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작품을 완성한 후에 심혈을 기울여 액자를 고른다. 그림을 액자 안에 넣는 이유는 작품을 주목하게 하고 벽에 걸어 감상하고 작품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림을 넘어서 액자까지 그림의 일부가 된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세잔과 고흐의 작품에 끼울 액자를 디자인한 저자는 중세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현재까지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유명한 작품을 비롯하여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독특한 액자를 품고 있는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면 그림뿐 아니라 액자까지 관람하게 된다. 도록이나 엽서에는 대부분 액자는 빼고 그림만 인쇄된다. 클림트나 몬드리안이 직접 액자를 스케치했던 화가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도록을 보는 이미지는  실물과 가까운 이미지를 보지만 작가가 보기를 원하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어쩌면 조금 덜 정돈된 미완결의 이미지일 수도 있겠다. 

 4장 <그림의 내용을 완성한 액자>에는 그림이라기보다는 설치미술에 가까운 기발한 액자가 가득한다. 

재미있던 작품은 5장에 실린 네모의 틀에서 벗어난 액자를 만든 살바도르 달리의 [머리에 구름을 가득 담고 한 쌍]. 그리고 6장에 실린 베티 사아의 [주시]. 이 그림은 우아한 곡선의 액자가 그림을 덮고 있어 그림을 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낮고 조용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되는 것처럼 가려진 그림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 더욱 주목하게 된다. 

살바도르 달리, [머리에 구름을 가득 담고 있는 한쌍], 1936

베티 사아, [주시],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