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 넘쳐 카메라를 내팽겨치고 살았구나 싶어졌다. 멋진 사진을 찍으려면 아름다운 장소를 향해 나가든지 멋진 모델이 앞에 있어야 할 것 같고 일단은 집 밖으로 나가야 뭐라도 찍을 것 같은데.. 다카페 일기는 이런 생각을 단숨에 날려보낸다. 

다카페는 일본의 평범한 3DK(방 셋, 거실, 주방) 맨션이라는 뜻이다. 사진을 찍은 모리 유지가 아내를 다짱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니 다짱의 카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진 찍는 남편 유지와 아름다운 아내, 에너지 넘치는 딸 하늘, 귀여운 아들 바다,그리고 뭔가 아는 개 와쿠친, 5식구의 일상이 담긴 사진집. 특별하지 않은 하루하루의 일상을 담아냈다. 그래서 더 사진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듯.  

따라해 볼까 싶어서 사진을 자세히 보면 이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심플하고 반듯한 가구와 채워넣을 공간이 있는 여백이 있는 집. 게다가 아이 둘이 있는 집이 이렇게 깔끔하다니. 범상치 않은 일이다. 언니네를 비롯해서 주변에 아이 있는 집들을 떠올려보면 이건 거의 상위 0.1%의 집인 듯. ^^ 

다카페는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사진집인데 이유가 뭘까,.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리나]의 첫머리가 생각이 났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의 사진을 보면 행복한 가정의 원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이 좋은 부부와 딸 하나 아들 하나, 귀여운 애완견까지. 

사진 그 자체도 예쁘지만 일상의 유머가 돋보이는 사진과 촌철살인의 코멘트를 읽으면 혼자 보다가 소리 내어 웃게 된다. 벌써 3권이 나왔다. 훌쩍 커버린 하늘과 바다를 보니 아이들은 빨리 크는구나 새삼 느낀다. 별일 아닌 것처럼 보낸 시간도 1년만 지나도 낯설고 추억처럼 되는구나 싶어져 부지런히 기념 사진을 남겨야지..마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