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번진다...
그 말이 참으로 이 책과 잘 어울린다.

그날 그녀는 나를 만나러 오면서 이 책을 선물로 주었다.
나를 만나러 올땐 그냥 몸만와도 난 항상 반갑고 고맙건만 그녀는 빈손인 적이 없다.
 - 다음에 또 사달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녀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봤는데 너무나도 예쁜 지붕들에 넋을 잃었다.
지붕이라니...
그러고 보니 납작납작 엎드린듯 어깨를 마주대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지붕을 본일이 언제이던지...



예전 인도네시아에서 머물때 보았던 지붕들의 여운이 마음에 남아 있었는데
잊었던 그 느낌을 그녀의 블로그에서 다시 찾았다.
세모난 모양의 그 지붕들을 난 이상하게 사람의 어깨처럼 느껴졌다.

반듯하게 곧게 세우고 있지 아니하고 
살짝 아래로 내린 그 세모들이 작은 틈을 주지 않고 마주대고 있는 모양이 
예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사람의 어깨같은 그 세모난 지붕에 마음이 편해졌다.

목을 자른 어깨처럼 또는 거만하게 일직선을 이루어 지붕을 볼수 없고 옥상만이 존재하는
그나마도 아파트 들로 이루어져 직각을 이루는 우리네의 집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이 책은 이렇게 보는것이 전부일 수 있다고 선입견으로 책장을 넘겼다.
"읽기" 보다는 "보기"에 가까운 이 책은 나에게 너무나도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머리에 각인 되어진 사진 한장에 난 머릿속의 팽팽했던 신경 하나가 끊긴듯 했다.

	그때였다. 이 나무를 발견한 것은... 나는, 이곳에서 넋을 잃었다. 물 속에 잠긴 나무. 너는, 나무요정일까... 금방이라도 저 나무가 우뚝 일어서서, 성큼성큼 내게로 다가올 것만 같다. 플리트비체에는 요정이 산다더니, 정말, 어디선가 툭 요정이 나타날 것만 같다. 나무요정 앞에서 한결 기분이 나아진 나는, 지난밤 두브로브니크 터미널에서 산 초코바를 입 속에 들이밀고 꾹꾹 씹으면서 다시 기운을 내어 걸음을 옮겼다. 나를 응원하는 것일까, 점점 하늘 한쪽이 말갛게 개이기 시작했다.
페이지 :

같은 걸 보고 나는 다른것이 보였다.

코맥 멕카시의 "핏빛 자오선"을 읽으며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간간히 이 책으로 날 정화시키고 있었는데
이 사진 한장으로 난 그날 하루종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찾아 헤매던 곳을 발견한 듯한
머릿속에만 있었던 그 어떤 곳을 발견한 듯한 생각이 들었다.
상상속의 세계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
그만큼 반갑고 흥분되는 만큼 우울함이 다가왔다.
내가 저곳을 가는 것이 마지막이 될 날인듯한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지붕에 반해서 들었던 그저 이쁘기만 한 보기좋은 책일꺼란 생각으로
아주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이 책과의 여행이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한 듯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Outro 낯설었던 그곳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떠날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이들의 미소가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크로아티아 화폐인 ’쿠나’를 쓰는 일이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떠날 때가 외었나보다...
페이지 :

급하게 독후감을 마무리 하려한다.
사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더 쓰고 싶은 이야기는 이곳 독후감과는 어울리지 않는것 같다.

이 책은 페이지표시가 없다.
처음엔 당황했는데 어찌보니 그게 이 책과는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것에 "표식"을 해둔다는 것은 "구분"을 하는 일이고
구분을 하는건 "어울리기"할때는 걸림돌만 된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면서 난 참으로 많은 것에 이름을 붙여두고 미리 미리 역할을 분담해서 그것에 맞추어서 생각하고 행동하려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그건 빨리 익숙해 지기 위해서 이고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당황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 사람들을 틀에 갇아두고 있는것을 뛰어넘어 더 크게 나를 내가 가두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난 조금만 익숙해지면 떠날 준비를 하는
나를 떠나는 모든것과 떠날 모든것으로 부터 미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아주 소심하고 겁쟁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그만 독후감을 마무리 하련다.



내가 서둘러 닫는 바람에 그대의 손이 찧었다면 미안하다.
나도 방에 불도 안켜고 닫느라 넘어져서 머리와 무릎이 깨졌으니 용서가 될런지.
닫혀 있다고 답답해 하지말고 예쁜문이라고 쳐다보지 말고
그냥 그대의 길을 가기 바랄 뿐이다.
어짜피 우리는 시간의 여행자일 뿐 머무를 수 없다.
머문다면 여행자가 아니지 않는가.

나도 언젠가는 저 문을 열 때가 있겠지만
지금
그대가 당기고 밀고 두둘겨도 열리지 않는건 
그냥 열릴때가 아닐 뿐
그대의 탓이 아니다.

나도 
그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더이상 서운해 하지 않을테다.

그냥 그대의 길을 가길 바랄 뿐이다.



그녀가 나에게 또 행복을 빌어주고 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그런데 나는 왜.....

아니다.





그대의마음에도행복이번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