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도 아니고 절판인 책이지만, 꼭 읽고 싶어서 헌책을 사서 읽었다.

책의 내용도 좋았고, 모르는 그 누군가가 친 밑줄과 접은 부분을 맞춰보는 재미도 맛볼 수 있었다.

 

니체에 대한 글이다. 니체의 사상 전반을 훑어주기에

이미 읽은 책의 내용을 맞춰보기도 했고, 읽을 책을 미리 맛보기도 했다.

 

 

니체의 사상에 대한 글을 읽으면 항상 느끼는 것은

내가 알고 있고 갖고 있는 생각들, 그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에 대한 다른 해석에 놀라곤 한다.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알고 보면 선입견의 다른 이름이고, 편견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언어(단어 + 정의)에 속지 말고 그 안에 들어있는 진짜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바쁜 일상이라지만 결국 별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지겨워하면서도

일상을 고마워해야 한다며, 그것에만 안주하는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익숙함, 편안함, 그러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행복하다고 중얼거리지만, 어쩌면 그것은

 

다르고 새롭게 살고 싶으면서도 그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시도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게으름 때문에 망설이면서

세상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고만고만하게 사는 것을 어른이 되는 것이라며 다독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원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일 수도 있는데

별 중요하지도 않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스스로를 위치해놓고는 그들의 관심이 멀어질까 두려워하고

별 중요하지도 않는 것을 손에 쥐고 있는데, 혹여 그것마저 놓쳐버릴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굵은 글씨는 내가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본문이라고 할 수 있는 1부가 끝나면 제2부가 나온다. 2부에서는

<베버 - 근대 허무주의 비판의 딜레마>와 <차이에 대한 회피와 포섭의 정치학>이 실려 있는데

이 부분은 너무 어려워서 읽어도 이해가 불가능하여 정리도 못하겠다. - 마음은 물론 머리로도 말이다.

 

<베버...>에선 '근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솔깃하여 읽었으나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제대로 꿰뚫지 못 해서 그냥 단편적으로 적어보면

어떤 점에서 근대는 제 발로 '설 수 있는'시대가 아니라 제 발로 '서야 하는' 시대다. 절대적 가치가 붕괴했으므로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258쪽)

생산수단으로부터 생산자가 분리되고 그들의 신체에 잔인한 기억이 심어지면 훈육의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된다. 잔인한 기억술로 심어진 행동방식이 반복되어 습속의 도덕(morality of mores)으로 자리 하면 이른바 '능동적 자제'라는 게 생겨난다. 처음엔 공포로 시작된 검열이 이제는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자기 검열로 대체된다.(273쪽)

 

<차이에 대한...>에서는 정치와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들어본 적은 있고 궁금은 하지만 아직 건딜지도 못한 '68 혁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급한 마음에 이러저러한 책을 검색해보기는 했지만, 호기심을 잠재우고 나중으로 미뤘다.

신자유주의가 강력한 도덕과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효율성과 정의에 대한 가치 판단들이 전면에 내세워진 것은 윤리적 실체로서의 국가의 모습을 분명히 보여준다.(313쪽) - 속지 말라는 말이다.

그것은 바로 '차이'의 고유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차이는 회피되어야 하거나 해소되어야 하거나, 심지어는 그것이 인정되고 보존될 때조차 '문제'다. 그것은 생산되기보다는 관리되어야 한다.(316쪽) -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이다.

사실 차이가 없이 하나로 정의되고 정리될 때 가장 좋은 것은 그 무리에 소속된 각 개인이 아니라

그 무리를 통치하고 명령을 내리는 존재일 것이다. 그런데 난 그 무리의 소속된 각 개인이고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아닌데

 

내가 왜 그 존재를 위해 나만의 차별성, 개성을 포기하고, 그 무리의 각 개인과 맞춰야 한다는 거지? 난 싫다구!

 

그 누군가와도 다르다면서 특이하려고 한다는 것은 아니다. 걍 나는 나일뿐인데,

그 획일성에 일부러 안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못하겠기에 안 하겠다는 것인데, 왜 자꾸 그걸 '척'이라고들 하는 건지.

한때는 그러한 차이를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기르기보다는

그것에 맞춰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는 생각에 맞추려 부단한 노력을 하기도 했었지만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그렇다고 지금 그러한 편견을 견뎌내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고

나도 가끔은 짜증 나고 허탈하기도 하지만, 뭐 이젠 무뎌진 상태에 가깝게 되었기에, 그러한 말들을 들으면

이제는 지겹지도 않다. 그냥 이 책을 읽다 보니 이저러저한 생각들이 생각나서 중얼거려봤다.

 

다음 책으로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어서 미리 예습이 된 듯도 하지만

사실 다른 책으로 읽으면 같은 내용도 어찌나 새롭고 다른 내용으로 다가오는지

어쨌건 또 새롭다며 머리는 백지로 눈은 반짝이며 읽을 생각을 하니

즐거우면서도 지금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견뎌내기힘들어서걍냅뒀더니알아서자리를잡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