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가 읽은 책은 <채만식 전집 3>이지만 인터파크엔 그 이미지가 없어서 <채만식 전집 1>을 올렸다.

 

<채만식 전집 3> 에는 '태평천하'와 '金의 情熱'이 실려있고, 난 <금의 정열>이 필요해서 이 책을 샀다.

이 책은 이미 절판 되었기에 처음에는 e-book으로 주문해서 읽었으나, 두어 페이지도 못 읽고 집어 치웠고

-이북은 나에겐 넘을 수 없는 벽! 임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독서 모임의 '대장'님이 알려주신 중고서적 파는곳을 통해 정말 간신히 구했다.

 

마음 같아선 전집을, 그것도 두어권 빠진 상태이지만 8만원을 들여 사고 싶었으나,

그놈의 돈이 웬수라, 돈이 없어서 이 한 권만 샀다.

 

채만식의 다른 작품에 비해선 그닥 유명한 작품은 아니다. 그래서 16,000원 이라는 거금을 들여 사면서

헛질 하는건 아닌가..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익히 알고 있는 <탁류>나 <태평천하>, 혹은 <미스터 방>이나 <<치숙>과 같은

이중반어라는 혹은 풍자와 같은 통쾌함은 쏙 빠졌으나, 그렇기에 오히려 '리얼리즘'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이번에 논문을 쓰면서 좋았던 <낙조>나 <패배자의 무덤>과 같은 그러한 현실적이면서 깔끔한 문체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주인공 '주상문'은 상처를 한 홀아비로 금광 개발로 돈을 번, 신흥 부르주아이고

봉아는 주상문의 주은 아내의 아주 머~~언 친척으로, 주상문을 아저씨로 부르며 따르는데

'주상문'은 이 봉아를 '여자'로 좋아하며, 봉아도 이를 알게 되지만, 봉아는 주상문을 단지 친척 아저씨 정도로만 좋아한다.

'서순범'은 주상문의 친구로, 집의 돈을 훔쳐 대학까지 공부도 하고 제법 성공을 했으나 아무리 해도 나아질 수 없는 식민지 시대에 환멸을 느꼈고, 지금은 주상문에 빌붙어 뒷일을 봐주며 생계를 유지하고,

주상문이 봉아를 단지 처체라 소개하자 자신과 결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겉으로는 이런 삼각관계가 주축이 되지만 이건 그냥 겉으로 흐르는 이야기일 뿐이다. 진짜 이야기는 숨어 있다.

 

주상문은 금과 개발을 하면서 돈을 버는데, 식민지시대 조선에도 이와같은 일이 실제로 있었다.

 

세계 대공항과 태평양 전쟁 등으로 수세에 몰린 일본은 우리나라의 쌀은 물론 금까지 지네 나라로 퍼 날랐는데

그 탓으로 금가루라도 떨어질까 싶어서 떼로 몰려든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채만식도 금광 개발을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는데, 그때 경험이 이 책에 도움이 된것 같다.

 

하여간 중심인물인 주상문, 봉아, 서순범도 있지만, 이들 보다도

 

시골 아낙을 꼬득여 비녀라도 사들이는 '강화 아씨'라는 과부

품팔아 금을 사들이는 사람들의 오야격인 '박윤식'

전과 2범이면서도 금 밀수로 얻는 이익에 사로잡힌 '현서방의 노모'

성실한 청년이지만 금광 개발을 하겠다며 선산까지 팔아 돈을 댔다가 망하는 '전서방' 등이 나오는데

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 당시 금광 개발이 얼마나 넓게 퍼져있으며

사람들이 얼마나 물질에, 돈에 집착하고 있었는지를 잘 볼 수 있다.

 

 

설마..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금을 캐니 우리나라 사람이 돈을 벌게 된거니까 좋은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말하는데,

 

이렇게 캐낸 금을 '수출'을 해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돈을 벌게 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캐낸 금을 '수탈'을 당해 헐값으로 일본에 넘기고, 그덕에 일본은 '금본위제'로 접어들었지만

우리는 민족자본 형성은 물론 '금본위제'도 날아간것이고, 근대적으로 발전할 바탕을 '또'잃게 된 것이다.

 

제발 우리나라가 일본놈들 덕분에 근대화가 되었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우리는 이미, 정조의 '신해통공'으로 시전상인들의 특권을 없애면서 자유로운 상업활동이 시작되었고,

고려시대에 이미 있었으나 조선 후기에 전국에서 행해지던 이앙법으로 부농(양반 말고!)이 등장했다.

이렇게 잘 되어가던 근대화를 저 시끼들(일본제국주의자들!)때문에, 저놈들 때문에! 망친 것이다.

그놈들이 철도 놓고 우리나라의 온갖 자원을 지네나라로 가져가서 황폐화가 된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빨대 꽂고 빨아먹으려고 만든 철도를 근대화의 증거라니!

 

 

위의 내용은 주상문의 금광에 일꾼으로 일하는 광부 몇이 모여 몰래 갱도로 숨어들어가 훔칠 목적으로 금을 캐다가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로 죽는 장면이다. 나중에 이들은 시체로 발견되는데, 그 모습의 설명도 참으로 현실적이지만

너무 잔인해서 적지는 않는다.

 

별 내용이 없는 듯 하면서도, 마지막의 신음소리나, 그것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가 인상적이어서

논문에도 인용을 했는데, 여기에도 적는다.

 

 

글을 쓴다고 쪼개 읽으면서 저짓을 했는데, 다른 책은 죄다 뜯고선 이 책만 깜박하고 안 뜯었다가

내가 언제 또 이럴일이 있겠나...싶어서 흔적을 남긴다. 하여간

 

소설속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물들이 금빛에 홀려 정신줄 놓고 휘둘리는 모습과

노력으로는 무엇도 얻을 수 없던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봉아의 허무주의로 버부린 것등

 

논문 때문이 아니라면 절판도 되었기에 찾아 읽을 일 없었을 텐데,

논문 덕분에 감사히 잘 읽었다.

 

에구에구...아직 독후감 쓸 책이 산더미다...