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에서 부터 그녀는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아 버렸다.
그리고 이름처럼 담담하고 담백한 글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흐트러 쓰는듯 하는 글에서 
난 그냥 젖어 버렸다.
가랑비에 온몸이 젖어버린 것 처럼.

그녀는 녹녹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왔지만 
그 뜨거운 젊음을 결코 방관자로 보내지 않았음에도 주변인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한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안심을 한다.
나만 그랬던건 아녔구나...하면서

	과거는 어쩌면 발밑의 허방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자면 미혹일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없는 생이 어디 있을까. 그렇더라도 허저부레한 이 글들이 마침내 세상 저 밑바닥으로 영영 사라지기를, 내생에 다시는 글 쓰는 자로 태어나지 않기를 아니 내생도 이생도 없는, 나지도 죽지도 않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런자가 되기를 간절이 바란다.
페이지 : 7

	.....H의 언니는 그런 나를 두고 그렇기 때문에라도 출가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만류했다. 출가를 포기한 데는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면 출가하라고 했던 씨동무 H의 충고가 크게 작용했다. 이를테면 세속이든 성역이든 도망하는 자를 위한 공간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도망하는 자에게 종교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은 통렬한 것이었다.
페이지 : 69

	소강당에 검은 막을 치고 광주민중항행 관련 비디오를 상영했다. 끅끅 울음을 삼켰다.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었다. 배신과 분노,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남녘의 일들을 처음 확인했다. 암흑천지로 어두웠던 세상에 대해서 잠자리 눈꼽만큼 눈이 떠졌다. 배신감으로 치를 떨었다.....(중략)....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페이지 : 72

	말은 일대일로 나누었지만 이미 일대 다술르 상정해야 한다는 것을 뼈아프게 배웠다. 호의는 호의를 담보하지 못할뿐더러 때로는 악의로 돌아왔다. 말로 빚진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을뿐더러 두고두고 화상의 흔적처럼 괴롭혔다.
페이지 : 154

소설가를 꿈꾸고 있지만 산문집 한권을 내놓은게 전부라며 
겸손하게 자신을 이야기 하는 글 덕분에
본적도 말 한 적도 없는 그녀를 더 가깝게 느낀다.
도시를 떠나 귀향 -절대 귀농이 아니라고 강조를 하십니다..^^- 을 해서 
산에서 살고 있는 그녀가 너무 부럽다.

난 아직 그러한 용기가 없다.

이 책의 시리즈인 3권을 다 읽었다.
젊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러나 조금은 기성세대에 들어가고 있는 그들의 생각과 글들이 
내가 잠자고 눈감고 웅크리고 있었음을
지레 포기 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난 한순간 타올라 부르르 떨었고 연기도 흔적도 안남기도 타버렸는데
쓸데없이 나만 그러고 있었던건 아닌가 했는데
그들은 저렇게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세상을 아직도 따뜻하고 정열적으로 껴안고 있었다.

구부리고 있던 팔을, 팔짱끼고 있던 팔을, 
이제는 그만 천천히 내려 놓아야 겠다.
그래야 껴안고 싶을때 펼쳐들고 힘껏 껴안을수 있을 테니까. 






도피도아무나하는게아닌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