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잘 몰랐지만 이 시대의 복음주의 지성이라 불리는 유명한 분이라고 합니다. 해서 책을 읽어 보았는데, 두껍고 딱딱한 책일 것이라는 기대를 넘어 아주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특히,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산상수훈의 해석에 관한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많은 사람들이 의견과 해석을 달리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데 그것은 이 말씀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라기 보다는, 이 말씀의 해석으로 인해 세상의 부자들에 대한 인식과 돈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는 아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말씀의 의도에 관한 논쟁에 앞서 가정해야 할 것은, 원래 말씀에 '심령이(혹은 마음이)' 라는 부분이 들어갔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야 뭐 신학자도 아니니 알 수 없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본래는 '심령'에 대한 부분이 앞에 없었는데, 추가한 것이 맞는 듯 합니다. 저도 이 부분을 가정하고 글을 쓰겠습니다.

 

한 쪽 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돈이라는 것은 옳은 수단으로 모으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자는 악하며, 옳은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재산을 나누어주지 않았으므로 악하다.'라고 예수님의 의도를 해석합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만이 천국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 극단적인 주장에 따르는 자연스런 의문점은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은 모든 선한가?'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면, 가난이 선은 아니나 가난할수록 선함에 가깝다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이 부와 가난함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의견입니다.

 

다른 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산상수훈의 말씀은 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말 그대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라는 것이지, '돈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따른다면, 돈에 대해 경계하는 성경의 많은 구절에 대해 해결해야 하는 논리적 의무감에 봉착하고 맙니다. 이런 극단적 주장이 가지기 쉬운 오류는, 하나님의 나라와 구원을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번 돈이니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치관이지요. 그러나 기독교적 가치관에서 우리가 번 돈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임을 성경 곳곳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떻게 해석할까요? 단순합니다. 여러분이 가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당시의 가난은 일종의 저주로, 복을 받지 못하는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문둥병자와 사마리아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그런 여러분들에게 메시아로 생각되는 위대한 자가 나타나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가난한 여러분들은 복이 있습니다. 천국이 여러분의 것입니다' 상상하기 힘들지만, 아마 평생에 받아왔던 설움과 자괴감을 단숨에 씻김 받는 듯한 경험, 바로 구원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난한 자들에 대한 구원의 말씀이, 가난하지 않은 자들에 대한 저주의 말씀은 아닙니다. 오히려 천국문은 이런 가난하고 저주받은 사람에게도 열려 있다,라는 선포에 가까운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문둥병자에게 네가 구원 받았다고 하셨던 말씀이 '문둥병이 없는 사람은 모두 지옥에 갈 것이다'라는 의미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물론 저자의 해석이 완벽하게 옳은 해석이다, 라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실은 저도 어느 해석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을 통해 예수님의 인격, 하나님의 성품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이 했던 말 한 마디에 의존할때 편견이 되기 쉬운 것처럼, 우리는 성경을 통해 알아온 예수님의 성품에 기대어 그분의 말씀을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경험해 온 예수님에 대해서 이 저자가 잘 설명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모략달라스윌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