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미국 남부의 '메이콤'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백인 여성을 강간하려 했다는 누명을 쓴 흑인을 변호하는 백인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마을의 백인우월주의로 인해 벌어지는 배타적인 차별성을 여자아이의 시선으로 서술하는 이야기다.

 

참으로 다양하게도 배타적이다.

돈 있는 백인은 돈 없는 백인을, 부자가 아닌 백인은 가문의 내력으로, 가난한 백인은 흑인을, 흑인은 흑인 혼혈을. 줄 세우며 겉으로는 '교양 있는 척'해가며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지냐지만, 실은 뒤로 호박씨를 까기 바쁘다. 등장인물들을 나눠보면

 

* 핀치 가문 : 부유하지 않으나 유서 깊은 가문

애티커스 핀치 : 아버지, 변호사, 흑인 톰 로빈슨을 변호한다.

스카웃 : 서술자, 나, 초등학교 입학 직전부터 2학년까지

            남부의 보통 여자처럼 지내라는 고모의 말을 지키는 것이 무척 어렵다. 말괄량이이고 소신껏 말하며 매사에 감정적.

젬 : 오빠, 보통의 개구쟁이, 위급한 상황에 동생을 지키려는 용감성도 있다. 초등 5학년부터 7학년인 중1까지

      아빠가 신사적이라고 생각하며 닮으려 노력한다.

캘퍼니아 아줌마 : 흑인으로 엄마가 없는 스카웃과 젬을 엄마처럼 돌보는 유모 겸 메이드.

존 헤일 핀치 : 의사.

알렉산더 고모 : 시내 쪽에 살며 가문을 내세우며 여자는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는 말로 스카웃과 젬이 무척 싫어함.

딜 : 젬과 스카웃의 친구로 다른 지역에 살며 여름에만 이 지역의 이모집에 오는데 아이들과 친해짐.

모디 아줌마 : 허세와 허영에 들뜬 동네 주민(특이 여자들)을 못마땅해하며 변호사를 옹호하고, 편을 들어준다.

 

* 커닝 햄 집안 : 가난하나 기본은 되는 보통 집안 - 북쪽 지역 무법자 족속인 올드 새럼 출신

월터 커닝 햄 : 가난하며 갚을 수 없는 것을 받지 않는 등 기본적인 양심을 지키는 보통의 사람을 상징하는 듯하다.

                     감옥에 갇힌 톰 로빈슨을 죽이려 몰려든 사람들 틈에 있었음.

                     양심적이지만 더 약한 흑인을 괴롭히는 보통의 사람을 나타내는 듯.

 

* 이웰 집안 : 가난하고 인격도 엉망인 최하층 백인

밥 이웰 : 잘못되는 일은 죄다 남 탓을 하는 사람으로 톰 로빈슨에게 누명을 씌우고 덕을 보려 함.

             강한 사람에겐 끽 소리 못하면서 약한 사람에게만 큰 소리치고 협박하고 괴롭히는 인간 말종.

             생활보조금으로 술을 마시며, 아이들이 여러 명이지만(8명인가?) 학교를 보내지 않고, 돌보지도 않는다.

메이옐라 : 대가 없이 친절하게 도와주는 톰을 유혹하려다가 아버지 밥에게 들켜서 두둘겨 맞고선, 강간을 당할 뻔했다며 진술.

 

* 래들리 집안 : 말 많은 이웃과 담을 쌓고 집안에서만 안주하는 사람. 방관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듯.

  오래전에 래들리 집안의 한 남자아이가 개구쟁이 짓을 했는데, 온 동네가 큰일이라도 벌어진 듯 난리를 피우고 일을 크게 만들자,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

 

* 그 외

톰 로빈슨 : 흑인으로 일하러 지나다닐 때마다 엄마도 없이 여러 명의 동생을 돌보는 메이옐라를

                그저 선한 마음에 도와주려다가 봉변 당하고 누명을 쓰고 죽음.

                팔 한쪽을 다쳐서 힘으로 여성을 제압하여 강간을 할 수 없는 불구자로 나온다.

듀 보스 할머니 : 젬과 스카웃의 아버지가 흑인을 변호한다며 젬과 스카웃에게 심한 욕을 하며 심술을 부림.

                       늙고 고루하며 흑인을 멸시하는 것이 자신을 높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물.

케이스 선생 : 학교에서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그렇게 취급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를 가르치면서도

                   흑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분수도 모르고 주제넘게 군다는 말을 이웃과 나눔.

 

인물 하나하나 다 따져가다간 끝나지 않을 듯하여 대충 이쯤에서 인물을 끝낸다.

 

아이의 시선으로 서술되니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를 생각하며, 순수한 시선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서술하니 어쩌니

1930년대 대공황의 미국 남부이니 흑인에 대한 차별과 그에 맞서는 소수의 양심적인 백인의 이야기라고 뻔하게 끝낸다면

혹은 서술자가 어리고 3년간의 일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나타내므로 성장 소설로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이 소설을 겉핥기도 못한 것이다.

 

어린 여자아이가 쫑알 거리는 것이 지루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이없는 남매의 말과 행동에 어느새 배시시 웃음이 나오고

많은 인물의 등장해서 지겨웠지만, 그것이 백인들 사이에서의 줄 세움과 동네의 보수성을 나타냄을 알게 되자 감탄이 나온다.

타인을 낮추면 자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며, 얼마나 다양하게 줄을 세우고 줄을 서는지, 그러니까

그렇게 줄 세우기를 하고 그룹을 지어가며 다양하게 타인을 '배척'하는지 감탄이 나온다.

단순히 백인이 흑인을 배척하는 간단한 이분법적인 구조가 아니다. 백인들도 유서 깊은 가문이네 아니네, 읍내 근처에 사는지 외곽에 사는지, 외곽에 사는 그들은 또 더한 흑인을 멸시한다. 끝없이 위를 바라보며 자신을 올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자신보다 아래 계급을 만들어가며 짓밟고 멸시한다. 

오로지 탓하고 타박하고 한풀이를 할 대상으로 아래 계급을 만들고 괴롭히는 것으로 보였다.

 

예전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외적인(교육이나 환경 등) 영향으로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타고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싸움의 대상이 사람인가, 그 사람의 생각인가. 종종 그것을 같게 생각한다. 내가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은 그 인간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쁜 생각이라고  그 인간까지 나쁘게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생각과 인간을 별개로 보는 걸로 바뀌기는 힘들 것 같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가끔도 아니고 자주, 자신의 사격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하고자 앵무새를 장난으로 쏘아 죽인다.

장난으로 쏘아 죽이고선 무수한 핑계를 댄다.

잘못 봤다던가, 곡식을 먹으려 했다던가, 언젠가 작물을 해칠 것이라던가 등으로 말이다.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별 해로움을 끼치는 것도 아닌데, 앵무새를 재미로 쏘아 죽이는 사람들.

해로움을 끼친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시선이지, 다른 새들도 살기 위해 먹을 뿐이고, 먹는다고 해서 인간이 먹을 것을 축낼 정도로 먹지도 않는다. 그런데 해로움을 끼치는 것도 아닌데, 재미로 앵무새를 죽이는 사람이 있다.

 

그러한 편견과 아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고,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웰은 죽어 마땅한 인간이다. 젬과 스카웃을 죽이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짜 이웰은 젬의 반항에 칼이 찔린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해 있었고 나무의 뿌리에 걸려 넘어져서 자기가 잡고 있던 칼에 찔려 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안관은 제대로 수사를 하려 하지 않는다. 그쯤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변호사는 자신의 아이들 일이므로 오히려 더욱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며 의견을 내놓지만, 어쩔 수 없는 분위기에 그쯤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앵무새의 자리가 부 래들리에서 톰 로빈슨으로, 그리고 이제는 이웰로 넘어간 것일지 모른다. 그 앵무새 자리는 항상 착하거나 선한 사람만 앉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그 누구나 앉게 될 수 있다.

 

앵무새를 그냥 가만히 두지 못하는 인간들.

제대로 된 줏대로 없으면서 멸시와 구별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인간들.

하여간 구역질 나는 인간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흥분하며 읽다보니 500쪽이 넘어도 후다닥 읽혔다.

오래간만에 호흡이 길면서도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요즘 날씨가 춥고 습기 많고 궂어선지 허리와 무릎 상태가 나빠서 오래 앉아있지를 못한다. 그래서 독후감은 이쯤으로 끝!

 

언제나사냥꾼일거라고착각하며사는게행복한지궁금도하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