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나 영화에서 아름다운 도시로 찬양받는 파리. 그곳에서 건축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책을 펼치자 건축물 하나가 떠올랐다. 라디오를 진행하던 이상은은 기분이 울적하거나 뭔가 위로 받고 있을 때 가는 장소가 있다고. 그곳은 환기미술관이라고 했다. 그 미술관에 그림이나 작품을 보러가는 게 아니라 건물 속에 들어가보라는 그녀의 조언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환기미술관 안으로 들어오는 나선의 계단을 통해 실내에 들어오면 환하게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이 인상적이다. 밖에서 보면 그리 넓은 것 같지 않은데 입체적으로 꾸며진 내부의 동선 탓에 작품을 따라 걷다보면 산책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분 좋은 산책은 숲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잘 지어진 건물 안에서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파리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대학2학년 썬이 우연히 만난 샤를 할아버지와 직접 건축물을 방문하고 관찰하며 건축에 대해 배우는 이야기.
사실 책을 받아보고 살짝 당황스러웠다.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건축 관련 책이 여러 권이 있었지만 이번 책은 안그라픽스답지 않았기 때문. 발랄한 20대 초반 주인공의 말투와 너무 술술 익히는 텍스트가 너무 가볍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건축관련 일러스트라면 잉크도 직접 넣어서 쓸 거 같은 만연필로 그린 예술적인 선을 기대하기도 했는 듯하다.
책에 실린 그림은 색연필로 그린 소박하고 정직한 그림이지만 볼수록 귀엽다. 건축을 배우는 대학교 2학년의 꼼꼼한 답사 노트를 읽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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