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은 통한다."

 

 

 

<필통 속 자연과 생태 출판-벌레만도 못하다고?>를 읽는 내내 제 머릿속에 떠오른 '진리'입니다. 

이 책은 곤충전문가인 조영권씨가 우리에게 친근한 여러 곤충들의 숨겨진, 혹은 잘못 알려진 곤충의 이야기들을 귀한 발품을 팔아 얻은 소중한 사진들과 함께 재밌게 엮어 간 책인데요.

그냥 우리들이 뭉뚱그려 '곤충'이라 부르는 이 작지만 거대한 세계속에서도 인간에게 특징지울 수 있는 그들만의(자연이라는 환경에 적응해 진화되어온) 개성,성격 이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있었습니다.

제가 앞서 "극과 극은 통한다"는 진리가 이 책을 읽은 내내 떠올랐다고 하는 이유는, '벌레'를 사랑하고,그래서 알고 싶었던 작가 조영권은  '곤충'을 통해  '동물계, 척추동물문,포유강,영장목,사람과,사람속,사람종'에 속하는 '사람(역시 동물의 한 종인 것이지요)'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색을 이 책에서 풀어 내게 되는데요. <곤충>을 통해 바라본 인간과 인간사가, 흡사 신영복 선생님이 아주 부드럽게 써내려가신

'사람'에 대한 사색과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지더란 말이지요.

그러한 논리로 보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세우는 장미나,해가 떠야 비로소봉오리를 여는 나팔꽃 같은 '식물' 속에서도 또한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겠나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서로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이 서로 한우물을 파 내려가다가 결국엔 지구

가장 중심에서 만나게 되는, 그래서 극과 극이 서로 통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랄까요?

 

 

제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모시나비>입니다. 날개가 얇은 모시옷처럼 훤히 비쳐서 그런 이름을 가진 모양이에요. 참으로 예쁜 녀석이다 싶어 고운 눈길을 보내는데, 배 아래쪽으로 하얗게 쌀알 처럼 보이는 것이 수컷이 짝짓기를 하고 난 암컷에게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할 수 없도록 '수태낭'을 만들어 막아 놓은 것이라고 하네요. 이런 사정도 모르고 사람들은 모시나비에게 '순결한 나비,정절의 나비'라는 이름을 주었다네요. 좀 더 강한 유전자를 찾기 위해 여러 수컷을 만나야 하는 본성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 책에서는 '곤충'이라는 작게만 보이는 존재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잠자리가 사라진다면? 모기 애벌레의 천적을 잃게 되는 것이지요...

으으... 그 결과는 상상만으로도 잠이 안오네요~

그리고,우리 학교 다닐때 사진으로 익히 봐 온 쇠똥구리가 사라진다면? 풀을 뜯어 먹은 소가 싸 놓은 똥에 풀들이 햇볕을 받지 못해 죽고 만데요. 소똥에 알을 낳아 안전한 땅 속으로 소 똥을 옮기고,그 과정에서

소똥이 분해 되어 다시 비료가 되는 것이지요.

 

이렇듯, 하찮고 귀찮게만 보이는 작은 벌레들이 움직이는 지구...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요?

저는 이 내용에서 어렴풋,사회를 움직이는 것은,세상을 바꾸는 것은 이렇듯 작아만 보이는,하지만 실로 거대한 국민 개개인이라는 것을 느꼈답니다.

 

참으로 우리 사회와 많이도 닮아 있는 "개미 사회"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께요.

<개미 사회는 엄격하게 계급이 분리되어 있고, 구성원들의 합의나 공정한 경쟁을 거쳐 계급과 역할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일말의 동요나 반발없이 일사불란하게 유지된다.이는 여왕개미의 강력한 장악에 의해 가능하며 그 무기가 바로 '기회의 박탈'이다.  중략

여왕개미의 판단에 의해 암컷과 수컷의 수가 조절되고,수컷으로 태어난 개미는 하는 일 없이 짝짓기할 날만 기다리며,암컷으로 태어난 일개미들은 여왕과 알을 돌보고 먹을 것을 구해 오는 등 개미 사회의 온갖 노동을 도맡아 한다.>

 

자신도 암컷으로 태어났으니 여왕개미가 될 기회가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왕개미가 내뿜는 소위

"계급분화 페로몬"으로 자기 역할의 부당함이나 여왕이 될 기회를 박탈당한 사실도 모른채 여왕개미의 충실한 노예로 살아 간다고 하네요. 저는 지금까지 일개미는 수컷인줄 알고 있었는데, 암컷이었다니...

많은 편견과 속박으로 억압받아 온 지난 여성들의 삶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 참으로 놀랍고 씁쓸한

이야기 입니다.

 

처음에 '곤충 도감'쯤으로 이 책을 가늠하고 읽기 시작했던 저에게, 참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

<벌레만도 못하다고?>

아이들과 곤충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저는, 더불어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참으로 많아졌답니다.

 

마지막으로, 참으로 큰 메시지 던져 주는 작은 곤충 <날도래> 소개하며 마칠까 해요.

 

<날도래 애레들은 물에 떨어진 나뭇조각이나 모래알을 모아 집을 만들고

그 속에 숨어서 지낸다.

애벌레 집이 붙어 있는 돌멩이를 들어

자세히 보기 전에는 알아채기 어렵다.

이런 날도래 집에 물이 통과하면서

유기물이 걸러져 물이 맑아진다.

개체수가 계곡 바닥을 메울 만큼 많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약하고 영향력 없어 보이지만

본분에 충실한 개개인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작고 힘없는 날도래 애벌레가 대자연의 젖줄인

계곡을 맑게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