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그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을 볼 때 이게 공포인지 코미디인지, 혹은 반전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모르고 보는 과정은 일종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지적 유희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은 저에게 그런 지적 유희감을 느끼게 한 책이자, 새로운 세계에 대한 안내서로서 역할한 책입니다.

 

저자인 유시민은 장관까지 한 정치인이면서, 저같은 경영학도에겐 경제학 책으로 더 유명한 저자입니다. 혹자에겐 역사서의 저자로서 더 친숙하기도 합니다. 저같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문외한은 심지어 그가 정치 경력이 있는 것조차 모를법 합니다. 게다가 이 책은 어느 한 카테고리에 넣기 모호한 부류에 속합니다. 저자가 청년 시절에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는 내용인데, 책의 초점이 고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맞춰져 있기 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고전들의 사상 자체에 맞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저에게, '지식인의 사상' 혹은 '진보적 사상'에 대한 안내서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저자는 시종일관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입니다.(마지막 챕터는 예외입니다) 멜서스의 '인구론'이나 다윈의 '종의 기원'같은 경우는 대표적으로 오해되는 사상입니다. 그러나 유시민은 원 저자의 의도를 왜곡하지 않고, 원래 책의 주장을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많은 부분 후대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던 사상들에 대해 안타까워 합니다. 그러나 원 저자의 이론과 사상이 초래할 수 있는 파괴적 속성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유한계급론'과 '진보와 빈곤'을 통해 참된 진보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잘 설명합니다. 저는 '나꼼수'를 예능 프로그램으로 알 정도로 정치에 무지하며, 모든 종류의 투쟁을 시끄럽다는 이유로 꺼려하는 사람인데, 저같은 문외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만한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훌륭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저자가 읽은 책은 정치적인 사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학과 역사 쪽까지 다양한데,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통찰력이 있고 흥미롭습니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지성에 감탄하면서 본 흥미로운 책이며, 한 사람의 관점에 영향을 줄 만큼 설득력이 있는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청춘의독서유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