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이긴 한거야? 어른 약을 반 잘라서 먹는다니 그게 제정신이야?

 

몇 년전 학부형이 된 친구가 고민을 했다. 아이가 너무 산만하다며 병원에 갔더니 ADHD라는 판명을 받았단다. 그래서 약을 먹인다며, 어른 양은 한 알인데 반알만 먹인단다. 무슨소리냐...이게...

친구의 아이를 3년 정도 지켜보면서 아이가 없는 나에겐 아이란 친구의 아이가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처음이고 계속진행형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아이였다. 그런데 산만하다며 담임의 말을 듣고 병원에 갔단다.

 

내 아이도 아니면서 난 너무 흥분했고 화를 내면서 약을 먹이는 건 절대 아니라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내가 볼땐

그 아이는 그저 호기심이 너무 많고 너무 똑똑해서 선생님이 하는 말은 너무 쉽고 따분하게 느껴져서 그럴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 지능이 너무 높아서 그럴 수도 있어. 지능검사를 먼저 해봐.

 

친구는 자기 아들 좋게 봐줘서 고맙다는 약간의 비웃음을 던지곤 하루종일 그 아이만 볼 수 있는것도 아니고

둘째에게 너무 신경을 쓰지 못해서라도 약을 먹이는 게 맞다며, 약을 먹으면 무척 얌전하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병든 닭처럼 기운 빠져 보여서 그저 안스럽기만 했다.

 

어쨌건 그 후에 ADHD란 단어가 낯설지 않았고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앓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도 그에 관한 이야기다.

 

호기심 많고 엉뚱한 아이라 생각했던 아이가 입학을 하고 ADHD을 앓게 되면서 겪는 일이다.

엄마는 점점 지쳐가고 아빠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아이에게 소홀했음을 반성하고

엄마 아빠의 시선을 빼앗긴것에 그저 서운했던 누나도 동생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돌보게 된다.

주인공 민구도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함에 당황하지만 조금씩 노력하고 나아진다.

 

수업을 해보니 급우는 물론 다른 반 에서도 이런 아이를 자주 봤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아이에 대해선 "왕따"로 일관하고 있다고 선선히 답한다. 이 책 한번 읽었다고 ADHD에 관해 너그러워 진 것은 아니지만

책 내용처럼 그러지 않았는데도 오해하고 있을 수 있음을 선선히 답해줘서 답답한 마음이 조금을 풀어졌다.

 

아이들이 먼저 "정신병자"로 놀려 그만하라고 손을 휘두르다 친구를 다치게 했고

자신의 잘못으로 다쳐놓곤 주인공 "민구"때문에 다쳤다 거짓말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위기다.

어른들은 무조건 민구의 잘못이라고 탓만하고 민구는 그저 억울하기만 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책에선 그런 오해들이 잘 풀렸다.

허나 항상 그렇게 되지 않을테니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좀 시간을 두고 너그럽게 지켜봐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다짐해본다. 어쨌건

 

친구의 아들은 다행히도 ADHD가 아녔다. IQ가 158로 정말 지능이 너무 높아서 벌어진 헤프닝이었다.

친구는 나에게 한동안 서운하게 지낸 것을 사과했다. 내가 무슨 사과받을 일인가. 나도 반성을 했다.

 

내가 그렇게 답답했다면 친구의 마음은 얼마나 더 답답하고 속상했을까를 생각하지 못했다.

 

- 넌 애도 없는 애가 그런걸 다 어떻게 아냐....

 

그러게....그때 친구가 한 말에 어떤 대답을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요즘도 가끔 애도 없는데 애들 마음을 어떻게 잘 아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러게....

 

아마도 그건 내가 애가 없기에 별다른 선입견 없이 애들을 바라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기준점도 없고 비교대상도 없으니 그냥 그대로 보기 때문이 아닌가...싶다.

그렇다고 내가 만나는 아이들을 다 이해한다는 건 아니다. 그냥 그렇게 알게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책에 대한 간단하게 메모한다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좀 길어졌다. 이쯤에서 마무리 한다.

 

 

 

철이아직안들어서그렇다곤절대말하지않을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