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분명히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이라는 문구가 있지만, 내가 읽기에 더 좋았던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내게 수많은 질문들을 던져주는 그림책이었다. 책은 제목부터 우리에게 낯선 시간의 "방향"을 언급하고 있다. 단순한 어제와 오늘, 내일이 아니라 같은 공간 속 시간의 흐름 또는 같은 시간 속 공간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는 유럽의 동쪽 비스와 강가 도시의 시내 한 가운데 세워진 시청 건물 위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는 시계판 네개로 부터 시작한다. 각각의 시계쪽을 바라보는 부엌(동), 공방(남), 아이들 방(서), 거실(북)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1500년 2월의 어느 날, 아침 6시 / 1600년 4월의 어느 날, 아침 9시 / 1700년 6월의 어느 날, 오후 1시 / 1800년 8월의 어느 날, 오후 5시 / 1900년 10월의 어느 날, 저녁 8시 / 2000년 12월 31일, 자정 의 시간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또한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라는 작은 종이 속에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퍼즐을 맞추기 위한 네 가지 열쇳말을 제공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① 같은 시간의 다른 얼굴들, ② 다른 시간의 같은 얼굴들, ③ 어제의 시간, 오늘의 시간, 내일의 시간, ④ 나의 시간, 너의 시간, 그들의 시간

 저녁에 잠자리에 누워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누워 있는 이 공간의 시간체계 속의 공간은 어떤 것일까? 바닷 속, 깊은 숲속, 밭, 초가집.. 번화가일까..? 지금 이 공간에는 나와 또 다른 내가 얼마나 살고 있을까? 이런 깊은 생각 속에 잠기다 보면 내가 발견한 길가에 작은 꽃 한송이 속엔 내가 미처 보지 못하는 작은 세계.. 그곳엔 나와 다른 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워 지기도 한다. 작가가 보내온 메세지에는 다른 책들 처럼 도착점이 없었다. 그 도착지점은 독자들의 생각속에 담겨 각각 다른 곳을 향할 테니까 말이다.

  작가가 살고 있는 유럽의 동쪽 비스와 강가 도시의 시내 한 가운데 세워진 시청 건물 위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는 시계판의 남쪽 공방에라도 시간이 닿으면 달려가 창문에서 시계판을 바라보며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소심한 생각을 하게 되는 책. "시간의 네 방향"은 비단 그 시계탑의 네 방향 속의 방들 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라는 커다란 무대위에 인생이라는 장편 연극을 올리는 제 역할에 몰입된 사람들의 이야기 인것만 같아 자꾸만 내 역할을 생각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시간과 공간에 뒤섞임 속의 숨은 수수께끼를 찾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마음속에 각각 다른 모습의 시공간의 퍼즐을 갖게 하는 신기하면서도 일상적인 생각이 필요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