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컨설팅 업체에서 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 후배나 지인 중에서 '컨설팅 관련 책' 이나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읽어야 할 책'에 대해서 추천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작성해 놓은 목록을 가지고 있다가, 단순히 보내 드리는 편이 많은데요^^;; 그 중에 꼭 빠지지 않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컨설턴트의 자질로서 '가설 사고'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가설 사고라는 것은 쉽게 말해 어떤 문제에 맞닥뜨리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자료 수집을 하는 것보다 가설을 먼저 세움으로써 시작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일견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명백해 보이는 어떤 것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 강조한다는 것은, 기존에는 혹은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제가 고등학생 때 '위대한 사람은 없다. 위대한 생각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급훈이 있었습니다. 그 때 어떤 시니컬한 분이 '위대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네' 라고 툭 던졌던 것을 기억합니다. 당연히 위대한 사람은 '존재'합니다. 다만, 위대한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위대한 사람은 없다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겠지요.

 

다시 돌아와서, 일반적인 사람들은, 가설사고에 대해 생각할 때 쉽게 범하는 오류를 통해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집니다. 첫 째는, 나는 가설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문제를 맞닥뜨릴 때, 무의식 중에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쌓은 지식과 경험에 기반하는 데, 이 것이 틀에 박혀서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경우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되어 악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사물이나 관념을 마주할 때 스키마(Schema)라고 하는 일정한 의미체계를 가진다고 보며, 이것은 사고의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프레임(Frame, 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누구나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오류는, 가설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자료를 찾은 이후에 세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아무런 배경 지식도 없이 문제 및 해결책을 가정하는 것은 위험해 보이나, 초기 단계에서의 가설은 그렇게 결정적이지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초기 가설의 주 목적은 '어느 부분'을 조사해야 하는지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더 자료를 수집하다보면, 보다 중요한 새로운 가설을 세우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몇 번 거치다 보면 문제의 정의 및 솔루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가설'을 세우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 '핵심 가설'부분은 제가 만들어 낸 것입니다.ㅎㅎ 책의 내용은 가설을 먼저 세우는 것이 시간 효율성 및 문제 해결에 있어 여러모로 좋다는 비교적 간단한 내용입니다. 실제적인 사례들이 있어서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긴 합니다. 사실 '컨설턴트의 사고력' 관련 책들은 '지식 전수'에 초점을 맞춘 비교적 간단한 내용의 책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별표 다섯개 짜리가 나오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책은 명료하고 핵심을 찌르며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습니다^^

가설사고, 우치다카즈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