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전통적 인습에 맞서는 경희<경희>, 진채선<사랑의 향기>, 강민주<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의 여성 성격을 비교 분석해 보시오."라는 과제를 위해 이 책을 읽었다. 과제를 위해서 읽을 때는 당연히 그녀들의 인습에 맞서는 것을 중심으로 읽었는데, 이 독후감은 그저 내 느낌만을 적으려 한다.

<내게 소망한다...>는 소설보다 영화로 먼저 기억했다. 영화로 기억되는 주인공 강민주의 행동은 페미니스트적이라는 탈을 쓴 또 다른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성숙한 한 인간이 세상을 만만하게 보고 멋대로 벌이는 행동에 대한 재앙 같았다.

그렇게만 기억하는 영화를 과제를 위해 다시 읽었다. 영화로의 기억은 그렇게 몇 장면과 단편적인 감상으로만 남았다. 허나 소설로 접하는 내용은 별다를게 없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를 봤을 때는 나 또한 강민주와 비슷한 20대였고, 세상에 대한 비슷하나 조금은 다를지라도 어쨌건 세상에 대한 불만투성이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또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두 배에 가까운 나이를 먹었고, 세상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많지만 조금은 다른 방향을 향해 있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여성문제 상담소'에서 상담을 하면서 남자에게 힘없이 당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남자와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증오를 키웠다. 그러한 그녀는 톱스타인 백승하라는 영화배우를 납치하여 가정적이며 신사다운, 많은 여성들이 최고의 이상형으로 추앙하는 그의 이미지 뒤에 숨은 진짜 모습을 밝혀 남자라는 허상을 파헤치고 여성들과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려 한다. 허나 백승하는 바람난 엄마로 인해 집안이 붕비 박산이 난 적이 있으며, 그럼에도 여자에 대한 증오심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적이며 성숙한 인격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일이 벌어진다.

남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백승하를 이용하려고 납치까지 한 강민주는 그의 성숙한 인격에 차차 마음이 움직이고 사랑을 느낀다. 물론 남자에 대한 사랑이라고 - 민주는 남자와 제대로 된 연애는 물론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 - 할 수는 있겠으나, '파더 콤플렉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처음으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신념이 흔들린다.

강민주의 곁을 봐주며 보디가드처럼 일을 봐주는 '황남기'는 눈치를 챈다. 민주를 사랑하고 받들며 그녀의 명령에는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남기는 민주가 마음이 흔들리고 있으며 그것이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기는 그녀를 죽인다.

그렇다. 민주는 백승하를 사랑하게 되었고, 처음 하는 사랑에 허우적대며, 사랑에 빠져 그 대상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고 자아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녀가 그렇게 흔들리게 된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론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으로 보였다.

어머니가 만들어놓은 부의 힘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자립이 이루어져 그녀는 그 많은 계획을 스스럼없이 펼치며

자신의 계획이 철두철미 함에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계획의 시작은 어머니가 이루어놓은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녀는 어찌 보면 스스로 이루어 놓은 것은 하나도 없고 증오의 대상조차 자신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녀는 어머니의 삶을 자신의 삶과 혼동하며 보통의 여자들-이라고 생각하며-의 아픔 또한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세상에 대한 증오라고 하지만, 그 증오가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기에 허상일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 서툴렀던 한 인간이

혈혈단신인 어머니가 죽은 이후, 그녀는 그 외로움에 스스로를 가둬두고선, 그것이 강해지는 것이라 최면을 걸고

명령에 복종만을 할 줄 아는 남기만을 곁에 두며, 자신의 계획을 하나하나 이뤄가며 희열을 느끼고 우쭐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막상 뻔하다 여겼던 박승하에게서 느닷없이 느끼는 따뜻함과 애정에 흔들리더니

처음 흔들리는 그 충격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이겨내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의 계획이 성공하여 남자와 세상에 경고를 하고 여자들에게 각성을 하게 해도 좋았을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면 페미니즘 소설처럼 보이나 결국 인간은 인간의 곁에서 인간답게 되는 것이라고

그러므로 인간대 인간의 모습은 경쟁의 대상이나 힘을 확인하는 적의 모습이 아니라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인류애를 보이기도 해서

어찌 보면 식상할 수 있으나, 그 과정이 무척 탄탄해서 나도 모르게

그놈의 사랑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그놈의 사랑이 진정 열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의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이고 뒤의 사랑은 이성을 넘어서는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하는 사랑을 말한다.

사실 엄청 고뇌하며 썼는데, 이놈의 인터파크가 갑자기 정기점검을 해서리 2/3가 싹 다 날라 가 버려

짜증을 한 바가지 쏟아내고 다시 쓰는 중이다. 뭐 어쩌겠나.

과제물 점수가 나오기 전에 미리 올리면 혹여 내 것을 내가 베꼈다고 점수가 깎일까 봐 나중으로 미뤘더니

이런 이런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 잘 안 난다.

아니다 아니다. 제대로 썼는데 인터파크 정기점검으로 죄다 날아가서 잘 안 써졌다고 우겨야겠다.

희안하네아까처음에쓴독후감이랑내용이달라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