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9월 21일자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 이 책은 동생이 샀던 책이다.

마음이 어수선 해서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실존주의의 실존은 무엇인지 휴머니즘의 정확한 뜻이 무엇이었는지 그때는 알았었나.
그렇다고 지금은 알고 있나...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하여 마음 아픈 단계를 지나 초월을 가장한 무관심으로 일관 하고 있는 내가
무책임하고 비겁하게 고개 돌리고 불의에 꾹 참고 지내는 나같은 사람이
뜬금없이 이 책을 다시 집어든 것이 부끄러웠다.
어쩌면 양심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조금이라도 남았단 말인가.
양심이라는 단어를 쓰기조차 부끄럽다.

그때는 아직 불의에 참지 못하는 정열이라도 있었는데
머리굴리기 전에 행동이 먼저 앞서나가기가 일수여서 "돈키호테"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느새 난 죽음을 앞두고도 신중한다는 핑게를 대는 "햄릿"처럼 생각만 하기에 바쁘다.

	타인은 나에게 있어 불가결한 것이며 내가 나 자신을 아는 데에 불가결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나의 내면의 발견은 나를 드러내 주는 동시에 - 또한 타인을 - 그 생각하는 바와 바라는 것이 나의 편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나의 반대편인 한낱 자유로서의 타인을 또한 드러내 주는 것이다. 그처럼 우리는 상호 주체성이라고 부르려는 하나의 세계를 곧 발견하게 되는 것인데 인간이 자기는 어떠한 것이며 타인은 어떠한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 세계이다. 그밖에 각 개인 속에서 인간성이라는 보편적 본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인간 조건의 보편성은 존재한다.
페이지 : 36

	실존주의는 차라리 신이 존재한다손 치더라도 아무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우리의 견해인 것이다. 신이 존재한다고 우리가 믿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신의 존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을 재발견해야 하며, 비록 신의 존재에 대한 유력한 증명자일지라도 사람 자신 외에는 사람을 구원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실존주의는 하나의 낙관론이고 행동의 이론이다. 기독교 신자들이 그들 자신의 절망을 우리의 절망과 혼동하여 우리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들의 그릇된 고의에 불과하다.
페이지 : 50

	행복이란 하나의 완전한 상대가 아니고, 또 하나의 환전한 행위도 아니고, 죽음의 힘과 삶의 힘, 그리고 수용과 거부 사이의 긴장이다. 인간은 그 긴장에 의해 <지금>을 - 즉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 규정하고, 그 자체가 스스로 변화해 가는 것이다.
페이지 : 144 " 알베르 까뮈에게 답한다 / 사르트르" 중에서

이 책은 사르트르가 자신의 사상을 강연한 내용과 까뮈와의 논쟁이 된 부분을 실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의 강연 내용도 좋았지만
까뮈와의 논쟁부분이 너무 감동적 이었다.
굳이 어느 사상이 맞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시원한 논쟁을 벌이는 그들의 사상에 매료 되었다.
물론 사르트르와 까뮈는 그 이후로 10년가까운 우정관계가 끝났다고는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첫째는 책읽는 방법에 관해서다.


동생은 책을 저렇게 아주 해부를 해 가면서 읽는다.
나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다음 문장이 궁금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미친듯이 읽어나간후
마음에 남는 페이지를 접어놓은후 그 접은 페이지를 다시 읽는 편이다.

갑자기 나의 책 읽는 습관에 관해 반성 아닌 반성을 해 봤다.


둘째는 마음에 남는 글귀를 적어놓는 것에 관해서다.

한 문장이 아니고 한 페이지를 넘어서 많은 페이지 전체가 나를 사로 잡았을 경우엔 너무 난감하다.

나의 독후감쓰는 버릇은  
책 전체에 관해 쓸 때도 있지만 주로 어떠한 한 부분에서 나의 생각을 빗대에 쉽게 쓰려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나의 버릇이 도통 통하지 않는다.

자꾸 역사와
그 역사속에 기록되고 존재될 지금과
그 지금에 속한 진보와 보수의 갈등과
그 갈등속에 속한 사람들이 자꾸 들먹거려진다.

그러다가 자주가는 한 블러거의 글에서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글을 읽고나니
더더욱 이 책의 독후감을 쓰기가 어려웠다.

그 분은 모든 글을 아주 쉽게 그러면서도 공감백배로 쓰기 때문이다.
- 솔직히 그분의 독후감을 슬쩍 본 후에 쓰고 싶었다...^^;;;;;


처음은 실존의 문제와 휴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견고히 하고 싶었고
그러다가  그들의 사상적 논쟁을 보면서 열려있는 토론문화에 부러움이 가득 했다가
읽어대기만 하는 나 자신의 독서습관에 반성을 했고
아직도 무언가를 쓰는것에 이리도 머리를 굴리는 나를 발견하고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아무래도 이 책의 독후감도 다시 써야 겠다.
물론 다신 한번 더 읽은 후에 말이다.




여러권의책을읽는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