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문외한인 사람도 이러저런 경제/정책 서적을 들춰보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고전 경제학을 비판하는 책입니다. 경제학의 가정한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부터, 기업의 인격, 공유지의 실패, 희소가치 등, 흥미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경제학이 가정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는 심각한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합리성'과 '이기성'입니다. 인간이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행동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 역시 사실입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우리 모두는 조금 더 좋은 몸을 갖고 싶고 조금 더 현명해지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할까요? 확실히 전부는 아닙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나약한 '의지' 때문이겠지요.

 

물론 경제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운동이나 공부를 통해 얻는 효용보다 그를 통해 얻는 스트레스가 더 크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그런 존재인가요? 우리는 모두 '여우의 신 포도'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기성' 역시 마찬가지로, 그에 반증하는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물론 '리처드 도킨스' 같은 저자는 우리의 이타성은 모두 숨겨지거나 왜곡된 이기성이며, 이는 모두 진화론적 관점에 의해서 유전자가 시킨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적 흥미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극단적 주장이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순간은, 그것에 추종하는 무리가 생길 때입니다. 좀 더 다른 관점으로 말해서, 세상 만물을 하나의 이론으로 해석하려고 할 때 좋은 '이론'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고전 경제학 및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기반한 현재의 경제 정책은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병폐를 드러내 왔으며, 특히 경제정책이 '정책'을 넘어서 '이데올로기'가 되었던 시대에 지식인이 택해야 할 자세란 자기 비판에서 나오는 성찰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역할을 꽤나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다만, 책이라는 관점 자체에서는 논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느낌이 들어, 편하게 읽지 못해서 만점을 찍지는 않았습니다 ㅎㅎ

경제학의배신라즈파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