에서 책들이 우루루 방으로 쏟아질때 , 그 가슴 벅차던 때를 나는 잊지 못합니다.  P217 나는 벗이 많지 않습니다. 푸른 청춘이 종잡을수  없이 소용돌이 치던 문학청년 시절에 나는 나 홀로 고향에서 지냈지요. 기대고 부서지고 망가져야 할 그리움과 외로움이 너무 홀로 깊이 자리를 잡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혼자 오래 살다보니 , 술을 배우지 못해지요 술에 거나하게 취해 모든것 다버리고 바람 타는 실버들처럼 흥얼흥얼 흥청망청 생을 허비할대도 있어야 하고, 술에 취해 도도해져서 저 장엄함 5월 산천과 맞서는 배짱도 있어야 하고 , 저무는 산을 데리고 마주앉아 한잔들게, 또 한잔들게, 하며 취하기도 해서 그자리에 쓰러져 날리는 꽃잎들을 따르며 잠들기도 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질 못한 것입니다.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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