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시간을 두고 많은 글을쓰는 작가의 작품을 세월따라 읽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을터. 맘에드는 작품만 읽어도 즐거움이 있겠으나,  내가 읽었던 순서대로 다시읽기를 하거나 그 작가가 썼던 순서대로 읽으면 그작가의 변한모습을 찾을수도 있어서 더한 즐거움이 있다. 이번에 읽은 이 장수하늘소처럼.

예순도 훌쩍 넘기신 선생님의 작품중에 1981년에 쓰여진 이 작품을 난 1992년도 즈음에 읽었던듯하다. 물론 그때의 그감정이 그대로 남았으랴....하지만 새로운 책으로 30대 후반에 읽으니 선생님의 청년의 마음이 읽혀진다 하면 너무나 오만한것일까? 개인적으로 요즘 선생님의 작품을 다시 찾아서 읽기를 하는중인데 20대초반의 마음으로가 아닌 지금의 세월로 읽기를 함으로써 다른감정을 느끼게됨이 서럽거나 아쉽지 아니하고 이나이에 다시읽기를 하는 나에게 대견함이 느껴진다. 그래....책들은 항상 자신의 모습으로 서있으나 읽는사람의 마음이 달라지고 마음가짐이 바뀌어서 다르게 이해하고 오해하고 있음을....모든것이 다 그러한듯 하다.모든것이 나의 마음에 달렸거늘....

이책은 TV문학관 이라는 KBS의 한프로그램에서 단편드라마로 만들었을때 본 기억이 있다. 그 어린나이에 무언가 신비로움이 느껴졌으니...우숩기만 하다. 주인공의 동생처럼 고등학생때도 도서관에서 피라미드니 마야문명이니 UFO니 버뮤다 삼각지대니 하는 미스테리에 관한 책들만 잔뜩 읽다가 수업빼먹어 혼나기 일쑤에 특이해 보일려고 노력한다는 말로 비난받기 일쑤였고....내가 생각해도 그때는 왜 그랬는지....그러다가 선생님의 글을 대학가서 처음 읽게 되었을때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나같은 사람이 소설속의 주인공이 될수있구나..." 하면서.... 그때 내또래가 읽는 소설의 주인공들은 어찌나 다 이쁘고 똑똑하고 잘나셨는지....그 괴리감에 난 주변인일수밖에 없음이 넘 괴롭기까지 했었으니 말이다....그런데 그마음이 30대 중반인 지금도 이어져있으니.....울신랑 머리아픈게 당연하기도 하다...ㅋㅋㅋㅋ

P44 :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무엇이든 생각을 조금만 발전시켜 나가도 곧 부질없다에 봉착하기 일쑤였다. 모두가 그게 그거였다. 산다는 일이 도무지 권태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P95 : 형님은 지금 진흙덩어리를 진주덩어리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건 형님이 아직 마음의 눈이 뜨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알고 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보잘것없고 쓰잘 데 없어요. 우선 마음을 비우세요. 먼지가 가득 낀 유리창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내다 볼 수가 없어요. 마음을 비워 놓고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제 모습대로 보입니다.

P146 : 마음이 중요합니다. 우선 이 세상에서 지금까지 배워 온 모든 것들을 전부 마음 안에서 추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투명하게 비어 있는 마음 안에다 좋은 것들을 다시 채워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비우는 것도 마음으로 하고 마음을 채워넣는 것도 마음으로 합니다. 안되면 몇 백 번이고 다시 연습합니다. 나중에는 마음먹기만 하면 아무리 견고한 벽도 무너뜨릴 수가 있게 됩니다.

지금은 나의마음이 과도기 인가보다. 항상 내탓으로 돌리고 착한척하며 살았는데 내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들에의 분노가 잘 삭혀지질 않는다. 두어달을 두문불출하며 책읽기에 정진해도 마음은 닦여지질 않고 책읽기에만 집착하는걸 보니 마음을 비우는것도 안되면서 부질없이 또다른걸 채우기만 하는건 아닌지....그냥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해 그때의 그감정들을 나보기 편하라고 정리하는 마음으로 이 블로그를 채워가고 있었는데 어느덧 이곳의 방문자수를 확인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쓰잘데기 없는 집착하나를 더 키운듯 하다..씁쓸하면서 반성이 잦아지는 요즘 내가 반성을 하고있음이 아니고 그만큼 잘못하고 있는것이 많아지는 듯 해서 마음이 답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