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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에 일어난 911테러로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은 테러리스트거나 테러리스트가 될 사람들로 여겨지고 있으며, 여기저기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그렇게 된 것은 무슬림들이 테러를 일으켜서가 아니라, 이슬람교를 제대로 몰라서 벌어지는 것이고
그러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피해자인 미국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테러리스트가 저지른 일은 당연히 비난받을 일이다. 우려하는 것은, 그렇게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무슬림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비난만을 하다 보면
그러한 일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종교는 종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마도 내가 종교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가 없는 내가 보기에 종교의 역할은 서로 돕고 살자는, 공동체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함일 터인데
'믿음'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배타성을 강조하면서 모든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내가 믿는 신神만이 옳고, 나머지는 죄다 터부 되어야 할 존재라며 존중하지 않는 것.
특히 특정 종교가 그러한데, 박해와 떨어질 수 없는 역사를 갖고 있는 종교라서 그런 건지
당최 타종교를 인정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이슬람교를 적으로 간주하는 문화가 바로 그 종교를 바탕으로 하고, 그리고 그 문화가 지금 세계 문화의 주류이다.

그러니 이슬람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갖는 것이 먼저여야 하는 건 아닐까.
'오해와 편견에 갇힌 16억 문명의 진실'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의 표지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슬람교가 칼의 힘으로 널리 퍼졌다고 생각합니다. 무함마드가 죽고 나서 100년 내에 무슬림 군대가 드넓은 땅을 점령하면서 무슬림으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잊거나 무시하는 점이 있는데, 무슬림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개종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슬람교는 주로 무역상과 비폭력적인 수피파 성인들에 의해서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사하라 이남 지역으로 퍼졌습니다.
또 한 가지 잊혀진 사실은 15세기에 에스파냐에서 유대인과 무슬림을 몰아낸 것이 무슬림이 아닌 기독교도라는 것입니다. 에스파냐에 사는 모든 무슬림이 쫓겨났고 죽임을 당하거나 개종을 강요당했지만, 동방 정교회는 오늘날까지 터키 이스탄불에 남아 있습니다.
: 178~179쪽 '5부. 다가오는 변화와 희망의 미래' 중에서

무슬림은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그들의 지배자와 종교를 허용했다.

무슬림이 하는 모든 나쁜 행동을 이슬람교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1982년에 베이루트의 난민 수용소에서 기독교도 단체인 '팔랑헤'의 일원들이 개머리판에 성모마리아가 그려진 총으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이 사건을 기독교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또 1990년대에 보스니아에서 기독교도인 세르비아 인이 일으킨 비슷한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휴스턴 스미스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서양 언론들은 지하드를 무슬림에 대한 미움을 부추기는 구호로 만들었다."
: 187쪽 '5부. 다가오는 변화와 희망의 미래' 중에서

데즈먼드 투투 주교의 말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투투 주교는 2002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독교도는 일부 괴상한 기독교 원리주의자의 특성을 모든 기독교도의 특성인 양 말하면 크게 화를 냅니다. 또 오랫동안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북아일랜드 인과 비슷하다는 말에도 화를 냅니다. 십자군 전쟁은 기독교도가 벌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도가 공격적인 종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홀로코스트도 기독교도가 저지르지 않았습니까? 일부 기독교도가 그런 짓을 했다고 해서, 기독교도를 폭력적인 종교라고 합니까?
파시즘은 또 어떻습니까? 파시즘은 어디에서 생겼습니까? 유럽입니다. 나찌즘은요? 유럽입니다. 제국주의는 어떨까요? 유럽입니다. 이 모든 일들을 기독교 탓으로 돌리게 옳은 일일까요? 남아프리카의 한 기독교 종파는 아파르트헤이트를 지지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도가 인종차별을 저질렀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 188~189쪽 '5부. 다가오는 변화와 희망의 미래' 중에서

여기에다 'IS'운운하며 이슬람교와 무슬림에 대한 말을 한다면 무식이 탄로 나는 정도가 아니다.
그건 기본인 단어 뜻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떠들어대는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가 왜 그렇게 군사력을 갖게 되었는지, IS가 왜 그렇게 커졌는지를 제대로 안다면,
아니면 제대로 검색이라도 해본다면, 그 배후의 미국에 더 분노를 해야 한다.

얇은 책에 많은 걸 담으려니 오히려 조금은 어렵게 느껴진다. 축약본 같아서 말이다.
이슬람에 대한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담았으니 배경 지식이 없는 나는 읽기에도 벅찼다.
그래서 부족함을 메우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를 읽고 있는데,
너무 두꺼워서 헥헥거리고 있지만 즐기고 있다.
예전부터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덕분에 겁도 없이 읽고 있다.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이 책으로 이슬람에 대해 편견 먼저 갖는 일이 없기를
혹여 오해와 편견이 있었다면, 걷어내고 제대로 된 의견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