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남자를 떠난 여자.

적어도 사랑한 그 기간만큼 기억을 부인하지 않기로 한 여자.

5년이 지나면 잊으리라..  생각하며 지내온 그 제한기간의 마지막날

남자를 조우하다.

 

자신을 아는체 하지 않는 남자에게..

당연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배신감을 느끼는 여자.

 

유부남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자신을 오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대한 마음이 남아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여자.

 

오래된 사랑의 흔적 위에

상처입었으나 그 상처를 보듬어가며

다시 돌아와 사랑을 하는 남녀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상당히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조하다는 느낌만큼.. 나는 그들의 감정 가까이에 가지 못해 심적으로 상당히 압박감(?)을 느꼈다.

 

 

이야기의 초반에서는 독자 입장에서.. 남자의 심리가 여자의 심리보다 읽기 편했고 이해하기 편했다.

여자의 심리는.. 받아들이기에 많이 퍽퍽했다..;;  

그러나.. 중반에 들어서면서는.. 남자의 극렬한 행동으로 인해.. 남자도 이해할 수 없어지는 현상이..;;; (에효~)

 

그리고.. 주인공들은 오해를 풀 생각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화내는 걸 당연하다 가만두며 당해주는 여자나,

능력되면서도 알아볼 생각은 않고 무턱대고 화내다가..  엉뚱한 계기로 그녀가 자신을 떠났을 이유를 알게되고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저돌적(?)으로 다시 데쉬하는 남자나,

다시 남자의 태도가 변하자 갑자기 노여움을 티내는 여자나..;;;

암만 생각해봐도..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임신.. 이었단 사실만으로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것 같은 남자의 감정은 따라가기 힘들었다.

왜 자신에게 아이를 구해달라고 매달리지 않았나.. 하는 점을 그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남자라면.. 상황을 조금 더 사려깊게 살펴보려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여자에게 차라리 울며불며(이전에 보여준 히스테릭한 모습처럼^^;) 왜 나를 못믿고 상의조차 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면.. 차라리 더 이해가 쉬웠을 것 같고, 남자의 성격이 일관성있게 느껴졌을 것 같다.

 

참고로.. 그의 엄마가 행사한 압력의 강도는.. 솔직히 많이 약해보여서.. 여자가 사라진 것도 잘 이해가 안됐다. 아이의 목숨~때문에, 모성본능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도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그에게 말하면.. 그가 가족들에게 대항하고 그 과정에서... 그도 상처받게 될거라 포기한다는 게.. 어째 좀..;;)

차라리 어설프게라도 사라지지 않으려 한번쯤 반항해보고..  그것을 악랄하게 막는 새엄마의 모습이 나왔더라면.. 조금더 이해가 쉽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달리 말하면.. 악한 조연이.. 어느정도 파워가 있는 사람인지.. 전혀 감이 안왔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또다른 오해-여주 친구의 남친인 외국인을 여주의 남친으로 여긴.. 오해;;-도.. 이해가 안가기는 마찬가지.

재준의 능력정도면 그런 뒷조사는 금새 되었을터인데... 그리고.. 꾸준히 여주 주변을 감시하고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그것을 몰라서 거의 막판까지 오해하고 분노하고.. 했다는 것도 독자인 나를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다.;;  

 

 

음........

이 책은... 내 주관에 기대어 평가하자면.. 표현이나 문장이 떨어지는 책은 아니다.

아니, 문장 자체만으로 보자면.. 멋있는 문장들이 꽤 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감정의 결여라고 해야하나..  무엇인가 비어있는 느낌 때문에.. ;;; 건조하다.

묘사란 느낌보다는.. 수식이란 생각이 더 강하다. (묘사와 수식의 차이는..  내 개인적인 정의일 수도 있다.;;)

미사어구를 많이 사용하는 화려한 수식보다는.. 

투박하고 거칠어도.. 감정이 담겨.. 한마디 한마디에 심장이 움찔움찔 할 수 있는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래서인지.. 상당히 건조하게 느껴졌다.

 

이 책 때문일까..

나는 작가에게 오히려 이러한 부탁을 해보고 싶어졌다.

미쳤다 생각하고.. 그냥 감정이 움직이는대로, 몰아치는 감정에 마구 휘둘려서..  아무생각 말고.. 머리로 재려하지 말고.. 그냥 느끼는대로 글을 한번 써보라고..;; (이렇게 하려면.. 단편 위주의 습작이 가장 적당할 듯..;;)

정돈되지 않아서.. 혹은.. 전혀 계산되지 않아서.. 산만해보인다거나.. 뭔가 안맞을 수도 있겠지만..

찌-인한 감정을 발산하는 연습을 많이 한다면..

좋은 표현력에 감정이 입혀져서.. 더 좋은 글을 써낼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사실.. 작가는.. 인물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성을 지녀야 하고..

인물의 감정들을 잘 조절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마치.. 신처럼^^;)

폭발할 때는 폭발하고.. 억누를 때는 억누르고..  밟아야 할 때는 밟고... 거리를 유지해야 할 때는 그 거리를 지켜내야 하는..!

전체 다 폭발하기만 하거나...  전체 다 일정한 거리만 유지한다면.. 독자는 금새 질리거나.. 지루해 할 것이다.

그리고.. 객관성 유지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독자는 작가가 감정에 취해서 너무 혼자 앞서간다거나, 작가가 인물을 제어하지 못했다거나, 작가가 작품의 무게에 짓눌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고로.. 가장 이상적인 작가는..  자유자재로 조절해 표현해내는 작가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리뷰에서 늘 얘기하듯이..  나는.. 감정이 넘쳐나는 인물들이 좋다.. 

잘 짜여지기만한 글보다.. 조금 어설프더라도 감정에 동요를 일으키는 글이 좋다.
그래서.. 위의 부탁을 해보고 싶어진 것이겠지^^;;;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 하며 부탁의 말을 적는 이유는..

인물의 감정과 내내 너무 먼 거리를 유지했던 나... 때문일 것이다.

세련된 느낌의 글이었지만.. 한번도 '이해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던 나는.. 미친듯한 감정의 동요에 너무 목말라서..;;;

능력이 될 것 같은 이 작가에게 더 좋은 글을 기대하겠다는 말을.. 이렇게 에둘러 말하는 게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