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시다 이라'라는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가 쓴 책을 대 여섯권 읽었지만 괜찮다 싶은 책은 '4teen' 정도 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풀어내는 사상들이 너무 단조로운 것이지요. 이것은 단순히 한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와 인물이 자신만의 사상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을 넘어서, 그의 이야기가 지극히 '일본적'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스토리는 대부분우울한 시대 속에서 밝은 희망을 얘기하는데, 주로 미래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한 청소년을 주 인물로 내세웁니다. 청소년 본인이 읽거나, 때묻은 성인이 한 두 번 읽기에는 좋지만 지속적으로 그의 책을 찾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저에게는 말이죠)

 

그런데 이 책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르냐면 180도 다릅니다. 저자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했듯이, '희망을 얘기하는 작가'로만 불리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희망이라는 것이 값싼 희망이 아니라, 철저한 현실인식과 자기반성에서 비롯된 희망이기를 원했다..라는 것은 제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그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읽어 들어가는 이 소설은, 과연 감탄할 만 합니다. 미리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책은 '악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악함'에 관한 책입니다. 그러나 '도가니'에서 드러나는 속이 불편해지고 분노로 눈물이 차오르는 류의 소설은 아닙니다. 이 소설에서는 오히려 '인간의 악함'이 담담하게 드러납니다. 그것은 소설의 서술 방식이 관찰자의 입장에서 벌어지는 악행을 담담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악을 행하고 악을 당하는 인물들의 '행함'과 '반응'이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러한 현실에 좀 더 객관적으로 치밀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 안에 있는 내밀하게 웅크려있는 '어둠'까지 말이죠.

 

어쨌거나 작가를 다시 한 번 보게 할만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 책 이외에는 또 아직까지 괜찮은 걸 못 찾긴 했는데..ㅎㅎ 어쨌거나 명작입니다.

이시다이라, 라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