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젊은 천재 작가로서 떠오르는 샛별인 '이사카 코타로'가 그려내는 세상은 매력적입니다. '오듀본의 기도'에서 특히 드러나는 그 이색적인 모습은, 그가 가진 독특한 상상력을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책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냅니다. 이 세상은 지구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은 세상이고, 사람들도 모두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세계입니다. 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구의 멸망을 다룬 소재 중, 이토록이나 담담하게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은 일찌기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익숙한 지구 멸망의 모습은 주로 영화에서의 모습으로, 멀리는 '아마겟돈'이나 '딥임팩트', 가까이는 '투모로우'나 '2012'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초점은 '멸망' 자체에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저자의 시선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향해 있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소재를 가벼운 문체와 농담으로 풀어내는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입니다. 어떤 무겁고 심각한 주제라도 그가 창조해낸 인물을 통과하면, 극복해 낼 수 있을것만 같은 희망을 느낍니다. '정말?' '그렇다니까!' 식이라고나 할까요 ^^ ㅎㅎ

 

그러나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그의 재능은 바로 추리소설식 반전과 '이어지는 세계'에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자세히 설명드릴 수 없는(재미를 망치기에) 저자 특유의 형식은 그의 대표작인 '칠드런', '사신 치바', '러시 라이프' 등에 잘 드러납니다.

 

이렇게 그 특유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작품 중에서도 제가 굳이 이 책을 저자의 최고작으로 뽑는 이유가 있다면, 그 안에 담긴 저자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책의 인물들은 세계의 끝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그것은 혹시 모를 생존에 대한 소망도 아니고, 죽음 앞에서 '생의 방식'을 포기한 자들의 구태의연함도 아닙니다. 그건 마치 이것 역시 인생이며, 나도 이렇게 살아간다라는 '스피노자' 식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칸트였다면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이기에, 이렇게 산다'라고 말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들은 결코 우울함을 머금은 무거움을 보이거나, 또는 지나치게 현실도피적인 가벼움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는 제가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일본 소설가 중 한명이며, 이 작품은 그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사카코타로, 종말의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