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을 읽겠다는 목적의 연장선에 있는 책이다.

유명하지만 아직 읽지 않은 수많은 책 중의 하나이다. 몇 년 전에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으로 한 영화가 개봉을 했지만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그러니까 책을 읽은 적도 없고 영화를 본 적도 없는데, 내가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이상했다.

또 이러저러한 것을 검색하면서 알게 된 건지 내 생각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1997년에 '소피 마르소'가 주연으로 한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난 이 책의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1997년의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지금은 기억나지 않고, 다만 유부녀의 자아 찾기를 가장한 불륜이 주된 내용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리도 종교적인 윤리관에 사로잡힌 톨스토이가 굳이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소설을 썼다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다분히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나의 선입견이고 상상이다.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읽은 지금은 이 책은 조금은 다른 내용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읽고 있다.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에서 이 책을 어떻게 언급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직은 1권을 읽고 읽기에, 1권에서는 많은 등장인물들 - 역시나 러시아 소설이기에 이름이 무척이나 길다 -을 언급하고 있으며

모스크바나 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각 도시로 대변되는 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중심이지만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허세 작렬하는 귀족사회의 비판적 시각이 뻔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서 좋다.

물론 아직은 사랑이 중심이다. 여러 가지 사랑 -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있다 - 이 나오고, 제목이 '안나 카레니나'인 것처럼 그녀가 한 남자를 만나 깊게 빠지고 그에 따른 자신의 자아 찾기가 발동이 걸리긴 하지만,

어쨌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는 것을 슬쩍슬쩍 엿볼 수 있어서

 안나가 브론스키를 만나고 마음이 깊어지면서 보여주는 어이없는 변덕을 참으며 읽고 있다.

대충 등장 인물을 정리해봤다.

스테판 아르카디이치 오블론스키 (스티바) : 안나의 오빠. 가정교사와 바람이 난 것을 부인에게 들키자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아내에게 변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히려 화가 나는 인간. 부인에게 사과하고 화해하는 것을 도와달라며 안나를 부름.

다리아 알렉산드로브나 (디쉐니카. 돌리) : 오블론스키 아내. 자신이 젊음을 잃어 남편이 한눈을 판다며 자책을 함. 집을 나가거나 이혼을 하고 싶어도 자식을 건사하는 것이 두려워 눌러앉아야 하는 것이 비참해서, 안나의 말에 편승하여 남편과 화해를 한다.

안나 아르카디예브니 (안나 카레니나) : 오블론스키의 여동생. 오빠의 일을 수습하고자 기차를 타고 오는 도중 어느 백작 부인과 동행을 했는데, 그 백작 부인의 아들인 브론스키를 만나고, 자신도 첫눈에 반함 - 물론 마음은 거부하려 함.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 안나 남편. 권위적이고 가정적이라기보다는 일에 성취감을 얻는 성격.

카테리나 쉬체르바쓰키 (카테리나. 키티) : 오블론스키의 처제. 돌리의 여동생. 아버지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레빈과 결혼을 시키려 하지만, 브론스키에 빠져 레빈의 청혼을 거절. 브론스키가 안나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받음.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레빈 (니콜라이) : 부모를 일찍 여의고, 쉬체르바쓰키의 가정을 보며 그러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이 있다. 소심한 마음에 키티에게 제대로 청혼도 하지 않고 시골 농장에서 지내다가 다시 나타나 청혼을 하지만 키티에게 거절을 당하고 상처를 입고 다시 시골에서 지낸다. 귀족이지만 농부의 삶, 노동의 삶을 환상이 아닌 현실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 코즈느이쉐프 : 레빈의 이부 형이다. 도시에서 관리로 지낸다.

겨우 1권만 읽은 상태이니 이러저러한 감상은 나중에 변할 테니 생략하련다.

레빈이 모스크바에서 자신이 지내는 마을에 도착하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자신이 브론스키때문에 흔들리고 있음을 깨달은 안나는 일정을 앞당겨 모스크바에서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가는데

기차 안에서 브론스키를 만나 무언가를 확인을 한 안나는, 마중 나온 남편을 만나자 갑작스레 남편의 귀를 보고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남편의 귀가 변했겠는가. 그녀의 마음이 변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들과 헤어지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그래서 브론스키와의 사랑을 거부하려고도 하는 안나의 모습이 나중에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 이러한 문장을 읽으면 - 겨우 한 문장으로 너무 닦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 그녀가 브론스키와의 사랑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헤쳐나가지 못하는 것을 '모성'에서 찾는 것은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 도덕적 굴레 따위는 집어던지는 성격으로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굵은 글씨는 내가 좋아서 표시한 것이다. -그러니까 책에는 굵은 글씨체가 아니다.

안나의 오빠 오블론스키와 레빈은 친구이기도 한데, 오블론스키가 숲을 팔면서 터무니없이 헐값에 팔자 레빈이 한마디를 한다. 이에 비아냥 거리며 오블론스키는 귀족이 숲의 나무의 개수를 하나하나 세어야 하냐고 하자, 레빈은 저렇게 말한다.

귀족은 그러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비웃자, 진짜 귀족이란 그런한 것이 아니라며,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음.. 이런 남자.. 멋지다...

1권은 아무래도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과 레빈과 키티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자기감정에 충실한다며 그저 새로움에 눈이 빼앗기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저돌적으로 뭍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던 브론스키는, 안나를 만나 자신이 진짜 사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안나가 쉽게 안 넘어오자 오기가 발동한 것 같다.

안나는 자신이 유부녀임을 자각하며 거부하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음을 깨달으며 뒷감당을 못할 지경까지 끌고 간다.

키티는 레빈의 청혼을 거절까지 했으나 막상 청혼 받을 줄 알았던 브론스키와 안나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알아채고 마음의 병이 깊어져 외국으로 요양을 가고, 거기에서 공주병을 내려놓고 조금씩 자아가 깨어난다.

레빈은 키티가 청혼을 거절하자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자신의 꿈이 깨어졌다며, 독신으로 살아갈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농장 일을 마름에게 시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 농부들과 어울려 풀베기도 한다 - 참여하면서 땀 흘리는 노동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진다. 그러나 아직도 키티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하여간 아직은 그놈의 사랑 이야기가 전부이다.

물론 이 책이 그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굳게 믿으며 읽어나가련다.

책은 두껍고 내용이 워낙 길어서 오래 걸리지만 읽는 것 자체가 지루하다거나 어렵지는 않다. 사실 재미있기도 하다.

1권 가지고는 아는 것보다는 모르겠는 것이 더 많으니, 1권 독후감은 이쯤에서 끝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