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야구를 하는 것을 즐기지 않으며,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관련 게임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 큰 이슈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남중, 남고를 나와 군대까지 다녀온 대한민국 남아에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써 놓고 보니 자랑은 아니네요 ㅋㅋ)

그런 저도 이 책만은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마 야구를 소재로 한 책 중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 관심분야가 경영 쪽이기 때문에 관련 도서를 많이 읽는 편인데, 유독 다른 스포츠보다 야구를 소재로 경영에 대해 시사점을 던지는 책들이 많습니다. 예컨대 영화 때문에 더 유명해진 '머니볼'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속설이나 직감이 아닌 객관적인 실적, 특히 관중의 환호성에 근거한 것이 아닌 경기 승패와의 상관관계 분석에 기반한 실적을 기반으로 팀 멤버를 뽑아, 최저의 연봉을 지급하고도 최고의 승리를 달성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무래도 야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나와서 조금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재와 작가의 글 솜씨는 최고 입니다. (참고로 저자는 당대의 월스트리트의 실상을 소설화시킨 '라이어스 포커'를 쓴 '마이클 루이스'입니다)

 

또 다른 소설로는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라는 책입니다. 제목대로 고교야구부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의 사상을 야구부에 접목시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별로였습니다. 일본에서는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했다고 해서 믿었는데, 그에 속았다고나 할까요. 간결하고 쉬운 문체에 '여고'라는 소재를 넣어서 떴는지는 모르겠으나, 담고있는 사상이나 제공하는 지적 가치는 형편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다만 피터 드러커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그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재해석 하는 부분은 괜찮았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사실 소설가 박민규의 이 책은 야구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프로'에 관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보기까지 '삼미슈퍼스타즈'라는 팀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팀 이름이 책의 제목에 떡하니 박혀져 있는 것을 보고 삼미슈퍼스타즈 관계자들은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책에서 그려지는 팀의 모습은 기대를 실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삼미슈퍼스타즈가 상징하는 것은 '아마추어'입니다. 작가는 삼미슈퍼스타즈의 선수와 팀을 희화화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향해 무한한 애정의 눈길을 보냅니다. 그것은 그들이 무자비하고 냉정하며 잔혹하기 짝이없는 '프로'의 세계에 저항하는 풀뿌리와도 같은 '아마추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이끌어내기까지의 작가의 글 솜씨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비록 그가 편향적으로 '프로'의 세계를 바라봤을지라도, 그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에 그 마저 잊을 지경입니다.

 

무엇을 더 말하겠습니까. 재미로 치자면 최고의 소설입니다.

 

P.S. 참 이상한 것은, 이 책이 나올 때 쯤에 '슈퍼스타 감사용'이라는 삼미슈퍼스타즈의 투수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왔었습니다. 왜 하필 그때 나왔을까요? 소재라는 것도 트렌드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 박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