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전 그러니까 작년 11월 자주가는 한 블로거가 쓴 글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
주저 없이 바로 손에 넣었고 읽을 생각에 마음이 설레였다.
그런데 책을 펴낸 출판사의 이름을 보고 읽을 마음이 사라졌다. 
"조갑제 닷컴" 이라고 쓰여진 겉장을 보고선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덜컥 시집을 산 나를 구박했다.
그리고 읽지도 않고 시의 진정성에 의문이 생겼다. 이 시집을 펼치지 않을것만 같았다.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는 초췌했다 -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 종이를 목에 건 채 어린 딸 옆에 세운 채 시장에 서 있던 그 여인은 그는 벙어리였다 팔리는 딸애와 팔고 있는 모성 (母性 )을 보며 사람들이 던지는 저주에도 땅바닥만 내려보던 그 여인은 그는 눈물도 없었다 제 엄마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고함치며 울음 터치며 딸애가 치마폭에 안길 때도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던 그 여인은 그는 감사할 줄도 몰랐다 당신 딸이 아니라 모성애를 산다며 한 군인이 백 원을 쥐어주자 그 돈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 그는 어머니였다 딸을 판 백 원으로 밀가루빵 사 들고 허둥지둥 달려와 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 - 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페이지 : 84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전문

처음 이 시를 그 블로그에서 읽었을때는 놀라고 울컥 무언가 올라오면서 눈물이 났었다.
그때 그 감동을 적어놓고 싶었는데 이렇게 다시 적으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내가 이 시집을 읽을 자세가 되어있지 않는것 같았다.

그래도 천천히 한장 한장 넘기며
시를 읽을 때의 보통의 내 마음을 찾으려 노력했다.
감동 받을 준비, 비판 하지 않을 마음 갖기......
이런저런 마음을 일부러 잡으려니 더 쉽지가 않다.

	밥이 남았네 어디서 얻었는지 찬밥 한 덩이 아내 앞에 내밀여 남편은 즐겁게 말했네 - 나는 먹고 왔소 온종일 뙈기밭 일구고 뒤 산에서 돌아오신 시부모께 며느리는 그 밥덩이  배부른 듯 내밀었네 - 이것밖에 안남았네요 임신한 새 아기 굶기는 게 평생의 죄 같아서 속이 더 주름지던 노인내외 보물처럼 감추며 말했네 - 이 밥이면 아침은 되겠수 그날 끝내 밥이 없는 집에 밥이 남았네
페이지 : 23 " 밥이 남았네" 전문

서정이 철철 넘치는 시를 원한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언가 찌르는 시를 원한건 아니었다.
마음을 허전하게 만들고 또는 서늘하게 만들 시를 원한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래서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더 힘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그냥 읽어나가려 노력했다.

	반디벌레 내 본 것들 중에 가장 아름다움은 별들이 내려와 놀고 있던  내 고향 강변의 그믐 밤 어둠 속에서 제 몸 하나 밝힐 뿐인데 태어나 처음으로 심장의 박동소리 들려 준 먹 밤의 고운 점 작은 천사 반디벌레 온 몸이 등불 되어 어둠 속에 겁도 없이 착하게 날아예며 밤 나라의 천만사연 한 점 기껏 속삭이던 파란 빛 작아도 생명의 힘으로 천하의 캄캄칠야 초월하던 희망의 점 내 맘 속엔 언제나 그 반디벌레가 있다
페이지 : 94 "반디벌레"전문

시인이 탈북하면서 몸속에 감추고 나왔던 자신의 시들을 엮은 시집이다.
시인이 탈북했던 당시의 북한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들이 무척 거칠고 억세다.

가뭄으로 많은 동포들이 굶어 죽어간 그 시간을 눈물로 쓴 시들부터
김정일의 세습과 포악정치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어진 그곳을 낱낱이 표현하는 시들까지.
물론 가끔은 저렇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서정적인 시도 있다.

이 시집을 처음 접했을때의 마음과 이 시집을 다 읽은 후의 마음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말하지 않으련다.

내가 아직 이 시집속의 시들을 그냥 시로 받아들이기엔
아직도 선입견이 사라지지 않았고 그래서 순수하게 시를 시로만 바라보고 읽고 읊기엔 부족함이 넘친다.

잊고 있었던 그리고 관심밖으로 밀려나 있으면서
가끔 뉴스에 나오는 것으로 아는 것이 전부인 나같은 사람에게
충격과 한숨과 탄식이 나오는 그러한 생활 속의 북한 동포에 관한 시를 읽는 다는 것은
그저 답답하고 "통일"이라는 단어는 그저 허공에 떠돌 뿐이다.

그렇다고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이 시집의 독후감을 마무리 할수는 없지 않은가.

비극 통곡 고통 경악 눈물... 같은 격한 언어로 내 감정을 표현 하고 싶지 않아
이쯤에서 독후감을 마무리 하련다.





한겨레에서나왔어도이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