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2학기의 <동양철학 산책>이라는 과목의 과제물을 올린다. 물론 이렇게 올리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아서 올리는 것이다.

중어중문학과 3학년 수업인데 꼭 듣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정말 어렵다.

단순하게,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하고 꼭 접하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기본 지식이 없으니 그저 읽는 것에 만족했다.

그 과목의 과제가 지정해준 책 중에서 한 권을 선택해서 하는 것인데 읽고 싶었던 이 책을 선택해서 과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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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과 제 명 :

1) 가장 인상 깊게 읽은 5개의 단락을 선택해 각 단락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고

2) 책 전체에 대한 독후감을 덧붙이시오.

 

* 선택한 단락

1. 섭나라 임금이 공자에게 자기가 다스리는 어떤 마을에서 아버지가 남의 양을 훔쳤는데 그 아들이 증인을 섰다고 하면서 자기 나라 백성들의 정직함을 자랑했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정색을 하고 말했습니다. “우리 마을의 정직한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숨겨주고, 자식은 아버지를 위해 숨겨 줍니다. 정직이란 바로 그 속에 있습니다.”≪논어≫ <자로>(58쪽)

: 처음에는 잘못 읽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읽었다. 그래도 무언가 이상했다. 숨겨주는 것이 정직이라니. 정직이란 숨김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인데 숨겨준 것에 정직이 있다는 공자의 말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허나 이 문장은 다른 단락의 글을 읽은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공자의 중심 사상은 인(仁)이다. 인이란 사람의 삶에 대한 것으로, 바로 ‘사람다움’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숨김없이 모두 다 말한다는 정직을 행하기 전에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사람다움’인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을 걱정하여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걱정하여 숨겨주는 것이 인간다운 행동이기에, 숨겨주는 것에 정직이 있다는 말을 한 것이다.

공자의 유교는 사람을 옭아매는 사상이라고 여겼다가 이 책의 ‘공자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공자의 사상은 내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선행이나 악행이, 내세에 보답이나 벌로 되돌아온다고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자는 인간이라면 옳고 그름만을 따져서 행동하고 실천하라고 한다.

내세의 상벌이 존재하지 않으니, 상을 바라는 선행은 옳은 것이 아니고 벌이 두려워 악행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옳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옳고 그름을 따져서 행동해야 할 근거를 오로지 ‘인간다움’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 말이 좀 생뚱맞았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이라니,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옳음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보다 더 납득이 될 당위성을 찾기 어려웠다. 인간이, 사람이 동물이나 사물과 다르다고 구별될 수 있을 때는 오로지 인간 다울 때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그 어떠한 보상보다도 부끄러움을 앞세워, 인간답기 위해 행동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공자 사상의 알맹이’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고리타분한 사상이라 여겼던 것이 부끄러웠다.

 

 

2. 안다는 것이 사물의 실상을 아는 게 아님을 아는 것은 최상의 지혜요, 안다는 것이 사물의 실상을 아는 게 아님을 모르는 것은 착오다. 착오를 착오로 자각하는 것에 의해 비로소 착오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도를 체득한 사람은 착오에 빠지지 않는다. ≪도덕경≫ 71장 (84쪽)

: 체득(體得)은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도 체득한 것처럼, 안다고 말하고 주장한다. 또한 사람은 직접 경험한다 하더라도 주위의 환경과 지식의 수준으로 실제로 겪은 경험의 해석을 잘못 할 수 있고, 보거나 듣는 등의 오감의 작용 또한 무수한 착각을 낳으며, 그러한 것들을 뇌로 기억하는 과정에서도 선택과 배제의 작용이 일어나기에 얼마든지 잘못 기억할 수 있다. 우리가 ‘앎’을 ‘안’다고 하는 것에는 무수한 오해와 착각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며 실상임을 의심하지 않고 진실이라고 믿는다.

인간 각 개인은 주관과 오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가치를 매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이 자라온 환경과 자신이 받은 교육이 바탕이 된 주관적 해석으로 세상을 평가한다. 그런데 인간은 교육을 받으면서 지혜를 배웠다고 착각을 하고, 세상의 실상을 이해한다고 착각을 한다. 그래서 노자는 교육에 반대를 한단다. 그러한 교육으로 인간은 기교만 배울 뿐 세상과 자연의 본질에서 더욱더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본질’은커녕 타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자신만의 해석을 들이대며 타인이 하는 말에도 자신만의 해석이 옳다고 우기며 힐난하는 요즘의 대화에 지쳐있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변호사와 검사의 싸움처럼 이겨야만 한다는 전투적인 자세로 임하는 대화법에 질려있었다. 그런데 위의 문구를 읽으면서 그러한 사람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나 또한 나만의 해석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있던 건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3. 진나라의 복돈이 거자를 맡고 있을 때 그의 아들이 살인죄를 저질렀다. 복돈은 나이도 많은 데다가 대를 이을 사람이라곤 그 아들 하나뿐이었다. 진나라 혜왕이 복돈에게 말했다. “당신은 늙었고 또 외아들이니 죄를 감해 주겠소.” “묵가의 법에 따르면 남을 죽인 자는 죽어야 하고, 남을 해친 자는 벌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것이 온 세상의 대의입니다. 나는 묵가 사람이니 묵가의 법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복돈은 이렇게 대답하고 자기 아들을 처형했다. ≪여씨춘추≫<거사>(103쪽)

: 공자의 사상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다. 공자의 사상이 그 무엇보다 '사람다움'이 우선시되었다면, 묵가의 사상은 단체 규율의 극단적 실천을 중요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교리를 지키기 위해 아들을 처형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러한 묵가의 철학 핵심은 겸애와 교리로, 겸애는 서로 사랑하는 것으로 정치적인 평등을, 교리는 서로 이익을 나누자는 의미로 경제적인 평등을 외쳤다고 한다. 그들이 외친 평등은 피지배계층을 염두에 둔 것으로, 그랬기에 운명론적인 세습적 신분제도를 반대했다고 한다. 세습적 신분제는 자신이 선택하거나 노력에 의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피지배계층에겐 세습적 신분제야말로 자신의 처지를 어찌할 수 없다며 무기력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현실에서 아무런 노력과 실천하지 않고, 나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신분제를 타당하다고 여기게 만드는 운명론을 가장 큰 해악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지배층이라고 해서 귀하고 그들이 누리는 것들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그들의 생각은 춘추시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진보적인 사상이다.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한 그들의 사상을 규율에 사로잡힌 비자발적이고 강제적인 단체로, 개인을 존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자신들이 외치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당연히 단체생활이 중심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개인 하나가 세상을 평등하게 한다는 것은 무척 까마득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힘을 키우기 위해 단체를 이루고, 그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 조직의 규율이 엄격하게 지켜졌어야 했을 것이다. 그들은 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단체로 경작을 하고 이익도 평등하게 나누었는데 흡사 사회주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사상은 무척 매력 있었고 본받을 점이 참으로 많다고 느꼈지만 현대의 국가 체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대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은 사회주의 자체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국가의 권력이 몇몇 개인이 독재로 권력을 유지하면서 병폐가 생긴 것으로, 이것을 개인의 이기심 탓으로 돌릴 수 있다. 하여간 그러한 체제를 유지하고 지휘할 소수의 지도자가 권력을 독점하려 할 때, 소수의 지도자를 구성원이 관리와 감독을 하고 견제하는 국가 체제는, 체제 자체가 소수여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묵가 사상은 국가 체제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개인의 노력을 극단적인 실천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대입하니 인상 깊게 다가온다.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면서 게을러지고 나태해진 나에게 고마운 채찍질이 되었다.

 

 

4. 너와 내가 논쟁을 하여 네가 이겼다면, 과연 너는 옳고 나는 틀린 것인가. 내가 너를 이겼다면, 과연 나는 옳고 너는 틀린 것인가. 우리가 결론을 내릴 수 없어 제삼자를 부른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바르게 판정해 달라고 할 수 있을까. 너와 의견이 같은 사람은 이미 너와 의견이 같으므로 바르게 판정할 수 없다. 우리와 의견이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우리와 다른데 어떻게 바르게 판정할 수 있겠는가. 우리와 의견이 같은 사람이라면 이미 우리와 같은데 어떻게 바르게 판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너와 나와 제삼자는 모두 서로 알 수 없는데, 또 다른 사람을 부른다고 해결되겠는가. ≪장자≫ <제물론> (136~137쪽)

: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하는 표준의 기준이 없으니 논쟁으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다는 말이다. 논쟁 자체가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니다. 옳고 그름의 절대적인 진리의 잣대가 없다는 말이다. '내 말도 맞고 네 말고 맞다'라는 말이라기보다는, 한쪽 편만 옳다고 우기지 말라는 말이다. 세상 모든 것이 중심이 될 수 있고, 어디에 기준을 두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고정된 생각으로 다른 것을 구분하고 구별하는 편견을 갖지 말라는 도가 사상가인 장자의 말이다.

사람들이 주관적인 편견으로 인위적으로 구분하고 구별하면서, 세상을 해석한다며 멋대로 오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원래의 자연을 알아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자연스러움', '자연을 따르라'라는 그들의 말은 세상을 등지고 인간을 멀리하고 산속에 들어가서 조용히 살다 죽으라는 말이 아니다. 세상은 항상 그렇게 놓여있고 그렇게 존재하는데, 인간이 '인위적'으로 판단하면서 세상을 왜곡하고 오독하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각 개인이 갖고 있는 기준이 절대 불변의 단 하나의 진리일 수 없는데, 인간은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게다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는 눈도 없으면서, 자신이 상상한 타인의 잣대에 맞추어 자기 스스로를 재단한다. 남들이 어떻게 볼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상상하면서 자신을 그 틀에 끼워 맞춘다.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상상한 타인의 틀 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

말로는 자유를 원한다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자유나 자연스러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아'가 존재하는지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 ‘나’의 기준은 세우지도 못하면서 '너'와 '제삼자'를 끌어들여선 그것에 '나'를 끼워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이것은 다양성이 아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잘못된 기준을 '남들도 다 그런다'라는 식으로 핑계를 대고, 자신의 불합리를 사람들의 평균점에 맞춘다며 사실 그 어디에도 중심을 두지 못하는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 같은 생각임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절대 불변의 단 하나의 기준'을 두지 않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연스러움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면, 소수자의 인권과 소외받는 사람들이 바깥이 아닌 각각의 중심으로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5. "선생님, 저희 집주인이 물에 빠져 돌아가셨는데, 그 시체를 건진 사공이 엄청난 대가를 요구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기다리시오. 그 뱃사공이 시체를 팔 수 있는 곳은 당신네 집뿐이지 않소. 기다리면 값이 내려갈 것이오."

"기다리다 보면 자꾸 시체가 부패할 텐데요."

"그럴수록 기다리시오. 시체가 부패할수록 값이 내려갈 거요."

부잣집 사람들은 등석의 말대로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난리가 난 것은 뱃사공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애가 탄 뱃사공 쪽에서 등석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 제가 어떤 부자의 시채를 건졌는데 많은 보상을 요구했더니 값을 깎자고만 하면 서 시체를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안ㅅ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기다리시오. 그 부잣집이 시체를 살 수 있는 곳은 당신네 집뿐이지 않소. 기다리면 값이 올라갈 것이오."

"기다리더 보면 시체가 자꾸 부패할 텐데요."

"그럴수록 기다리시오. 시체가 부패할수록 값이 올라갈 거요." ≪여씨춘추≫ <이위> (242~243쪽)

: 이 책을 읽으면서 이름을 들어본 사상가도 있지만, '명가'는 처음 들었다. 이 '명가'에는 '상식을 부순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책을 읽어보니 정말 상식을 부순 사람들이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요즘 절대불변의 단 하나의 진리에 대한 의구심으로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데, 그래서 더욱 이 '명가' 부분을 참 즐겁게 읽었다.

한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고 그 시체를 가져가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모두에게 '등석'이라는 사람은 같은 조언을 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한쪽에게는 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겐 값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의 설명을 읽기 전에는, 궤변 같기도 하고, 말장난 같기도 했다. 이러한 말을 한 '등석'은 옳고 그름에 혼란을 일으켜 풍속을 흐렸다며 처형을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말은 말장난이 아닌 깊은 뜻이 있었다.

그는 남들의 상식과 다른 해석을 한다. 상식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는, 사리 분별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과 '기준'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그렇게 남들의 상식이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없애려 한 것이다.

기존의 틀을 없애니 생각이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원한다고 하지만 그 자유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견과 선입견을 상식이라는 말로 포장한 것부터 뜯어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도 그렇게 한다.’는 이기적이고 게으른 변명과 ‘상식’이라는 비겁한 포장에 옭아 매여서는 새롭고 자유로운 생각이 나올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인으로 자라면서 이러저러한 상식이라는 세상의 틀이 이미 잡혀있다. 이 세상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것들이 이미 몸에 스며들어 익숙해졌다. 그래서 아예 없었던 것처럼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이미 갖고 있고 고정되어 나도 모르게 들이대는 잣대를 수시로 부러뜨리겠다는 다짐만이 명가의 사상에 다가가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 독후감

90년대 초반 ‘정신세계사’출판사에서 나온 <장자>시리즈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철학’이라기보다는 ‘신비주의’에 사로잡혀서 ‘도가’는 도술을 부리는 마법사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잊고 있었던 '도가'와 중국의 여러 철학자들을 다시 만났다.

동양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상상했던 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세상에 순응한다며 그저 참고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만 같았다. 자연에 가까운 삶을 살라며 유유자적한 삶을 예찬하고 타인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며 조금은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삶을 살라 고도 할 것 같았다. 물론 예를 차리고 도덕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조금은 가식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부 나의 착각이었다. 동양철학은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수많은 사상가들의 다양한 사상이 따로 또는 함께 연결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동양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단 하나의 정의가 내려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이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개인적 욕망을 다스렸고, 극단적 실천을 몸소 보여주었고, 자연은 물론 광활한 우주에까지 생각을 펼쳤고, 보편적인 질서를 원했고, 편견의 다른 이름인 상식을 부수려 했으며, 지배 계층이 아닌 백성을 위해 농사에 관심을 두었다. 내가 상상한 개인주의적, 신비주의적, 실천성의 결여 등은 어느 한쪽 면도 아닌 편견으로 바라본 나의 곡해였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다. 동양에서 말하는 중용(中庸)이란 중간 어디쯤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런 것이 아니라, ‘극과 극을 모두 포함하고 아우르는 것’이라고 말이다. 중용을 그 무엇도 아닌 어중간한 가운데쯤으로 생각했었다. 선택을 회피하기 위한 우유부단함과 동급이라고, 그래서 비겁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중간한 그 무엇도 아닌 것이 아니라, 극과 극을 모두 포함하는 깊고 넓은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 간단해 보이는 ‘중’(中)이라는 글자에 이리도 깊고 넓은 뜻이 담겨 있다니.

그렇게 나는 한국 사람으로 동양인이면서도 동양철학에는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물론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갑자기 동양과 철학에 대해 지식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그 또한 큰 착각이고 오해일 터이다. 하여간 이 책으로 내가 이리도 많은 것을 곡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진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철학을 편견과 오해와 곡해 없이 있는 그대로 읽을 준비는 되었다고 말이다.

 

설마다른수렁에빠진거는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