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추리작가(범죄 등, 사회에서 이슈가 된 문제들을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 다루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훌륭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여러가지 형태의 소설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는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사회파 추리소설(이유, 모방범, 이름없는 독 등)외에도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속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이코-안개의 성', '브레이브 스토리' 등의 소설들을 출간하는 놀라운 능력을 선보입니다. 이것은 아마 작가가 '게임 오타쿠'인 것과 깊은 관계가 있을거로 생각이 됩니다 ㅎㅎ

또한,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테리 시리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족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가 쓴 게임 판타지 및 고전 미스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작가의 뛰어남은 전제한 후의 평가이기 때문에, 괜찮은 소설임은 틀림 없습니다)

 

그런데 이 '스텝 파더 스텝'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소설이라고 할 만 합니다. 그는 한 번도 이런 류의 책은 쓰지 않았고,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이유는, 먼저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스케일이 현실세계 정도는 차지할 정도로 크며, 인물들도 범이성도 현실의 범주 안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리얼리티'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과 세계와 스토리는 비 현실적이기 짝이 없습니다.

 

여기서의 비현실성은 SF의 비현실성과는 다릅니다. 해리포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우리의 삶과 적절하게 연결되어 있는 그 통로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우리 일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믿습니다. 반대로 그것이 아무리 현실의 배경에 기반할지라도 그것이 초현실적인 비일상성을 가질 때, 우리는 그것을 비현실로 받아 들입니다. 이 경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1Q84'에 나오는 '달이 두 개인 세계'가 바로 이와 가깝가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야베 미유키가 창조해 낸 세계는 그러한 초현실적인 배경을 가진 세계는 아닙니다. 다만 비일상적인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그러합니다. 마치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 그네'에서 나오는 '닥터 이라부'가 뿜어내는 분위기가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ㅎㅎ

 

가볍고 재미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너무 많이 설명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한 가지는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스텝파더스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