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의 마케팅이 지금과 같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에 나온 책인 것 같습니다. 제목이 원서 그대로입니다. ㅎㅎ 사실 저는 Only the paranoid survive와 같이 원서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한 책이 더 좋은 듯 합니다. 만약 'Blue Ocean Strategy'란 책을 '블루오션 전략'이 아닌 '푸른 대양 전략'이라고 했다면 지금과 같은 유명세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ㅋㅋ

 

책의 저자는 인텔의 전 CEO입니다. 글로벌 대기업의 CEO라는 직책이 책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CEO로 재직했던 시기에 인텔이 중요한 시기를 거쳤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CEO 재직시절에 인텔의 주력제품을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바꿨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성공적인 전략이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책을 읽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실 기업의 역사를 바꾼 주요 전략이라는 것이 표현해놓고 보면 초라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배경과 의사결정자의 고민에 대한 이해인 듯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책이 가지는 차별화된 강점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을 넘어서, 저자가 특정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사고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장점을 잘 살린 책입니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로 잘 나가던 인텔은, 낮은 비용으로 시장을 침투하던 '삼성'이나 '도시바'와 같은 기업들에 위협을 느꼈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업계 1위의 대기업이 해외의 중소 기업들이 조금 위협적이라고 해서, 여태까지 했던 사업을 모두 철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자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만약 새로운 경영진이 와서 결정을 내린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라는 '사고 실험'은 결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에서 나오는 또 하나 흥미로운 용어는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x Point)입니다. 또 설명하자면 별거 아닌 것으로 들리는데, 성장의 정체기에 머문 기업이 침체기에 접어드느냐 혹은 슬럼프를 깨고 올라가느냐를 가름하는 분기점을 말합니다. 저자가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시기에 고민한 흔적을 볼 수 있는 한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꽤 지난 책이지만, 현재에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도기업의 이점을 차지한 기업의 전략보다는, 후발 기업의 추격에 대응하는 전략이 보다 실제적인 경우가 많은 것도 한 이유겠지요. 2%로 아쉬운 점이 있긴 한데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지적 만족감을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했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좋은 책입니다^^

앤드류그로브인텔편집광만이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