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세풀베다.. 이 사람의 작품은 아직 하나도 읽지 않았는데 이름은 익숙하다. 몇년 전 라틴 소설에 한참 빠져 있었을 때 엄청나게 많은 라틴 소설들을 사들였는데 그 중 이분의 작품이 두 개나 포함되어 있었다. '연예소설을 읽는 노인'과 지금 이 책이다. 나머지 책들도 언젠가 다 읽겠지만.. 새책 사들이는 일은 당분간 자제해야 겠다. 대부분 라틴 소설들이 풍자와 해학으로 쓴 웃음을 선사해 주는데, 이 책도 짧은 내용이지만 꽤 많은 내용을 시사하고 있었다.

 

표지에 나오는 까망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이름은 소르바스이다. 소르바스는 어느날 오염된 바닷물의 기름으로 날지 못하고 떨어진 갈매기 켕가를 만나게 된다. 켕가는 죽어가면서 처음 만난 소르바스에게 자신의 알과 함께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약속을 부탁하며 죽는다.

"1. 알을 먹지 않는다. 2. 알을 보호해 준다. 3. 새끼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이때부터 갈매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소르바스와 길고양이들의 좌충우돌 일정이 그려진다. 드디어 아기 갈매기가 태어나고 아포르뚜나다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인간을 비롯한 각종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갈매기를 보호하며 갈매기가 스스로 나는 순간까지 고양이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갈매기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더군다나 하늘을 날아본 적도 없는 고양이들이 아기 갈매기를 날게 하기 위해 백과사전을 찾아 공부하면서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우습지만 감동적이기기까지 하다.

 

이 책을 통해 환경오염이 동물들을 포함한 우리에게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고, 또 하나는 나와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아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내가 우리집 고양이들 토미와 루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문제를 넘어서는 이야기이다. 자기 친자식이 아니라고 때려서 죽였다는 흉흉한 이야기들이 뉴스에서 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세상이 무섭고 각박해진다. 물론 버려진 동물들을 키우고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다. 나를 넘어서서 남을 포용한다는 것은 정말 숭고한 일 같다. 고양이가 갈매기를 날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이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비단 외모나 환경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이나 가치관을 가졌다고 해서 배척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 또한 내 중심대로 생각해버리고 나와 맞지 않는 이들은 피하거나 무시했는데 이들의 의견도 들어줄 줄 아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그렇다면 세상에 흉악한 일들이 줄어들고 조금은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갈매기에게나는법을가르쳐준고양이, 루이스세뿔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