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의 문장이 참 좋다.
단순명료 하고 깔끔하다.
물론 그 누구는 그럴것이다.
번역책이니 어쩌면 번역가의 필치를 좋아하는 것 일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난 좋다.
첨벙거리지도 질질 흘리지도 않는 그렇다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그의 문장이 참 좋다.

내용은?
어렵다.............ㅡㅡ;;

이 책을 처음 접한건 작년 12월경 이었다.
그 황당한 회사를 다닐때 퇴근후 서점에서 이 책을 뒤적거렸다.
몇장을 넘기는데 문장이 너무 깔끔하고 좋았다.
제목도 이상하게 끌렸고.
게다가 표지의 붉게 물들어 가는 사막이 괜시리 끌렸다.
그러다가 작가를 보니 더 로드를 쓴 사람이었다.
 - 음... 베스트셀러 어쩌고 하더니 급으로 조달한 책이 나왔군.
또 엉뚱한 선입견으로 그때 이 책을 접었다.

얼떨결에 더 로드에 빠지고 나서 이 책은 숙제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려고 더 로드를 읽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리고 이 책을 아주아주 힘들게 읽었다.

다 읽은 지금은
이 책을 먼저 읽고 더 로드를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생각이 든다.

사실 간단명료히게 내용을 요약하면 별거없다.

한 소년이 그 암울한 시대에
 - 1800년대의 미국서부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서 인디언 사냥하여 머릿가죽숫자로 보상을 받던때 - 
태어나 희망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 때에 어찌어찌 살아가다가 늙지도 젊지도 않은 40대 중반에 죽는다는 그런 이야기다.
물론 또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더 로드처럼.

읽으면서 간간히, 또는 다 읽은후에 생각을 해 봤다.
더 로드의 소년이 자랐다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되지 않았을까...하면서 말이다.

혼사서도 또는 여럿이서  
누군가를 죽이고 또 누군가에게 죽을 뻔 하면서
그는 그냥 건조하게 그 사막을 벗어날 생각도 없이 그냥 시간을, 세월을 살아간다.
사실 어찌보면 죽기전까지 그냥 버텨내는 것만 같다.

못 벗어나는건지 벗어날 생각이 없는건지.
그 사막이 어쩌면 사람들이 말하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누구는 그런다, 그 운명은 타고 난다고.
또 누구는 그런다, 운명은 얼마든지 바꿀수 있다고.

그 물음의 정답을 간단하게 "노력"을 했나 안했나로 평가 하거나 될수 없음을 이제 난 안다.

이 책은 한번만 읽고 서평을 쓴다는건 아주아주 어리석고 어려운것 같다.
나한테는 말이다.

	결국 이들 두 무리는 자정의 고원에서 헤어져 서로가 온 길을 되짚어 나아갔다. 여행자란 으레 다른이가 이미 걸어간 길을 끝도 없이 가야 하는 운명 이기에.
페이지 : 165

	세상만물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단다. 아무리 하찮은 미물에도 하느님의 말씀이 담겨있어. ...(중략)... 그 어떤 인간도 예외가 아니지. .....(중략)... 하느님의 목소리 그 비슷한 것도 안 들리던걸요. 목소리가 멈추면 평생 목소리를 들어 왔다는 걸 깨달을 거야. 정말요? 그럼.
페이지 : 168

	Et  In  Arcadia  Ego.  - ’지상 낙원에도 죽음은 있다.’는 의미다.
페이지 : 170

	여기에 온 이유를 그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지 물었다. 꼬 이유가 있어야만 어디 가는것은 아니지요. 그래,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별 생각없이 움직였다고 해서 운명이 없는 것은 아니라네. 그는 넌더리가 난다는 기색으로 판사를 주시했다. 이렇게 설명하면 되겠군. 자기 자신으로서는 아무 이유도 없었다지만 그렇다 해도 다른이의 이유로 인해 여기 온 것일 수도 있지 않겠나? 그 다른 이가 누군지 알겠나? 아뇨. 아나 보죠? 아주 잘 알지.
페이지 : 423

	운명은 끝내 피할 수 없어. 판사가 말했다.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지. 자기 운명을 알고서 일부러 반대의 길을 택한 자들도 결국에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운명을 맞게 되네. 운명이란 이곳 세계만큼이나 거대하여 반항자까지도 다 품고 있거든. 너무나 많은 이들이 파멸하고 만 이곳 사막은 너무도 광대하여 우리 마음을 마구 끌어당기지만 사실상 텅 비어 있지. 황량한 불모지일 뿐이야. 사실상 거대한 돌덩어리지.
페이지 : 426

어찌보면 소년은 책의 첫머리에 죽었어야 했다.
아니 죽을 운명 이었다.
그리고 간간히 그의 죽음은 암시되고 있다.
사실 그 누구나 사람은 죽는것이고 언제죽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죽는"다는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의 곁을 항상 맴돌던 판사와 목사는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소년에서 그로 변한 세월동안 
항상 그의 곁에 있었고
그에게 마지막을 선사한 판사의 존재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어쩌면 그는 사람이 아녔을지도 모른다.

혹시 운명보다 질기다는 숙명같은 존재가 아녔을까.

읽은지 5일이 지났다.
좀 머릿속이 명쾌해지고 털어낼것은 털어져 가볍게 쓰고 싶었는데
머릿속이 소용돌이친다.

천둥번개로 날 괴롭히던 어젯밤 같다.




그래도오늘밤은북두칠성을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