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를 주문하기 전에는 그 홍차의 이름과 홍차에 들어간 재료를 읽으며 향기와 맛을 상상해본다. 핫시나몬 스파이시라는 이름이라면 후끈한 계피향을 상상해보겠지만 파리라는 이름이라면 이 홍차의 맛을 상상하는 것은 여행이 된다. 

향수를 시향하고 구매하기도 하지만 모니터에서 향수병을 보고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에 어떤 향이 들어갔나 읽고 주문을 한다. 향으로 향수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잡지를 넘기다가 발견한 매혹적인 모델이나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광고를 보면 향은 어떤 느낌이 날까 몹시 궁금해지기도 했다. 샤넬이나 버버리 등 패션 하우스에서 만든 향수는 향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이미지, 갖고 싶은 분위기와 여자가 꿈꾸는 이미지가 아닌가 싶다. 

불가리나 랑콤, 페레가모는 우리나라에서 꽤 인기있는 향수일텐데 빠져 있는게 의아하기도 했는데 뉴욕, 런던, 밀라노, 도쿄, 파리를 대표하는 의류를 중심으로 하는 패션 하우스에서 나온 향수와 브랜드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인 듯하다. 앤디 워홀의 향수는 매체에서나 샵에서 본 적은 없지만 뉴욕에 간다면 이건만큼 확실한 기념품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클로에의 <클로에>, 랑방의 <에끌라 드 아르페쥬>, 베르사체의 <브라이트 크리스탈>, 안나수이의 <포비든 가든>, 살바도르달리<달리 심므 우먼>, 샤넬의 <코코 마드모아젤>, 겐조의 <플라워바이>, 제이로의 <글로우> 써봤던 향수 중에 좋았던 걸 떠올려 보았다. 책에 실린 향수는 많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브랜드의 역사와 패션 스타일과 발맞춰서 출시된 향수를 보니 향을 맡아보고 싶은 향수 위시리스트가 늘었다. 

 

향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샤넬 no.5. 러시아 왕후의 향수를 만들던 조향사가 러시아 혁명으로 유럽으로 피신을 하고 샤넬과 만나게 됨으로써 그가 이전에 만든 랄레 no.1 과 샤넬 no.5 사이에서는 병 모양이나 향기, 이름 등 닮은 점이 많다. 샤넬 no.5는 샤넬이 개발 중이던 향수 샘플 중에 다섯 번째 향수였는데, 그걸 쿨하게 이름으로 정했다고 한다. 샤넬에서 대표적 아이템 2.55 퀼팅백은 55년도 2월에 만든 가방이라고 뜻. 점성술에 심취했던 샤넬은 사자자리였다. 양자리부터, 황소자리, 쌍동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로 이어지는 별자리 중 다섯 번째. 샤넬은 생전에 5라는 숫자를 자신의 행운의 숫자라고 여겼다고 전해진다. 샤넬의 향수는 no.5 뿐 아니라 no.19도 있지만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향수의 대명사가 된 걸 보면 샤넬이 사랑한 5라는 숫자는 그녀에게 행운의 숫자임에 틀림 없는 듯하다.

책에서 내가 쓰고 있는 향수를 읽는다면 익숙했던 향기가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향수 뿐 아니라 패션 브랜드 하우스의 역사와 패션 디자이너 스타일이 함께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