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는 만난지 3초 만에 매력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독자 역시 그러한 것 같습니다. 책에 대해서 첫 느낌이라는 것이 있는데,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책에 대한 첫 느낌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직감과 느낌이라는 것에 이유를 붙이는 순간 판단이 오히려 흐려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리뷰인 이상 어쩔 수 없이 이유를 나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제목이 별로였습니다. 너무 선동적이라고나 할까요? 젊은 청년들의 마음에 맺혀있는 응어리를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꼽자면, 저자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안 좋았습니다. 근거나 논리 없이 사람들을 까대기만 하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최근에야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드라고요 ㅎㅎ

 

보통 경제학자가 인문학 서적을 쓴다고 한다면, 어떻게 얘기를 시작할까요? 아마도 요즘 경제가 어렵고, 세계의 흐름이 어떻고, 국가의 정책은 이런 식인데.. 등등의 얘기부터 풀지 않을까 싶습니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미성년자의 결혼 및 독립/동거'로 얘기를 시작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용 자체가 흥미롭다 보니까 죽죽 읽어가면서, 이런 얘기를 꺼낸 의도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유럽의 청년들이 독립적일 수 있는 환경은 경제적인 이유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한국의 청년들이 미성년 혹은 스무살 일 때 독립하는 것이 그토록 '반 윤리'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경제적 체제의 산물이라는 것이죠.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조금만 검색해 보면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은 역사상 유래없이 낮은 출산율, 높은 독신율, 높은 결혼 연령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하지 않고 애 낳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한 답은 대부분이 '돈' 때문입니다.

 

고 성장을 기록한 우리 부모님 세대(그렇습니다. 저도 88만원 세대입니다 ㅎㅎ)와 청년들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은 점점 심화되고, 의지할 배경이 없는 청년들이 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너무 큰 것입니다. 저자는 세대 간 경제적 격차 속에서, 해결해야 할 방안을 합리적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맞는 얘기이냐? 논쟁의 여지가 풍부한 이슈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저는 현재의 현상을 정확히 짚은 그의 통찰력만은 인정합니다. 비판할 점은, 경제적 격차로 인한 갈등을 '세대 간'에 국한시켰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느끼는 보다 큰 벽은 '계층 간' 갈등인데 말이죠.

 

어쨌거나 한 번 읽어 볼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88만원세대, 우석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