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詩)를 왜 읽는가.

이 시집을 읽고, 영화 <동주>를 보고 드는 생각이다. 나는 왜 시를 읽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시를 읽는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나는

위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난 송경동 시인의 시를 읽으면 위로를 받기보다는

그저 죄스러운 마음이 매번 앞선다. 그래서일까.

<사소한 물음에 답함>과 <꿀잠>을 그리 좋게 읽고도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를 집어 들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기사를 접했다.

송경동 시인이 미당 서정수를 기리는 상인 '미당 문학상'의 후보를 거부한다는 기사였다.

그 기사를 접하자, 당연하다는 생각과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에 부역하고 이승만에 박정희에 전두환을 연달아 겪으며 서정주가 했던 행동을 본다면, 오히려

미당문학상을 주최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감히 송경동 시인의 이름을 올릴 생각을 한 것인지,

송경동 시인의 시를 제대로 읽어보기는 한 건지 어이없고 황당했고,

팍팍한 삶을 사시는 시인이 명예욕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당 문학상'이 아직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는 것들이, 사람의 생을 농락하고 있다.

사람의 생을 이용하지 말라고 말해도, 그것들을 지져댄다. 개처럼 말이다.

이렇게 한참을 읽고 또 마음이 울렁거리고 답답하고 죄스러웠다.

자신을 위해 싸운다고 하지만, 실은 시인은 항상 맨 앞에서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그렇다. 송경동 시인은 노동자이고 노동 운동가이며 노동 문학을 한다.

아직 오지 않은 세계를 꿈꾸며 노동 현장의 언어로 시를 쓰고 있다.

노동자가 대접받는 그러한 세계를 꿈꾸며 말이다.

시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죄스러웠다면, '시인의 말'을 읽으면서는 그냥 눈물이 났다.

읽고 하루 종일 눈물이 났는데, 왜 그렇게도 울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무슨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희망버스가 기획되었을 때 제대로 후원을 했던 것도 아니다.

내가 했던 짓은 그저 관심 있다며 기사나 찾아보고 뉴스를 보면서 욕이나 해대며

그냥 감정 폭발이나 해댔을 뿐인데

내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마음이 아프고 죄스럽고 눈물이 났던 건지

내가 봐도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이게 무슨 어설픈 낭만질인가.

시인의 시집 두 권을 읽고, 그저 좋았으면서도 왜 좋았는지 제대로 나를 이해시키지도 못했고

또 좋으면서도 더 찾아 읽으려니 용기를 내야 했고

그러려니 시인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아플 생각에 저 멀리 제쳐두고 있다가는

기사를 읽고 생각 없이 질러놓고는 또 이렇게 마음 여린 척 꼴깝을 떨고 있다.

난 겨우 내 생이 버거웠다며 나름 잘 선방하며 지낸다며 나를 대견해하고 있었는데

시인은 타인의 생애를 자신의 생으로 받아들이며 치열하게 살고 있는 모습에

감히 감동이라거나 본받겠다거나 대단하다는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시에 대한 감상보다는 이렇게 반성문으로 이 시집의 독후감을 끝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