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북벌>을 대했을 때, 뭔가 힘차고 장대함이 펼쳐지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같은 내용은 아니었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에서는 뜨거운 감동을 <구텐베르크의 조선>서는 자긍심을 주었는데 <원행>과 같이 <북벌> 에서도 역사적인 하나의 사실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누가 북벌을 원했고, 누구는 왜 북벌을 원하지 않았고, 왜 북벌은 성공하지 못했을까?"

내가 역사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어린아이의 수준에서 이 책을 접했다는 생각이 읽으면 읽을수록 들었다. ’북벌 할 수 있었다면 좋은 것아냐? 항상 침략만 당했던 우리가 시원하게 이기기만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멋진 역사가 될까? 이기는 것도 습관이라하지 않은가?’ 단순했다. 그래서 북벌을 반대할 거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힘찬 기상을 펼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내용은 전혀 반대다. 정말 당연한건데 왜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현실감각이 부족한 것일까? 역사상 북벌이 없었음을 알고 있었는데...

북벌을 추진하려는 효종과 이완 훈련대장과 이 글의 주인공인 훈련도감 종사관인 윤헌이 뜻을 같이한다. 그리고 소현세자의 사람이었던 성명욱은 청과의 두터운 인맥을 이용해 소현세자의 아들인 박석주를 왕위에 올리려고한다. 실제로 내용은 윤헌과 성명욱의 대결구도로 전개되어진다. 그리고 노론의 영수인 송시열. 북벌에 반대하진 않지만 노련한 정치 수완으로 북벌을 미룰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지만 결국 효종의 굳은 의지를 확인하고 효종과 등을 지게된다. 북벌을 향한 출병은 효종의 승하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는데 효종은 독살된 것으로 전개된다. 

역사라는 것이 참 많은 힘있는 이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흘러가는구나. 그 힘이 무엇이든지. 북벌을 함께 생각하는 효종과 이완,윤헌의 뜻도 전부 같은 것이 아니었다. 요동의 사도세자를 따르는 이들이 부담스러웠던 효종은 그들을 이주 시키려했고 이완과 윤헌은 북벌을 위해 요동의 조선인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계의 힘을 잡고 있는 서인과 효종의 힘 겨루기가 있지만 그 또한 온전히 그들만의 경쟁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찾아 다니는 이들이 힘을 보태기도 하고 빼기도 하는 것이 정치. 가만 생각하면 살벌하긴 하지만 그런 대결에는 살짝 흥미가 느껴진다.

종사관 윤헌과 성명욱의 쫓고 쫓는 두뇌싸움이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되지 않나싶다. 조금 더 세세하고 섬세하게 그 이야기가 짜여졌더라면 더한 즐거움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송시열의 그 이름 만큼의 반격, 이왕 등장해서 중요한 일을 해내고 있는 이한매와 선원원의 이야기도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고, 처음부터 두 권을 생각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하긴, 이 책만을 두고 본다면 사족같은 이야기 일 수도 있으나 재미나 흥미 몰입도를 생각한다면 아쉽다는 것이다.

예약구매를 하고 참 오래 기다렸다가 읽은 책이다. 그 덕분에 작가의 사인본을 받을 수 있었는데 사인이 참 정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인의 글씨체에서 나오는 성품이 책 내용에 고스란이 묻어있는듯하다. 찬찬히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