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전거 1’(김동화)를 읽고

 

너무 좋습니다. 푹 빠졌습니다.

중학교 국어책에 나온 두 개의 에피소드가 좋아서 구입했는데

역시 최고입니다.

웃고 울고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치며 읽고 있습니다.

진짜 좋습니다.

 

책을 구입하여 몇 장 읽다가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밴드에 올렸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감동을 누리고 싶었다.

‘이게 정말 만화가 맞아?’

그림이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산과 들과 나무와 꽃과 논밭의 모습이 정겨웠다.

무엇보다도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기가 막혔다.

아마도 작가는 직접 우체부가 되어서 임하면 인근을 누비며 몇 년을 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빨간 자전거를 타고 감나무 집, 들꽃나무 울타리 집, 숲속의 노란 집,

쌍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집, 빨간지붕 집, 개가 많은 집, 배추밭에 꽃 심은 집, 새가

쉬어가는 집, 햇볕 잘 드는 집, 살면 살수록 정이 드는 집, 별밤이 되면 제일 예쁜 집

등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편지를 전해주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집에 편지를 전달하고 시인이 쓴 시를 선물로 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외지로 자식들을 보내놓고 토박이 노인네들이 남아 사는 옛동과 도시에서 자식들 다

키우고 늘그막에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모여 만든 새동을 오가며 새로운 소식도

전해주고 서로의 마음도 전해주고 과일과 야채, 곡식들까지도 전해주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돌리다말고 새동과 옛동 사이에 있는 다리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길옆의 땅을 파고 하늘나리꽃,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해줄 편지가 없는 날엔 들꽃을 한다발 엮어서 우편함에 넣어주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을 모두 도시로 떠나보내고 외롭게 혼자 사는 노인 곁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날이 저물도록 자리를 지켰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빨랫줄에 걸려있는 양말들,

빨강, 파랑, 초록, 회색 양말들 가운데 걸려있는 구멍난 양말을 보며 저건 틀림없이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 일터로 나가는 아버지의 몫이 될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노인들에게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온 편지를 건네주는 무거운 마음을 누구보다도 먼저

알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보낼 사람도 없고. 더 이상 편지를 기다릴 일조차 없어진 노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먼저 알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외딴집에 홀로 사는 영감님에게 전해줄 편지는 없지만 전해줄 소식은 있어서 매일 빼놓지

않고 찾아갔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젠 이장님 댁 누렁이가 수송아지를 낳았어요.”

“읍내 보건소엔 새로 의사선생님이 오셨는데 여선생님이시구요.”

아마도 작가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서 우체부로 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이맘때쯤이면 문앞에 나와서 우체부를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징용 가신 아버지의

편지도 전해주었고, 전쟁에 나간 남편의 소식도 전해주었고, 큰아들 대학교 합격통지서도

전해주었고, 군대간 아들이 보내준 편지도 꼬박꼬박 전해준 사람이 아버지이고 작가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부로 산다는 것, 홀아비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아마도 작가는 그 사이에서 들꽃편지를 배달하며 사랑의 다리를 놓아주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빽 소리를 지르며 지나가는 열차를 보고 우편배달부와 열차기관사는 닮은 게 많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기차는 열차표를 붙여야 목적지까지 태워다주고,

편지는 우표를 붙여야 목적지까지 배달된다.

기차는 보고 느끼는 몸의 여행이지만

편지는 보고 생각하는 마음의 여행이다.

열차기관사는 몸을 실어 나르고

우편배달부는 마음을 실어 나른다.

하지만 점점 마음을 실어 나를 가방이 가벼워지고 우체통은 텅비어가고 배달할 편지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몹시 안타까워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고 받을 편지가 없다는 것은 주고받을 마음이 없다는 것.

이 끔찍한 현실을 속상해하며 아마도 작가는 만화가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화가가 되어서 우편배달부의 일상을, 야화리의 일상을 그려낸다면 그 또한 세상에

행복을 배달하는 최고의 보람이 될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빨간 자전거‘는 내가 받은 최고의 편지였다. 행복이었다. 기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