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다.
난 결코 이 책을 "시를 쓰는 법"이 궁금해서 또는 시와 마찬가지인 그 어떤 "글쓰기"가 궁금해서 산 것이 결코 아니다.

난 사실 소설이나 에세이보다 시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시를 그냥 느끼기엔 나의 내공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하물며 시를 쓰는 법에 감히 관심을 줄 수 있을까.
그러다가 신간을 뒤적거리게 되었다.

우연히 이 책이 들어왔다.
음......안도현시인도 이런 책을 쓰셨군.
"이런 책"이라는 단어가 결코 폄하를 하기위해, 또는 "시인은 시로써만..."이라는 생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냥 그의 시가 읽고 싶었을 뿐이라는 뜻이다.

하여간

이 책의 광고를 위해 출처된 본문의 한 문단에 머리가 띵~~~하고 마음이 철렁......하고 부끄러워 얼굴이 벌개졌다.

	첫 번째는 과장이다. 제발 시를 쓸 때만 그리운 척하지 마라. 혼자서 외로운 척하지 마라. 당신만 아름다운 것을 다 본 척하지 마라. 모든 것을 낭만으로 색칠하지 마라. 그런 것들은 우습다. 두 번째는 감상이다. 이 세상의 모든 슬픔을 혼자 짊어진 척하지 마라.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척하지 마라. 눈물 흘릴 일 하나 없는데 질질 짜지 마라, 그런 것들은 역겹다. 세 번째는 현학이다. 무엇이든 다 아는 척, 유식한 척하지 마라. 철학과 종교와 사상을 들먹이지 마라. 기이한 시어를 주워와 자랑하지 마라. 시에다 제발 각주좀 달지 마라. 그런 것들은 느끼하다. 오규원은 "시란 개인적인 욕망에서 이루어지는 욕망의 발산 형식이 아니라 개인적인 ’나’의 욕망을 억제하고, ’나’의 욕망 가운데 가치 있는 어떤 경험을 선책하고 객관화하는 작업을 통해서 남과 다른 세계를 유형화해 보여주는 의도적 행위"라고 했다. 자신에게 감정을 고백하고 싶으면 일기에 쓰면 된다. 특정한 상대에게 감정을 고백하고 싶으면 편지에 쓰면 그만이다. 시는 감정의 배설물이 아니라 감정의 정화조다. 속에서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억누르고 여과시키는 일이 바로 시인의 몫이다.
페이지 : 94

이 단락에서 그냥 허탈한 웃음이 나오고 눈물이 핑돌고 얼굴이 벌개지는건 다만 나 뿐인가.....

아무리 변명을 해 대지만 나의 블로그 질은 단순히 치료과정만은 아님을 고백한다.

개인적인 일을 일기로 쓰면서 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고
나와 엮인 사람에 대하여 쓰면서 아닌 척 감정을 들어내고
어쩌다 흥에겨워 뜻도 모르는 단어들로 나를 치장했던 건 안니지.....
너무나도 늦은 반성을 해본다.

	좋은 시든 나쁜 시든 ’이미’ 창작한 한 편의 시에는 ’앞으로’ 창작할 시의 방향과 원리가 다 들어 있다. 또한 어렴풋하게나마 시인이 살아가면서 지향해야 할 삶의 지침까지 들어 있다.
페이지 : 24

	"사유가 먼저 있고, 그 도달한 사유에 맞춰 거꾸로 체험을 구성할 경우 작품은 파탄을 면치 못한다. 사유로부터 경험이 도츨되는 것은 마치 몸에 옷을 맞추지 않고 옷에 몸을 맞춘 것처럼 어색하다. 몸에 옷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규범이듯, 경험에 사유가 뒤쫓아 가 그 경험을 완전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예술적 창조의 원리이다."
페이지 :  56 ; 김상욱.[ 다시 쓰는 문학에세이] 우리교육, 1998, 228쪽

	신은 ’사실’을 만들고 인간은 ’진실’을 만드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즉 시인은 사실보다 진실에 복무하는 자라는 말이다.
페이지 : 114

시를 쓰는법에 관한 책 이지만 사실 "살아가는것" 에 대한 시인의 충고와
나를 울리고 웃기고 감동을 주는 시들이 너무나도  가득하다.

난 다만 시를 쓰는 그들의 마음이 궁금했을 뿐인데
난 다만 나를 되돌아 보는것 그 이상으로 반성을 하고 
한달남은 인터파크 도서 기자단이 끝나면서 블로그를 닫을 생각을 진지하게 다시 해본다.


 - 155쪽


 - 258~259 쪽

오래간만에 손글씨를 써 본다.

이 책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한 친구의 편지로 갈등을 하고 있었다.
어찌해야 하나....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하루동안 다시한번 더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그리고
마음에 들어온 시들과 구절들을 찬찬히 적어본다.
하지만 너무 오래간만에 쓰는 손글씨라서인지 아니면 긴장을 해서인지
마음처럼 글씨가 나오지 않는다.

그냥 베끼기만 하는 것인데도 이렇게 힘이 들다니, 마음대로 안 된다니....

이 책을 시를 쓰는 법에 관한 책으로 오해를 하고 거들떠보지 않았다면
그 언젠가 이 책이 나에게로 왔을때
그 기간의 몇배를 후회하고 자책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기간동안 글을 쓰겠다는 또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헛된 욕심과 망상으로 허송세월을 보냈으리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 친구에게 내일 나의 답을 주어야 겠다.





아직은그냥읽는것으로만족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