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길" 이란다. 봄이고 해서, 따땃한 봄이고 울긋불긋 파릇파릇 꽃피고 잎돗는 봄이고 해서, 어디에도

계절이나 따뜻하다는 말 한마디 없건만 "고향 길" 이라길래 많이 따땃해 지길 바라면서 시집을 들었다. 그러나 왠걸....

텅빈 구석이 있었는 줄도 모르게 따스함으로 가득 채우길 바라면서 집은 시집에선 마냥

모두 떠나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고향을 오래간만에 찾은 기분만 들게한다.

 

	대변항에서     송정 옆구리 대변항에서, 은빛 나는 멸치회 한 접시를 먹어서 그런가? 내가 저녁 바다 남은 햇살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은빛 뱃살을 뒤집으며 발밑에서 푸드득거리는, 먼 바다에서 떼거지로 몰려오는 멸치들 그 눈부신 빛에 홀려서 자꾸 바다 가운데로 걸어가면 나도 멸치떼에 섞여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다가, 돌아와 대변항 저녁 햇살에 빈둥빈둥 떠다니다가 한 접시 멸치회나 반가운 인사로 건네주는 곰삭은 멸치젓이 되어 좋지 않을까.
페이지 : 74 "대변항에서" 전문

그에게 고향은 어떤 곳일 지는 모르겠다. 시를 읽으니 당연 그가 살았고 터를 잡았던 충청도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송정옆 대변항과 이런저런 산 좋고 물좋은 곳들이 나올때는 아직 때 뭍지 않은 보통의 모든 촌일것 같다가도같기도,

시집이 시인의 유고시집이고 보니 어째....누구나 꼭 한번은 가는 바로 그곳 같아 보인다.

그래선지 시가 잘 잡히지 않는다. 자꾸 뒤돌아 보게만 만든다. 우두커니 앉아 지났던 일들만 기억하게만 한다.

 

	가을     돌아갈 곳을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모두 돌아갈 곳으로 돌아간다는 걸 왜 모르겠어요. 잠깐만요, 마지막 저 당재고개를 넘어가는 할머니 무덤 가는 길만 한 번 더 보구요.   이. 제. 됐. 습. 니. 다.
페이지 : 84 "미완유고시 가을" 전문

 

돌아갈 곳이 있었는데....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곳을 너무 한동안 참고 있었네....하는 생각을 하다가

조금만 더 참아보자.....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시집을 읽고선 속이 한바탕 뒤집어지긴 했다. 자꾸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란걸 아니까 예전처럼 답답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안심이 된다.

 

시 읽기를 한동안 멀리 했더니 마음을 담기가 쉽지 않다.

하긴....요즘은 머릿속에 이런저런걸 꾸역구역 담느라 마음에 담는 건 물론이고

무언가를 제대로 끄집어 내는 것이 무척 어렵다. 하지만 난 시인탓을 하련다.

 

시집의 제목은 한없이 따뜻하게 날 반길 그 누군가를 생각하게 하는 "고향 길"이라고 해놓곤

가지 않으려 일부러 생각 안하고 뱅뱅 돌고 도는 중인 그곳을 생각나게 하는 시들이 날 당황시켜서

어떤 감정을 끄집어 낼지 몰라 독후감이 이지경이 되었다고 말이다. 언젠가 만날 시인의 그 고향에서

무뚝뚝한 충청도 사투리를 나도 쓸 줄은 안다고 뻐기면서

시인이 가꾸는 고향길을 같이 걸어보고 싶다.

 

 

이젠별핑계를다대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