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그의 길을 나에게 보여준다.
초승달 같은 눈과 예쁜 목소리로 나를 혼내기도 하고 나를 다독이기도 하는 그녀를 오래간만에 마주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의 길을 나에게 건네 주었다.

흔히 살아가는 삶이란걸 길에 빗대어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이 에세이도 얼핏보면 그렇다.
한동안 DAUM에 연재 되었던 에세이를 모아 엮은 이 책은 제목은 저렇게 길에 관한 것만 있는듯 하지만
그 길에 빗댄 시인의 삶을 시인의 일상을 그러니까
그 시인이 살아가고 있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사람과 똥개와 하늘과 바람과 바다와 그리고....

그녀가 건네준 이 책을 난 신이나서 얼른 열어보았다.
그러다가 순간 멈짓 거리면서 슬며서 책을 덮었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면 안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민복의 "말랑말랑한 힘"이라는 시집을 처음 읽었을때 그 당황스러움이 생각나서였다.
말랑말랑 해지라니....요즘 세상이 어떤데....사는게 얼마나 힘든데....
시인이니까 저런 안빈낙도의 생활을 즐기는거지....하면서 시집을 읽다가 
그 속에 담긴 삶의 진실성에 놀라며 얼마나 혼이났던지....

시인은 그 생활을 그저 세월이나 잡으면서 먼산이나 바라보고 하늘이나 보면서 도인처럼 살고 있지만은 않았기에
사람들과 뒹굴고 아픈 어머니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돌아가신 후 산소에 가서 어머니 생각에 눈물도 흘리다가
뻘밭에서 하루종일 낙지 잡이도하고 촛불시위에 나갔다가 폭행도 당하면서
그렇게 치열하게 살면서도 저리 마음 울리는 맑고 깨끗한 시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더... 이 책이 힘들게 읽혔다.

	장마철 앞두고 고욤나무 아래서 사랑방 굴뚝 쪽으로 개미들이 새까맣게 줄지어 이사를 갔다. 그걸 보고 '개미들이 새까맣게 줄지어 이사를 간다. / 거기서는 잘 살아라!' 라고 짦은 시를 쓰려다가 원고 마감시간에 쫓겨 산문 한 줄로 쓰고 후회막급하여 굵은 소금으로 이빨을 닦으며 소금 한 움큼을 몸에 뿌렸다. 시에 대한 편애가 내게 아직 남아 있단 말인가.
페이지 : 124

함민복의 에세이 "미안한 마음"과 "눈물은 왜 짠가"도 사실 정말 좋은 에세이다.
소소하면서도 조용하게 그러면서도 맑고 투명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사실 그렇게 만만하지 않지만
묵묵히 하루하루를 감사하면서 한 움큼의 소금과 한 공기의 밥이 주는 고마움을 일깨우는 
시인의 에세이는 시보다는 나같은 평민에게는 훨~~~씬~~~가깝고도 편하게 감동이 다가온다.
하지만~~~!!!
제대로 다 이해를 하지 못한다 해도 그래도 난 그의 시가 너무 좋다.
그냥 마음을 울려주는데 머리는 못따라 가도 좋은걸 어쩌랴....

그의 시에 대한 편애가 더 질기게 그를 괴롭혀서 다음번엔 시집으로 함민복의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펼치고 읽고 눈물짓고 하늘 바라보는 짓을 하고 싶다.

	내 주위에 나를 믈들이고 싶은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내가 열린 만큼 내가 물들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보이리라.
페이지 : 59

내가 열려야 내가 물들여 지는 아름다운 사람이 보인다니...
나의 생각으로 나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물들이고만 싶은 욕심을 서둘러 덮게 만들고마는 이러한 구절구절은
에세이를 빌어 나에게 다가왔지만 사실 모든 구절이 시로 다가온다.

그저 하품나게 평범한 하루를 꿈꾸지만 사실 단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지 않는 요즘
어설프게 자연으로 도망가려고 하는 마음이 얼마나 허튼것인지 조용히 그리고 미소로 혼을 내는 그의 글에서
많은 것들이 나에게 펼쳐질 길에 놓여 있음을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날 것들이 겁나지만 살짝은 궁금해지도록 만들었던 그의 글이 많이 고맙다.
그리고 나에게 그의 길을 열어보아준 그녀에게 고맙다.





진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