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의 소설은 항상 맹신하는 게 있다. 그래도 나는 책을 들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대학시절 작가론을 쓸때 마구잡이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지금보다 시간이 더 많았던것으로 기억되는데 후회막급이다.
대학생이 되면 나 스스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그게 다가 아니였다는 것을. 아직은 공부를 해야할때 정말 지나고나니 후회가되는 건 왜일까
그래도 좀더 열심히 해서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었어야 했다는 생각뿐이다.
지금의 두아이의 엄마로서의 자격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좀더 나 자신을  위한 일을 하고 있을때 그때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고민도 해본다.

그래도 행복했다. 글 속에 나오는 열일곱의 니은이. 너는 그래도 행복했다. 아버지가 졸업식때 지금 맛있게 외식을 하고 돈을 쓰느냐. 아님 집에 가서 라면을 먹고 그 돈을 용돈으로 쓰느냐라는질문을 받았을 때 눈물이 쏟아졌다. 내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은 농사꾼이라 다들 바쁘시다. 맏이 딸인 내가 그래도 두 동생을 돌봐야 하기에 집에서 밥을 지었다. 물론 전기밥솥이다. 어떤 날은 그만 밥솥에 누름장치를 누르지 않아서 밥이 떡도 아닌 것이 그대로 보온이 되어 설익었다. 그때 난 무지하게 혼이 났다. 다들 일하러 다녀 오신 뒤라 무척 배가 고파계셨는데 나에게 모든 비난이 쏟아졌던 것이다. 엄마만은 내 편을 들어주셨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 초등최고학년이 난 계속 소리내어 운 기억이있다.
니은이는 집에가서 라면먹자고 하고 용돈으로 받아 썼다. 나에게도 그런 아버지가 계셨으면 한다. 아버지는 무척 우리에게 돈에 대해서는 냉대하시다. 물론 학교는 다 나오게 해주셨지만그것으로 난 족하다. 하지만 막상 소설속의 니은이를 생각하니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부모를 잃고 자신이 혼자라는 생각으로 그것도 사춘기를 지난 시기 같은데 그래도아직은 어른이되지 않은 그런 소녀의 방황이 어쩜 나에게는 낯설게만 여겨진다.
그래도 그녀 주위에는 장포수 할아버지와 왕고래집 할머니가 계셨다. 그녕게 고모와 이모도 있지만 그들이 오히려 더 가족처럼 여겨진다. 다들 자기들 사느라 바쁜 세상에 그래도 혼자되신 분들은 소녀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시는 분들이다. 가족이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가족으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남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옆에 있으면서 가족처럼 지내던 이웃이 나의 벗이고 나의 말동무가 되는 듯 하다. 
그건 왜일까. 요즘처럼 각박한 현실에 한잔의 술을 기울줄 아는 이웃이 있다면 인생에서 성공한 삶이라 생각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통해 '꽃피는 고래'의 의미를 알게된다.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게 되고 그아픔이 주가 되어 소설이 전개되는 듯 하다가 장포수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녀에게 물론 친구 나무가 있다. 하지만 그 친구 또한 니은이의 아픈 슬픔은 감싸주지는 못하는 듯 하다. 아무 친구라서 더 그럴수도 있다. 친구니까 아픔은 건드릴수 없는 거 아니겠는가. 다른 친구 한명은 니은이를 가증스럽다고 한다. 니은이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알 거 같다. 그래도 그녀 주위에는 가족같은 분들이 계셨지만 세상 밖으로 도망쳐나온 그 친구는 옆에 진정한 사람이 한명도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증스럽다는 말을 쓰지 않았을까 한다. 니은이는 그런 사람들이 있음에도 슬픈척을 했고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부모잃은 슬픔에 석달간 몸이 가는 대로 다니다가 쓰러져 자는 모습은 공감이 간다. 배를 타고 한바다로 나가 창살에 맞은 듯한 고래를 보게 되고 그 고래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 더 넓은 곳을 보고 나아가 우물 속 보이는 곳만 보는 바보를 면하게 된다. 니은이도 열일곱이라는 말에 유관순을 자꾸 떠올리지만 열일곱은 결코 어린 나이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녀도 자꾸만 방황을 하고 자꾸만 부모의 슬픔을 잊으려 애를 쓴 것이겠지. 

"시루떡이 아니라 해류 같다고 해야 옳겠다. 한류와 난류가 겹쳐 흐르듯이 그것들이 안에서 동시에 움지이고 있는 거지. 그래 언제든지 사십대 마음이 됐다가 십대 마음이 됐다가 한다."

할아버지의 인생이 담긴 말씀이 눈에 와닿는다. 내 방식대로 생각하고 이해하면 그게 다 인것이다. 하지만 그 이해도 이해 나름대로의 인생 철학이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저 쉽게만 여긴다면 인생의 참된 진리를 깨닫지 못하게 될테니까. 

처용포라는 곳은 처용가를 비롯해 계속 그 이야기를 몰고 간다. 나는 내가 배운 처용가만을 생각했다. 싸움에 나가 돌아오니 신발이 네개라는 거  하나는 아내의 것 하나는 다른 남자의 것 뭐 그런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근데 이 소설의 처용은 전혀다른 것이다. 
"처용이라는 서역 상인의 배에 실려 있던 놈" 코키리 바위의 일화와 허황옥이 신라 수로왕의 왕비가 되기 위해 인도에서 올 때 데려왔는데 신라 사람들이 처음 보는 코끼리를 두려워하자 섬에 남겨두었다는 일화. 엄마와 아빠의 황당한 이야기를 서로 옳다고 진지하게 고집하는 장면은 나에게도 새로웠다. 두 부모들의 대화 통해 그래도 행복했던 가정을 보여주려고 한 거 같다. 
처용포에서 장포수 할아버지는 고래를 제일 잘 잡는 일등 포수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가 그 할아버지는 노인과 바다의 노인처럼 일생을 바다에 자신의 염원을 둔채 살아간다. 고래잡이 금지령이 20년째되는 해에도 장포수 할아버지는 고래잡는 생각을 놓치 않았다. 고래를 잡아서 뭐 어떻게 해보려는 게 아니라 고래를 마치 자신의 일부처럼 여기는 것이다. 노인이 참치고기를 잡고 사투를 버린 것처럼 바다에 몸을 맡기고도 태연한 할아버지...그는 과연 고래잡이 배를 타고 어디로 간 것인지...소설 끝은 그 할아버지의 행방을 묘연하게 한다. 니은이는 할아버지를 통해 다시 한번 인생을 배우게 된다. 꽃피는 고래와 같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된다. 니은이는 처용의 가면을 쓰면서 왈칵 쏟아지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만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 나름대로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할어버지는 바다를 향해 자신의 길을 갔고 대왕고래 식당 할머니는 자신의 친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딸처럼 후회 없이 키우고 또 세사의 모든 길 잃은 것들에게 사람이든지 짐슴에도 후한 할머니. 그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사를 이야기 하면서 '너만 슬픈게 아니란다. 모두들 그 나름대로의 아픔을 지니고 있단다'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할머니의 과거는 그야말로 우리네 할머니같았다. 일찍 시집와서 서방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시집살이. 그 곁에 항상 따라오는 고된 인생길. 험한 인생길이 아니고서는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논할 수 없으리리 본다. 칠십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글을 배우고 하고 싶은 말을 남기는 할머니를 통해 배움은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거라는 생각이든다. 

"나는 아직도 고래가 어떻게 신화처럼 숨을 쉬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몸을 가득 채우는 공기나 햇살처럼 그것을 몸으로 느낄 수는 있었다."

소설의 결말이다. 니은이는 고래잡이 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인생사를 통해 곡절없는 세상은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영호언니의 엽서 가득 채운 인생의 고독들이 모두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더 진실된 삶을 엿보게 된다. 한 인간이 성숙하려면 수많은 과정과 수많은?? 행복하기만을 바라지만 그 행복은 잠시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가 온거 같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 시간을 얼마나 부여잡고 노력하는 가에 모든 승부가 갈려있는 듯 하다. 나이가 있어도 나이가 어려도 모두가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근본이다. 사람의 근본 인간의 근본말이다. 그 근본은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눈물이 있고 웃을 수 있을리라 본다. 

니은이를 통해 하나의 성장소설을 본 듯하다. 지금 내나이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햇살 가득한 거실에서 커피한잔 놓고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간만에 본 듯 해 뿌듯하다. 시간만이 나에게 더 주어진다면 좋으련만. 아이들이 자고 난뒤 읽어야하는 신세. 내나이를 무시할 수없는 거 같다. 다시 한번 십대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라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었다. 그래도 니은이는 행복했다는 것은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